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주택공급 대책, ‘방향성’만으론 부족하다
[취재수첩] 주택공급 대책, ‘방향성’만으론 부족하다
  • 황예찬 기자
  • 승인 2022.08.30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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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6 대책’ 구체적 내용 없어 아쉬워...앞으로가 중요
세부안은 나중에...구도심 정비 방향성, 체감할 수 있어야
정책 순연 공급 공백, 시장 반등 맞물리면 변동성 요인 작용
(사진=황예찬 기자)
(사진=황예찬 기자)

[베이비타임즈=황예찬 기자] 지난 16일 정부가 ‘국민 주거안정 실현방안’을 발표했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처음 내놓은 주택 공급 대책이다. 대선 공약에서부터 주장했던 ‘250만호+α 공급’의 윤곽이 잡힌 셈이다.

정부는 주택공급 목표치를 기존 250만호에서 270만호로 20만호 늘렸다. 이 중 205만호는 3기 신도시 사업과 기존 민간 정비사업을 그대로 승계한 규모다.

자료집에는 재개발·재건축 사업과 도심복합 사업 개편, 신도시 개선 작업 등에 대한 이야기가 담겼지만 시장에서는 아쉽다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구체적인 시행 계획이 확정된 분야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단지 어떤 방향성으로 주택공급을 해 나갈지 재차 확인한 수준이다. 물론 방향성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정부는 공급에 착수하는 시기 자체가 늦어져 ‘공급 공백’이 생겼을 때 시장에 미칠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정부 차원에서의 주택공급은 크게 신도시 개발과 구도심 정비, 용도변경으로 나뉜다. ‘8.16 대책’에서 드러난 이번 정부의 정책 방향은 구도심 정비에 조금 더 힘을 쏟는 모양새다. 우선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 규제, 일명 ‘재초환’으로 불리는 구도심 재건축부담금을 감면해 재정비 사업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같은 맥락에서 안전진단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안전진단은 재건축 초기 절차에 해당하는데, 이 안전진단을 통과하지 못해 재건축에 들어가지 못하는 곳이 많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역시 구도심 정비에 힘을 쏟겠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그 시기를 아직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정부는 구도심 재건축부담금 정비를 위해 세부 감면안을 오는 9월에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재건축이익환수법 개정이 필요한 부분이기 때문에 9월에 개정안이 발의돼도 통과 시점은 언제가 될지 모른다. 게다가 안전진단 부문 역시 연내에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언급했다. 개선방안의 적용 범위와 시행 시기도 시장 상황을 관찰해 개선방안을 발표하며 제시한다는 방침이다.

배세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공급 확대와 재건축, 재개발 활성화 등 정책 방향성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인허가 물량 270만호는 과거 5년(2018~2022년) 대비 13만호 늘어나는 데 그쳤고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완화 등 주요 정비사업 활성화 정책은 법 개정 사항으로 시행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물론 어느덧 3분기 끝자락에 접어들었고 연말이 멀지 않은 상황이긴 하다. 하지만 구도심 주택공급은 결국 재정비가 좌우하는데, 이 재정비 사업에 대한 규제 완화 내용이 재차 미뤄진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새로 도입하겠다는 민간 도심복합사업도 마찬가지다. 기존에 공공에서 진행하던 도심복합사업을 민간으로 확대하는 방향 자체는 긍정적이다. 주민 3분의 2의 동의를 얻어야 진행할 수 있는 공공 도심복합사업은 사업 진행에 제동이 걸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정부가 새로 도입하려는 민간 도심복합사업은 신탁사와 리츠 등 민간 전문기관이 토지주와 협력해 복합개발을 추진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신규 정책인 만큼 새로운 법 제정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정부는 도심복합개발법을 제정하고 후보지 공모 제안을 내년 상반기에 진행하겠다는 계획인데, 만약 올해 안에 도심복합개발법이 제정되지 않으면 정책 역시 계획보다 늦어질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은 1기 신도시 재정비 계획에도 그대로 드러난다. 정부는 연구 용역을 올해 하반기에 착수해 1기 신도시 마스터플랜을 2024년 중에 수립하겠다고 밝혔다. ‘도시 재창조 수준’의 계획을 수립하겠다고는 하지만 2024년은 1기 신도시 주민들의 기대감과 거리가 너무 멀다.

한 1기 신도시 주민은 “마스터플랜이 2024년에 나온다는데, 재정비법 제정되고 그 이후에 추진하기 시작하면 너무 오래 걸린다”며 “안전진단과 같은 재건축 관련 규제도 아직 확실히 이야기된 게 없는데 재건축을 기다리는 게 맞는지, 아니면 리모델링 같은 다른 선택지를 고려해야 하는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주택공급 촉진지역제도나 청년주거지원 종합대책 역시 이번 발표에 언급은 됐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다 추후에 발표한다는 식으로 넘어갔다. 정부는 촉진지역제도 도입 여부를 오는 2023년 1분기에 결정한다는 계획이고, 청년주거지원 종합대책은 9월 중 발표할 예정이다.

이처럼 지난 16일 발표한 정부 대책은 ‘방향성’을 다시금 확인했을 뿐 구체적인 내용은 없었다고 볼 수 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 안전진단 등 구도심 정비와 관련한 규제 완화, 민간 도심복합사업 추진 등은 후속 발표를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고 1기 신도시 정책은 체감상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무조건 빠르게 정책을 진행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지만 정부는 정책을 추진하는 시기와 그 정책이 실제로 시장에 온전히 반영되기까지 시차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기민하게 움직일 필요도 있다. 최근 부동산 시장은 이전까지의 높은 가격과 그로 인한 수요 위축으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강세장이 다시 돌아올 가능성도 있다. 정책 추진 순연으로 인한 공급 공백기가 시장 반등과 맞물리면 변동성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오는 9월부터 국토부가 발표할 정책에 얼마나 구체적인 내용이 담길지가 관건이다. 법 제·개정이 필요한 내용은 빠르게 조치하기 어렵겠지만 재건축 안전진단 규제 완화 등은 국토부 행정규칙을 변경하는 방안도 고려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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