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둥이 살리는 ‘모유은행’, 어떻게 나아가야 하나?
이른둥이 살리는 ‘모유은행’, 어떻게 나아가야 하나?
  • 최인환 기자
  • 승인 2022.08.08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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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 법령상 모유 분류 기준 없어"...해외서는 식품으로 인식
시설·인프라 구축, 기증자 인식 재고 관건..."공익적 접근 필요해"
8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이른둥이 살리는 모유은행 설립과 지원 방안은?' 정책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베이비타임즈 최인환 기자)
8일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이른둥이 살리는 모유은행 설립과 지원 방안' 정책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최인환 기자)

[베이비타임즈=최인환 기자] 신현영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은 매년 8월 1일~7일 세계모유수유연맹에서 정한 ‘세계모유수유주간’을 기념해 8일 오전 ‘이른둥이 살리는 모유은행 설립과 지원 방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8일 오전 국회의원회관 제3세미나실에서 열린 이번 토론회는 신현영 의원과 대한모유수유의학회·대한신생아학회·유니세프한국위원회가 공동주최한 것으로 현행 국내 모유은행 운영 실태 파악과 함께 해외 정책 및 입법사례 등을 살펴봄으로써 공론화를 통해 정부 시범사업이 지속 가능할 수 있도록 법적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개최됐다.

앞서 신현영 의원은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정감사에서 ‘공공모유은행 설립 필요성 검토'를 제안한 바 있다. 이후 보건복지부와 식약처는 기증모유 지원 시범사업 연구와 유통 중인 모유 안전성 실태조사를 실시한 후, 최종적으로 내년 1월부터 이른둥이에게 무료로 모유를 제공하는 ‘기증모유 지원 시범사업'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8일 열린 '이른둥이 살리는 모유은행 설립과 지원방안은?' 정책토론회에서 개회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베이비타임즈 최인환 기자)
신현영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8일 열린 '이른둥이 살리는 모유은행 설립과 지원 방안' 정책토론회에서 개회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최인환 기자)

신현영 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이른둥이를 위한 모유를 먹일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은 매우 중요하다”며 “기증모유에 대한 국가 차원의 공적관리를 통해 믿고 신뢰할 수 있도록 공공의료에서 챙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번 토론회를 통해 저출생 시대, 모유은행 설립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해 알릴 뿐만 아니라 정부 차원의 운영·관리, 지원에 대한 근거 법 마련 등에 대해 심도있게 논의하고, 이를 통해 시범사업 이후 권역별 모유은행이 설립돼 운영될 수 있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기철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사무총장이 8일 열린 '이른둥이 살리는 모유은행 설립과 지원방안은?' 정책토론회에서 인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베이비타임즈 최인환 기자)
이기철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사무총장이 8일 열린 '이른둥이 살리는 모유은행 설립과 지원 방안' 정책토론회에서 인사를 전하고 있다. (사진=최인환 기자)

이기철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사무총장은 “모유수유는 유니세프가 오랜 기간 동안 주창해온 중요 사업 중 하나”라며 “모유수유는 아기의 두뇌 발달, 아토피 예방 등에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면역력 강화에도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모유은행은 유럽 30개국에 총 281개, 북미에는 31개로 수백여 곳이 운영 중이지만 국내에는 강동경희대학교 병원 단 한 곳에만 존재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가장 작고 약하게 태어난 아기들도 세상의 빛을 건강히 마주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전했다.

이우령 대한모유수유의학회 회장은 “그동안 출산율 감소에도 이른둥이의 비율은 증가해왔다”며 “기존에는 이른둥이의 생존이 신생아를 돌보는 의료진의 목표였다면 현재는 이들이 합병증 없이 잘 성장해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자리잡게 하는 것으로 그 목표가 바뀌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러기 위해서는 영양지원이 중요한데 이른둥이의 경우 산모들이 출산 초기 모유수유를 진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모유은행 설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문성 대한신생아학회 회장은 “모유는 모든 신생아에게 가장 이상적인 영양공급원”이라며 “신생아에게 모유는 혈액 못지않게 중요한 체액이지만 이에 대한 관리법이 없어 현재까지 몇몇 의료기관의 노력을 통해 모유은행이 유지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보완·경제적 지원 등의 뒷받침이 필요하며, 늦었지만 근거가 명확한 모유수유 활성화에 힘을 실어야 한다”고 전했다.

이어진 토론회에서는 신손문 교수(유니세프한국위원회 BFHI 위원장·인제대 부산백병원)가 ‘모유은행의 필요성 및 지원방안’을 주제로 ▲이른둥이에 대한 기증모유의 필요성과 모유의 효과 ▲기증모유와 모유은행의 수요조사 연구 결과 ▲모유은행의 운영과 기증모유 제공 방식 ▲법적 근거 마련 필요성 등에 대해 발표했다.

신손문 교수는 발제를 통해 “기증모유는 식품으로도 인체유래물로도 생각할 수 있어 이에 대한 법률적 정의부터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기증모유 및 그 관리를 위한 법적 근거 마련을 촉구했다. 또한 “충분한 양의 기증모유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모유 기증자를 확보하는 것이 필수 요건”이라며 모유은행에 대한 지원과 함께 모유 기증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 활동이 필요함을 강조했다.

8일 열린 '이른둥이 살리는 모유은행 설립과 지원 방안은?' 정책토론회에서 참가자들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베이비타임즈 최인환 기자)
8일 열린 '이른둥이 살리는 모유은행 설립과 지원 방안' 정책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기념 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최인환 기자)

이어 본격적인 토론에 앞서 정성훈 교수(강동경희대병원모유은행장·강동경희대병원)가 ‘국내 모유은행의 현실’, 최창원 교수(분당서울대병원)가 ‘모유은행의 필요성’, 김주경 입법조사관(국회입법조사처, 보건복지여성팀)은 ‘외국 사례를 참고한 모유은행 제도화 시 고려할 사항’에 대해 발표했다.

정부 부처에서는 김홍태 전문관(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안전정책과)과 최영준 과장(보건복지부 출산정책과)이 참석해 정부의 모유은행의 운영·관리와 지원 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정성훈 교수는 “북미에서 기증 모유는 식품으로 분류돼 식품의약에 관한 법률(Food And Drugs Act and Regulations)에 의해 규제받지만 국내에서는 식품과 인체유래물, 기능식품, 약물 중 어느 것인지 정의조차 모호하다”며 “현재 모유은행은 기증자로부터의 무료 기증을 통해 운영되고 있으며 기증받은 모유는 엄격한 기준에 따라 공정을 거쳐 관리·수혜자에게 전달되고 있다”고 전했다.

최창원 교수는 “2014년부터 출생체중 1500g 미만의 초극소저체중출생아들을 대상으로 완전모유수유를 시작했다”며 “강동경희대병원에 요청해 기증받은 모유를 지급받고 있지만 코로나 팬더믹으로 인해 현재 모유공급이 중단되고 모유수유비율도 급감했다”고 밝혔다.

최 교수는 “이러한 점을 고려하면 모유은행이 확보돼야 실제 조산아를 진료하는 현장에서 가이드라인에 맞춰 모유수유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모유은행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김주경 입법조사관은 외국의 모유은행 사례 검토 및 시사점을 바탕으로 우리나라에서 모유은행 설치·운영 법제화 시 고려해야 할 점 및 쟁점에 대해 설명했다.

김주경 조사관에 따르면 북미모유은행연합(HMBANA)에 속하는 미국의 모든 모유은행은 미국 법률에 의거한 비영리기관으로 기본적으로 식품의약처(FDA)의 규제를 따르고 있다.

김홍태 식품의약품안전처 전문관은 “현행 법령상 모유를 어떻게 분류해야 할지 마땅한 기준이 없다”며 관리 체계 개정·신설이 필요함을 밝혔다.

김 전문관은 “모유와 식품의 관리 체계가 다르며 이러한 부분에서 식약처도 고민이 있다”며 “식약처도 모유은행이 설립되고 영유아에게 안전하게 공급될 수 있도록 필요한 역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영준 보건복지부 출산정책과장은 “전반적인 사업의 청사진은 나와있다”며 “현실적인 고려 사항으로는 당장 모유은행을 소화할 수 있는 시설·인프라 구축이 가능한지, 기증자의 인식을 재고하고 충분한 수의 기증자를 확보할 수 있는지 등이다”고 밝혔다. 

아울러 “공익적 목적으로 먼저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입법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 앞서 말씀해주신 내용들 참고해서 좋은 사업계획을 추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전했다.

이어진 자유 토론에서 신손문 교수는 “모유를 인체유래물로 분류 시 기준이 더 강화될 수밖에 없다”며 “아기에게는 식품으로써의 기능이 더 강한 만큼 너무 엄격한 규제는 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문성 회장은 “결국 모유를 어떤 방향에서 바라보고, 법령을 어떻게 해석하느냐의 문제”라며 “해외에서는 모유를 식품으로 보고 있다. 일반적인 수준에서 생각하는 자세가 필요하며 좀 더 너그러운 방향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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