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발달단계 맞지 않아”...‘만5세 입학’ 철회 토론회 열려
“아동 발달단계 맞지 않아”...‘만5세 입학’ 철회 토론회 열려
  • 황예찬 기자
  • 승인 2022.08.04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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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정책인가...교육격차 해소와도 안 맞아
“유치원 이미 공교육 일부...유보통합·의무교육 나아가야”
(사진=황예찬 기자)
(사진=황예찬 기자)

[베이비타임즈=황예찬 기자] 교육부가 내놓은 ‘만5세 초등입학’ 학제 개편에 대해 반대 여론이 거센 가운데, 다양한 분야의 관계자들이 개편안 철회를 주장하고 나섰다.

4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는 ‘만5세 초등학교 입학 추진 철회를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 참여자들은 다양한 근거를 제시하며 교육부가 제시하는 ‘만5세 입학’ 논리가 빈약하다고 지적했다.

◆ 아이·부모 모두 ‘NO’...“누구를 위한 정책인가”

우선 만5세가 초등학교에 들어가 초등 교육을 받기에 너무 이른 나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발제자로 나선 박창현 육아정책연구소 미래교육연구팀장은 만5세 취학을 할 만큼 유아의 발달이 빠르고 조숙하다는 의견에 “유아가 조숙한 것과 학교갈 준비가 될 만큼 발달적으로 성숙하다는 의미는 다른 개념”이라고 일축했다.

박 팀장은 “영유아의 개인발달차가 큰 취학 전 영유아에게 초등학교, 학령기로의 전이는 매우 큰 발달적 과업”이라며 “수많은 발달학자와 교육학자들이 연구한 근거에 따라 전조작기의 유아들이 천천히 초등으로 이행하도록 돕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러한 과정에서 유·초연계 등의 개념이 생겨났고, 지금 정부 국정과제에도 이 개념이 들어있다”며 “입학 연령 하향은 지금 국정과제와도 상충한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사진=황예찬 기자)
박창현 육아정책연구소 미래교육팀장은 "유아가 조숙한 것과 학교갈 준비가 될 만큼 발달적으로 성숙하다는 의미는 다르다"고 전했다. (사진=황예찬 기자)

권정윤 성신여대 유아교육과 교수는 “만 5세는 아직 유아기를 충분히 즐기고 뛰어놀아야 하는 유아지 초등학교 학생이 아니다”며 “이들을 조기 취학시킨다면 학교 부적응자를 더 많이 양산할 가능성이 크다. 그 피해는 유아와 학부모, 우리 사회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고 지적했다.

정옥희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 연구위원도 “애초에 유아교육과정과 초등교육과정이 분리된 이유는 발달 과정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정 연구위원은 “유아는 전조작기에 해당하는데, 이 시기는 개인 안의 발달 격차가 매우 크기 때문에 인지적 학습 중심이 아니라 철저하게 개별화 교육이 이뤄져야 하는 시기”라고 전했다.

‘교육격차와 불평등 해소’라는 교육부의 목적과 달리 조기 입학이 사교육을 부추기고 부모의 부담을 더 키울 것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정지현 사교육걱정없는세상 공동대표는 “이미 수많은 커뮤니티에서 ‘초포자’ ‘7세 경단녀’라는 단어가 등장한다”며 “발달 단계에 맞지 않게 1년을 앞당겨 아이를 입학시키게 된 부모들의 염려와 불안을 어떻게 책임지려고 하느냐”고 토로했다.

정옥희 연구위원은 “교육격차는 아동이 속한 사회적 여건이 달라서 생기는 것인데, 이걸 취학연령 하향으로 해결할 수 없다. 오히려 사교육에 더 매달리게 될 것”이라며 “진정 교육격차 해소를 원한다면 육아 무상교육을 더 확대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권 교수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모든 것이 ‘셧 다운’ 됐을 때 긴급 보육과 교육에 나섰던 기관은 어린이집과 유치원이었다”며 “오히려 초등학교에 갔던 학부모들이 발을 동동 굴러야 했고, 차라리 유치원을 부러워하는 학부모도 많았다”고 전했다.

이어 “이 정책대로라면 학부모의 자녀 돌봄 시간은 훨씬 늘어나게 되고 아이들을 학원 등 사교육 기관에 위탁하거나 부모 자신이 직장을 그만둬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될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만5세 입학은 학부모의 스트레스, 경력 단절, 사교육비 과중 요인이 되어 저출산 분위기를 증폭시키는 결과로 작용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발제자 및 토론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황예찬 기자)
발제자 및 토론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황예찬 기자)

◆ 유치원도 공교육...유보 일원화·의무교육 나아가야

이날 토론회에서 여러 차례 지적된 부분 중 하나는 만5세가 다니는 유치원 역시 공교육으로 봐야 한다는 점이었다. 이미 공교육으로 지원받고 있는 만5세 유아를 초등학교에 한 해 먼저 입학시키면서 ‘공교육으로 들어오게’ 한다는 것은 말이 안 맞는다는 지적이다.

박창현 팀장은 “유치원은 교육기본법, 유아교육법 상 ‘학교’이며 유아교육법 24조에 따라 무상교육을 하고 있다. 다만 내용과 범위에서 부분 무상일 뿐”이라고 강조했다. 박 팀장은 “새 정부 들어 유아학교로 명칭을 바꾸고, 유보 일원화를 하고, 3~5세 완전 무상을 시행한 이후 의무교육으로 가려는 유아교육계와 보육계의 로드맵이 있다”면서 “만 3~5세부터 유아교육법상 완전 무상을 하고, 4~5세까지 의무교육을 한다면 국가책임 유아교육을 해낼 수 있다”고 전했다.

고효선 서울특별시교육청 교육정책국장도 “유아교육은 이미 공교육 체제에 속해있다고 볼 수 있다”며 “이미 존재하는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 유아 정책에서 개선방안을 찾아 재원을 투자하고 지원을 강화해 풀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 방청을 위해 참석한 한 사립유치원 교사도 “교육부는 왜 출발선 평등을 조정하는 학급에 유치원을 포함할 생각을 하지 않는지 궁금하다”며 “유치원을 국가에서 의무교육으로 품어 출발선 평등을 구현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게 아이들을 위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회 좌장을 맡은 반성진 전북대학교 교수가 장홍제 교육부 학교 (사진=황예찬 기자)
이날 토론회 좌장을 맡은 반상진 전북대학교 교수가 장홍재 교육부 학교정책혁신관에게 질문하고 있다. (사진=황예찬 기자)

한편 이날 토론자로 참여한 장홍재 교육부 학교정책혁신관은 “국가 교육책임을 강화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있었고, (개편안은) 유보통합이나 초등전일제 등 고민의 연장 선상에서 제시된 것”이라며 “확정된 정책을 발표하는 자리는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며칠 간 계속 이야기가 있었는데, 전체적으로 모든 방향으로 열려 있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며 “유치원과 초등 단계, 특히 만 4~5세 유아를 위해 국가가 어떤 방식으로 책임져야 할지 다양한 의견을 적극 고려해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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