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들 위한 ‘현대판 젖동냥’ 모유은행, 알고 계셨나요?
아기들 위한 ‘현대판 젖동냥’ 모유은행, 알고 계셨나요?
  • 최인환 기자
  • 승인 2022.08.16 15:08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기에게 가장 이상적인 ‘모유수유’, 엄마에게도 좋아
기증자의 남는 모유를 필요한 아이들에게 안전하게 가공·전달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베이비타임즈=최인환 기자] 우리나라의 모유수유율은 전 세계적으로 비교해 봤을 때 어느 정도에 위치하고 있을까?

지난 2016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에서 발표한 ‘국내 모유 수유 실태조사’에 따르면 생후 1주간에 완전모유수유를 시작한 사람은 59.5%였다. 이후 월령증가에 따라 점차 완전모유수유율(다른 음식을 먹이지 않고 모유만 먹이는 비율)은 감소하는 양상을 보였으며, 세계보건기구의 핵심지표인 생후 6개월 미만(만 5개월) 아기의 완전모유수유율(다른 음식을 먹이지 않고 모유만 먹이는 비율)은 18.3%로 나타났다.

이는 모유수유가 잘 이뤄지고 있는 국외 사례와 비교해봤을 때 비교적 낮은 수치다. 예를 들어 모유수유가 가장 잘 이뤄지고 있는 나라로 조사된 노르웨이, 스웨덴 등의 유럽 국가는 생후 3개월 미만의 완전모유수유율은 각각 70%, 60%로 우리나라의 47.5%에 비해 높았으며, 미국의 6개월 완전모유수유율은 22.3%로 18.3%를 기록한 우리나라에 비해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ㅁ 모유, 아기에게 가장 이상적인 식사

모유는 생후 6개월까지의 아기에게 가장 이상적인 ‘최고의 식사’로 꼽힌다. 모유는 아기의 성장에 맞춰 그 성분이 적절하게 변화되며, 영양분과 소화효소가 함께 들어 있어 소화·흡수에도 좋다. 또한 모유에는 면역글로불린A(IgA)와 몸속에서 병균의 번식을 막아주는 락토페린이 분유보다 훨씬 많다. 프로스타글란딘, 리소자임 및 세포 성분도 있어 호흡기, 위장관 감염에 대해 방어해주는 것은 물론이다.

이 밖에도 모유에는 신생아 알레르기의 주원인으로 알려진 β-락토글로불린이 들어있지 않아 엄마 젖을 먹고 자란 아이는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킬 확률이 낮다.

이처럼 모유가 아기에게 있어 가장 좋은 단일 영양 공급원인 만큼, 세계보건기구와 유니세프는 최대 두 돌까지 모유 수유를 권장하고 있다. 이기철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사무총장은 지난 8일 열린 ‘이른둥이 살리는 모유은행 설립과 지원 방안’ 정책토론회에서 “모유슈유는 유니세프가 오랜 기간 동안 주창해온 중요 사업 중 하나”라며 “모유수유는 아기의 두뇌 발달, 아토피 예방 등에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면역력 강화에도 효과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정성훈 교수(강동경희대병원 모유은행장)는 “아기가 먹는 모유의 양이 많을수록 인지능력과 연관된 뇌의 피질 면적이 더 넓어진다는 보고도 있다”며 “직접 모유 수유 시 아기는 엄마의 심장박동과 스킨십을 통해 정서적으로 안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모유수유는 아기에게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모유수유를 하는 엄마도 산후 우울증 예방, 유방암‧난소암 등 여성암 발생 위험이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아기와의 강력한 유대감을 형성시켜주는 것도 바로 모유수유다.

(사진=인터넷 갈무리)
(사진=인터넷 갈무리)

ㅁ 모유가 필요한 아기를 위한 곳, ‘모유은행’

하지만 여러 이유로 인해 엄마로부터 신선하게 짜낸 모유를 먹을 수 없는 신생아 및 영유아들도 있다. 지난 2017년 보건복지부에서 시행한 ‘모유은행에 대한 인식 및 모유 수요공급 예측을 위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모유 수유를 하지 않은 주된 사유로는 ‘모유량이 부족해서’가 전체의 40.9%를 차지했으며, 이 밖에 ‘아기의 건강 때문에’가 27.3%, ‘엄마의 취업 때문에’와 ‘엄마의 질병으로’가 각각 6.8%를 차지했다. 또한 지난 2006년부터 시작한 정부의 난임 부부 지원사업으로 다태아 출생이 증가고 있는데, 다태아는 조기 분만과 저체중으로 태어날 확률이 높아 신생아 중환자실에 입원하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해 엄마와 아기가 떨어져있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엄마의 모유수유 역시 부족해지는 것이다.

이렇게 모유가 부족하게 되면 옛날에는 흔히 말하는 ‘젖동냥’을 다녔겠지만 요즘에는 모유은행을 통해 공인된 기증자로부터 제공받은 저온살균 처리된 모유를 받을 수 있다. 해외의 경우 유럽 30개국에 총 281개, 북미에는 31개 등 수백여 곳의 모유은행이 운영 중이지만 국내에는 현재 강동경희대학교병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모유은행과 한국모유연구소 모유은행(밀키웨이) 두 곳만이 존재하며, 그나마 외부 병원에 입원중인 미숙아에게 기증모유를 제공할 수 있는 기관은 강동경희대학교병원 모유은행 단 한 곳이다. 이에 정성훈 교수(강동경희대학교병원 모유은행장)는 “미국, 일본, 독일, 덴마크 등 대부분의 선진국에서는 저출산 대책으로 이미 모유 은행을 운영하는 경우가 많지만, 우리나라에는 아직 부족한 실정”이라고 말했다.

모유은행은 기증자의 모유를 위생적으로 가공 후 영하 20℃에서 보관하다가 모유를 필요로 하는 아기에게 나누어 전달하고 있다. 특히 전국 신생아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는 아픈 미숙아와 건강한 미숙아에게 우선순위를 둬 모유를 공급하며 이들이 굳건히 자라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정성훈 교수에 따르면 모유은행에서의 기증 절차는 분만 후 12개월 이내의 건강한 수유부가 기증의사를 밝히면 ▲기증적합여부에 대한 상담 ▲기증동의서 제출 ▲6개월 이내에 검사 받은 혈액검사지(HIV, HBsAg/Ab, VDRL) 제출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후 소아청소년과 교수, 산부인과 교수, 국제모유수유전문가 등 7인으로 구성된 기증심사단의 김사를 거쳐 만장일치로 기증자를 선발하고 통과 시 간단한 교육과 함께 냉매를 첨부한 모유 퀵 배송으로 모유를 수거하게 된다.

이렇게 도착한 모유는 ▲날짜 미기입 모유와 3개월 이상의 모유, 훼손된 모유 폐기 ▲격리된 공간에서 엄격한 소독 후 멸균 용기에 기증자 모유 섞기 ▲ 저온살균 ▲안전성 검사 ▲라벨링 및 영하 20℃ 냉동고에서 보관을 거쳐 비로소 수혜자에게 전달된다.

정 교수에 따르면 강동경희대병원 모유은행은 2007년부터 2019년까지 13년간 1943명의 기증자에게 1만6897L의 모유를 기증받았으며, 13년간 총 2121명이 1만5565L의 기증모유를 수혜받았다. 다만 지난 2020년부터는 COVID19로 인해 모유은행의 운영이 축소됐으며 2022년 1월부터는 모유의 부족으로 인해 수혜량도 기존 120mL에서 50mL로 줄어든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하나같이 아기들에게 가장 이상적인 식사로 ‘모유’를 꼽고 있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모유수유를 받을 수 없는 아기들을 위해서 어느 때보다도 모유은행이 확충될 필요가 있다. 앞서 지난 8일 ‘세계모유수유주간’을 기념해 열린 ‘이른둥이 살리는 모유은행 설립과 지원방안’ 정책토론회에서는 현행 국내 모유은행 운영 실태 파악과 함께 해외 정책 및 입법사례 등을 살펴보면서 내년 1월부터 진행될 ‘기증모유 지원 시범사업’이 지속 가능할 수 있는 법적 기틀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진 바 있다. 향후 이러한 공론의 장을 통해 모유은행의 역할과 그 필요성이 더욱 널리 알려지고, 많은 영유아들이 그 혜택을 볼 수 있길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