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타이거는 천하무적 레슬링 선수입니다. 칼바람 펀치, 타이거 불꽃 점프 같은 최고의 기술로 링 위를 날아다니며 강력한 맞수를 무찌르지요. 하지만 경기장 밖으로 나오면 무례한 사람에게 말 한마디 못 하는 소심한 사람이 됩니다. 미스터 타이거에게는 강아지 삐삐만이 유일한 친구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릴리를 만났어요.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을 거라는 걸 한눈에 알았죠. 말을 걸고 싶은데 용기가 나지 않습니다. 말솜씨가 없어 무슨 말을 건네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래서일까요? 링 위에서의 미스터 타이거는 전과 같지 않게 형편없습니다.
릴리가 레슬링을 좋아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미스터 타이거의 불꽃 점프는 더 이상 날아오르지 못합니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인정하지 못하니 용기도 자신감도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보다 못한 동료 선수들이 릴리를 경기장에 초대하라고 말합니다.
“미스터 타이거, 네가 가장 잘하는 것은 바로 레슬링이야, 릴리가 널 좋아하게 하려고 너 자신을 바꿀 수는 없어, 넌 링 위에서 날아올라야 해.”
도대체 어떻게 해야 릴리에게 이 마음을 전할 수 있을까요. 시간이 흐를수록 고민만 쌓여갑니다. 릴리 주변을 서성이지만 다가가지 못합니다. 링 위에서의 멋진 모습은 어디로 가고 부끄럼쟁이만 남았습니다. 삐삐와 산책하다 우연히 릴리와 마주치자 수줍게 표를 건넨 미스터 타이거, 릴리와 함께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친구들의 응원이 있었기에 미스터 타이거는 링 위에서 인생 최고의 순간을 향해 날아올랐습니다. 바로 릴리 앞에서요. 몸은 상대 선수를 향해 날아가지만 그가 보고 있는 건 릴리의 사랑입니다. 용기는 악당과 싸울 때만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꾸밈없이 솔직한 모습으로 자신이 누구인지 스스로 드러낼 때 나오는 것이 바로 진정한 용기입니다.
노래 경연 프로그램 ‘복면가왕’도 생각나고 영화 ‘복면달호’도 떠오릅니다. 주인공이 자신을 감추고 드러내지 않을 때보다 가면을 벗고 진심으로 사람들과 마주했을 때 더 많은 사람들이 환호하며 좋아하는 모습을 보았어요. 가식적으로 꾸민 모습보다 있는 그대로의 주인공 모습이 훨씬 더 좋거든요.
가면이란 나를 감추는 도구이니 더 과감해질 수도 있고, 다른 사람인 척 행동할 수도 있어요. 그러니 가면을 벗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드러내는 일은 무척이나 용기가 많이 필요한 일이 확실합니다.
작가는 헌사를 통해 ‘인생에서 한 번도 날아오르지 못한 이들을 위하여’라며 이 책을 쓴 이유를 밝혔습니다. 좋아하는 사람 앞에 서는 일뿐 아니라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 앞에서 주저하지 말고, 꾸밈없는 솔직한 내 모습이 최고의 용기가 될 수 있으니 걱정 말고 날아오르라고 말합니다. 무엇을 하기도 전에 포기해버리고, 해 보지도 않고 지레 겁먹은 아이들에게 할 수 있다는 용기와 희망을 알려주고 자신감을 심어주는 멋진 이야기입니다.
있는 그대로 자신의 모습을 인정한다는 건 자신을 사랑한다는 뜻입니다. 자신을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은 다른 사람도 사랑할 수 있어요. 미스터 타이거가 릴리가 눈을 맞추며 음료 한 잔을 두 개의 빨대로 나누어 마시는 것은 이젠 나의 사랑을 릴리에게 나누어주고 싶다는 의미일 거예요. 자신도, 릴리도 똑같이 사랑하는 미스터 타이거의 용기가 인생에서 한 번도 날아오르지 못한 모든 이들에게로 전해집니다.
주저하고 망설이는 일이 있다면 미스터 타이거의 도움을 받아보세요. 불꽃처럼 날아와 당신의 어깨에 용기를 나누어 줄 거예요. 미스터 타이거처럼 당신도 있는 그대로가 정말 좋은 사람이랍니다.
글쓴이·김선아
그림책씨앗교육연구소 대표
그림책을 좋아하여 여러 사람들과 그림책을 나누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