다문화 가정 아동교육 방향 정립 시급해요!
다문화 가정 아동교육 방향 정립 시급해요!
  • 허경태
  • 승인 2014.11.27 0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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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강동신경정신과 김영화 원장 인터뷰
[베이비타임즈=허경태기자]“대부분의 다문화 가정이 아이들에게 한국어를 강요하고 있습니다. 이런 방향은 올바르지 않은 것입니다. 3세까지는 엄마나라의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이렇듯 다문화 가정의 아이들의 교육의 나아갈 방향을 지금부터라도 정부가 나서서 시급히 모색하고, 정립하여야 나중에 이 아이들이 커서 바람직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역할을 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아동정신 전문가 김영화 원장의 육성이다. 김 원장은 다년간 아동정신 전문가로서 각계에서 여러 경로를 통해 사춘기 청소년들의 정신 건강과 다문화 가정에 대한 조언을 아끼지 않은 인물이다. 이런 김 원장을 통해 현 학교 폭력 문제와 다문화 아동들에 대한 사회적 방향성, 워킹맘의 육아 방향에 대해 논의해

▲ 서울강동정신과 김영화원장

 

봤다. (편집자 주)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워킹맘들의 육아에 대한 고민 또한 사회가 같이 모색해야 한다는데 김 원장의 생각은?

○한편에서는 아이의 독립심을 키워주기 위해서는 따로 재우면서 안아주기를 하지 말아야한다고 주장한다. 그렇지만 다른 한 편에서는 아이가 두돌이 되기 전까지는 부모의 보살핌이 절대적이기 때문에 아이를 보육시설에 맡기면 애착에 문제가 생긴다고 주장한다.

당연히 초보 맘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해 엄청난 고민을 한다. 왜냐하면 우리나라 교육 과정 어디에도 육아에 대한 교육과정은 없기 때문이다. 각 가정마다 독특한 가정교육이 통합되지 않으면서 어느 방법이 좋은 육아방법인지에 대한 원칙도 정립되지 않았다. 이러한 문제가 결국 사회문제로 자라나는 것이다.

최근 미국에서는 유아양육에 포대기를 사용하는 것이 유행이 되고 있다. 우리들에게 잊혀져가는 ‘podaegi'란 우리 말 그대로 미국인들이 사용한 다는 것은 한편 놀라운 일이다. 포대기 매는 법 동영상이 수천건씩 조회가 될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이런 포대기 열풍의 이면에는 최신 육아법인 애착육아론이 있다.

포대기는 아이에게 태내와 비슷하게 안정된 환경을 제공해 줄뿐 아니라 아이와 엄마가 장시간 밀착하여 언제 어디서든지 소통이 가능한 최고의 애착 증진법이다. 명품 유모차 대신 촌스런 포대기 문화가 이루어질 수 있었던 동기 또한 미국인들이 ‘애착’의 중요성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아이와 엄마 사이에 애착이 형성되어 정서적인 안정을 아이가 찾을 수 있다.

애착이란 반세기전 영국의 정신과의사인 볼비가 주창한 이론이다. 애착이란 부모와 아이사이에 끈끈한 정을 통해 생기는 유대관계이다. 애착은 아기가 태어난 후 정상적 발달을 하기위해 필요할 뿐만 아니라 어른이 되어서도 건강한 생활을 하는데 꼭 필요한 것이다.

애착 형성에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의 마음이다. 부모가 행복하지않고, 우울하거나 다른 일에 신경을 쓰느라 아이양육을 소홀히 하면 불안정한 애착이 만들어진다.

그렇다고 해서 건강한 애착 형성이 부모와아이가 하루종일 같이 있는다고 해서 만들어 지는 것은 아니다. 부모와 함께 하는 시간이 하루에 90분 이상이면 애착 형성에 아무런 문제가 생기지않는다. 그리고 30분정도 시간을 만들어 집중적으로 아이와 함께 몸을 부비며 놀아주면 건강한 애착이 만들어진다. 안아주고 뺨을 만져주는 스킨십을 하는 것도 중요하다. 미국의 최신 육아법이라는 포대기로 아기를 업고 돌보는 것도 애착 형성에 도움을 준다.

버지니아 엑셀린은 비지시적 놀이치료를 제창한 미국의 소아정신과 의사이다. ‘딥스’라는 아이는 다른 병원에서 자폐증으로 진단을 받았으나 엑셀린과 함께한 놀이치료를 통해 천재 임이 밝혀진 아이로 딥스의 부모는 모두 고학력의 과학자 임에도 아이를 어떻게 기를지 몰라 넘쳐나는 장난감과 책속에 아이를 방치했다가 아이를 자폐증 진단까지 받게 한 것이다.

아이와 같이 놀아주는 사람없이 혼자 장난감 속에 방치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행위인지 보여주는 좋은 사례이다. 아이들에게 정작 필요한 것은 장난감이 아니라 부모와 함께 몸을 부비고, 뒹굴며 놀고 즐거운 시간을 갖는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과 한국은행이 발표한 ‘경제성장 촉진을 위한 한국 노동시장 개혁 보고서’(2014.8.5)를 보면 2013년 15~64세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55.6%로 유능한 여성인력 활용을 위한 보육 정책이 정부 주도적으로 만들어져야 한다는 시급한 현실입니다.

●학교 폭력에 대한 견해와 해결책은?

○2012년 ‘학교폭력, 청소년 문제와 정신 건강’이라는 책을 쓴 적이 있습니다. 책을 쓴 동기가 특이한 데 당시 아이들이 불쌍해서 책을 썼다. 청소년은 신체적으로는 성숙해 보이지만 정신적으로는 미숙합니다. 그런 아이들이 날마다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어요.

정신과 전문의 입장에서 본다면 학교폭력의 가해학생과 피해학생 모두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않습니다. 이런 아이들의 마음속 병을 알아차리고 도움의 손길을 건네는 것은 어른이 할 일입니다. (김 원장은 ‘내 아이 마음에 무슨 일이 생긴 걸까’(2009), ‘사춘기 뇌가 위험하다’(2011) 등 최근 해마다 청소년 책을 내고 있다.)

특히 학교폭력의 근본 원인에 대해 부모 세대와는 현저히 달라진 환경 때문입니다. 요즘 청소년은 물질적으로 부모 세대보다 풍요롭지만 정신적으로는 열악한 환경에서 자랍니다. 가정은 핵가족화됐고 많은 부모가 자녀를 과잉보호하고 있습니다. 높은 이혼율에 따른 가족 해체로 아이들은 제대로 된 가정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공동체 문화 대신 개인주의가 각 가정에 자리 잡게 된 겁니다.

학교 환경도 문제가 많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초·중·고교는 좋은 상급 학교에 들어가기 위한 입시 도구로 전락했습니다. 유아교육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현대 사회의 미디어 환경은 청소년에게 매우 유해합니다. 인터넷 게임 중독도 학교폭력과 관련이 깊습니다. 청소년은 현실과 가상을 구별하지 못하며 게임 속 주인공의 폭력적인 행동을 따라합니다. 인터넷의 발달로 부모와 교사의 영향을 받지 않는 청소년들만의 또래문화가 형성된 것도 청소년 교육을 어렵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예전에 비해 사춘기가 길어진 것도 주요 원인입니다. 경제 활동에 참가하기 위한 준비 기간이 길어지면서 사춘기도 길어지고 있습니다. 독립의 욕구가 강한 청소년이 예전에 비해 오랫동안 부모와 학교의 통제 하에 있으며 입시와 경쟁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습니다. 학교폭력은 이러한 스트레스와 무관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학교폭력을 예방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무엇보다도 가정교육이 중요합니다. 가정에서 타인에 대한 사랑과 약자에 대한 배려 같은 기본적인 가치 교육을 소홀히 하면 자녀가 학교폭력과 연관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특히 언어교육을 잘해야 합니다. 학교폭력은 대체로 언어폭력에서 시작합니다. 아이가 욕설을 하는 걸 예사로 넘기면 안 됩니다. 가정은 아이가 말을 배우는 곳이자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는 법을 배우는 곳입니다. 예의 바른 말을 쓰는 언어 순화 교육이야말로 가정에서 시작돼야 합니다.

여기에서는 학교의 역할도 중요합니다. 학교폭력 예방에서 가장 중요한 과제는 교사들이 학생들을 꾸준히 관찰하고 폭력 문제가 생겼을 때 적절히 개입하는 일입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모든 교사가 이상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아닙니다. 학교폭력 문제가 외부에 알려지면 교사들이 불이익을 당하므로 어떻게든 드러내지 않고 넘어가려는 폐쇄적인 학교 문화도 청소년 폭력 문제 해결에 장애물이 되고 있습니다.

한편 많은 나라가 학교폭력이 발생하기 전에 예방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예방교육 프로그램은 학교폭력의 가해학생과 피해학생뿐 아니라 친구가 괴롭힘이나 따돌림을 당하는데도 도와주지 않고 외면하는 방관자 입장의 학생들까지 철저히 교육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미 스웨덴과 노르웨이에서는 교장을 비롯한 교사들에게 학교폭력 대처에 반드시 적극적으로 개입할 것을 의무화했고 그 결과 매우 긍정적인 성과가 나타난 것에 주목해야 합니다.

이와 함께 학교폭력에 대한 국가적 각성이 필요하다. 교사와 학교, 나아가 국민 모두 학교폭력과 집단 따돌림을 무서운 범죄의 하나로 명확히 인식해야 하며, 뒤늦게 나마 이러한 문제점을 정부가 파악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 김영화 원장의 저서들

 

●최근 들어 우리나라에는 다문화 가정 어린이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이에 대한 견해와 해결책은 무엇인가?

○ “너희나라 말로 감사합니다‘가 뭐냐? ”깜언예요 어머니“ 저는 얼마 전 TV에서 다문화가정 고부간의 대화를 듣고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교육방송에서 방영하는 ’다문화 고부열전 ‘이란 프로였죠.

사사건건 외국인 며느리와 다투는 고부가 함께 친정나들이에 나서서 며느리나라 문화를 이해하고, 화해하게 되는 프로로 나는 평소에 다문화가정에서 남편과 시부모는 아내, 며느리나라의 문화와 언어를 존중하고 배우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해왔기 때문에 이 장면이 무척 반가웠습니다.

제가 다문화가정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순전히 다문화가정 자녀들 때문으로 십년 전부터 농촌총각과 외국인 신부의 결혼이 늘어나면서 그들 자녀들이 소아정신과병원을 많이 찾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병원에 상담하러오는 다문화가정 자녀들은 대부분 비슷한 증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유아의 경우 말이 늦거나 자폐증과 비슷한 유사자폐증상을 보이고, 청소년의 경우 학교 수업을 따라가기 힘들어하는 학습장애와 이로 인한 등교거부와 따돌림이 주문제 입니다.

유아시절의 언어발달지체나 유사자폐증상은 조기에 발견하여 바른 성장을 돕지 않는 한 청 소년기로 이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리고 모든 발달문제는 엄마와 아이의 애착형성이 관건입니다.

다문화 가정에서 엄마의 모국어를 존중하지 않으면 엄마로서는 서툰 한국말로 아이를 돌볼 수밖에 없고 이 과정에서 자연스런 애착형성이 힘들어져 언어발달, 유사자폐 등 발달장애가 발생하는 것 입니다.

한국인 며느리를 둔 외국가정의 경우를 사례로 들면 필립은 엄마는 한국인, 아빠는 필리핀계 미국인인데 이 가정의 시집에서 ‘영어도 제대로 못하냐’ 는 구박을 받고 엄마는 한국말로 아이를 돌보는 것을 부끄럽게 여겨 입을 다물어 버리고 아이와 제대로 대화도 하지 못했었습니다.

아이는 미국에서 유사자폐로 진단받고 여러치료를 받았지만 회복되지 못했으며, 결국 필립과 엄마는 한국에서 치료받기로 했고, 한국어를 통해 새로운 애착관계를 형성하면서 아이는 놀랍게 달라졌습니다.

아이엄마는 ‘앞으로 아이와 한국말로 떳떳하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됐다. 치료를 통해 그래야한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미국으로 돌아갔다. 엄마, 아빠의 국적만 바꾸면 우리나라 다문화가정과 똑 같은 상황인 것입니다.

일찍부터 다문화사회를 맞은 선진국의 경우를 예를 들어 최근 독일과 네덜란드 등 서유럽국가들에서는 다문화가정 자녀들이 양쪽부모 나라의 언어를 모두 배울 수 있도록 하는 륙섹모델을 채택하고 있습니다. 국제결혼 가정에서 한쪽부모의 언어능력 향상에만 집중하는 교육 프로그램은 결국 실패로 끝나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어린이의 외국계부모의 언어를 무시하거나 자라고 있는 환경을 무시한 채 국어교육만 지원할 경우 처음에는 언어 능력이 향상되는 것처럼 보일지라도 교육과정이 끝난 후 몇 달만 지나면 효과가 떨어졌습니다.

특히 모어(母 모 語 어 )를 배우는 것은 모든 학습발달의 밑거름이 됩니다. 그리고 이 모든 과정에 외국계부모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했습니다.

우리나라 다문화가정 자녀수는 2008년 58,007명, 2013년 191.328명으로 지난 5년간 5배 이상 증가했고, 이중 60%이상은 6세 이하의 아동입니다.

유엔(UN)이 작성한 <대체이주에 관한 보고서>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경제활동인구를 최대한 유지하려면 2020년 이후로 매년 213,000명의 외국인 노동자가 필요하다고 한다. 다문화가정 자녀들의 교육에 힘쓰는 것이야말로 다인종, 다민족 대한민국을 맞이하는 가장 효과적인 대비책이 될 것이다. 

<김영화 원장 프로필>

현 서울강동신경정신과 원장

이화여대 의과대학 및 대학원 졸업

서울대병원 소아정신과 전임의 수료

대한신경정신과의사회 부회장 역임

여성가족부 정책자문위원

다년간 KBS, EBS 등에서 자녀교육 상담의로 활동함.

<저서>

내 아이 마음에 무슨일이 생긴걸까?(2009)

사춘기 뇌가 위험하다(2011)

학교폭력, 청소년 문제와 정신건강(2012)

사춘기 엄마가 모르는 아이의 비밀(2012)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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