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직장맘에게 ‘초등 전일제학교’가 희망이 될까?
[취재수첩] 직장맘에게 ‘초등 전일제학교’가 희망이 될까?
  • 김정아 기자
  • 승인 2022.07.07 14:5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병욱 의원, 지원법안 제정 위한 정책 토론회 개최
운영주체 두고 이해당사자 간 입장 차이 커
(사진=김정아 기자)
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김정아 기자)

[베이비타임즈=김정아 기자] 직장을 다니는 엄마들(이후 직장맘’)가장 많이, 깊게퇴사를 고민하게 되는 시점은 아이가 초등학교를 입학할 때다. 이전까지는 퇴근 전까지 아이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맡길 수 있어 힘들지만 어찌어찌 일과 가정을 병행한다. 하지만 아이가 초등 1학년이 되니 12시나 오후 1시면 끝나 집으로 오는 난감한 상황이 벌어진다.

그나마 초등돌봄교실을 이용할 수 있는데, 대기자가 20179226명에서 202021300명으로 2.5배 증가한 것에서 알 수 있듯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수요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방과후학교도 이용해 볼 수 있다. 하지만 인기 강좌는 금방 마감되고, 수강 후 하교 문제 등 걸림돌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할 수 없이 직장맘들은 학원셔틀을 이용한다. 피아노학원에서 미술학원, 태권도... 또 다른 학원으로 이어지는 순례를 도는 아이들. 안전에 대한 불안감과 이러다 우리 아이만 뒤처지는 것 아닌가 하는 또 다른 불안에 직장맘은 어쩔 수 없이 경력단절여성이 되기로 결정한다.

부리나케 퇴근하지 않아도 되는 초등 전일제학교기대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에 교육과 돌봄의 국가 책임 강화를 담으며 방과후 교육활동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초등 전일제학교운영과 초등돌봄 20시까지 단계적 확대라는 정책을 내놓았다.

대선에서 약속한 대로만 된다면 현재 20년 넘게 학교에서 운영하고 있는 방과후학교와 초등돌봄교실이 질적 변화를 통해 종합적인 대안으로 거듭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직장맘들은 기대가 크다. 상사 눈치 보며 부리나케 퇴근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학교가 아이를 퇴근 전까지 넉넉하게 맡아줄 것 같은 초등 전일제학교라는 명칭도 눈길을 끈다.

양질의 방과후학교, 초등돌봄은 여성의 일·가정 양립을 가능하게 해 저출산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방안이자 사교육비 경감, 저소득층과 사회 취약계층의 교육격차 해소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핵심정책이라고 말한다.

이에 그동안 법령상의 근거 없이 교육부 교육과정 총론에 따라 운영되던 방과후학교와 초등돌봄교실을 초등 전일제학교로 아우르는 지원법안 제정을 위해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김병욱 의원(국민의힘, 포항시남구울릉군)이 주최한 이 토론회로 초등 전일제학교논의가 본격화됐다.

지난 5일 열린 토론회에서 발제자를 비롯한 10명의 토론자 모두 이해당사자간의 사회적 합의와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한 단초를 토론회의 의미로 삼았다. 하지만 유보통합못지않게 이해당사자의 입장이 각기 다르다는 걸 확인할 수 있는 자리였기에 앞으로 사회적 합의에 이르는 과정이 쉽지는 않아 보였다. 김병욱 의원은 이 토론회를 바탕으로 각계 의견을 수렴해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주제 발제를 한 이현희 한국교육개방원 연구위원. (사진=김정아 기자)
주제 발제를 한 이희현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 (사진=김정아 기자)

교육(지원), 지자체 운영... 중간지원조직도 필요

그동안 전일제 법제화를 위한 의원들의 발의와 교육부의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더 놀이학교’, ‘온종일 초등학교제등으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비롯한 다양한 기관과 부처의 연구와 의원 발의가 있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교원단체와 돌봄노조 등의 입장차이와 갈등으로 추진이 좌초됐다. 문제는 운영주체에 있다.

토론회에서 초등 전일제학교의 정책방향과 과제라는 주제발표를 한 이희현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위원은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안했다. 1-기존 방식으로 학교에서 운영하되, 지역사회와 연계·협력해 운영시간 확대, 2-방과후활동을 정규교육과정과 이원화해 학교 공간은 활용하되, 운영주체는 교육(지원)청이나 일반지자체, 중간지원조직이 맡음 3-기존 정규 교육시간을 휴식, 놀이 및 여가활동, 체험활동 시간 등을 확대·포함해 연장 등이다.

각 안에 대한 문제점도 지적했다. 1안은 학교와 교원의 부담을 줄여야 하는 난제를 해결해야 하고, 2안은 운영주체가 누가 될 것인가와 관련한 이해집단 간 갈등 해결과 정규교육시간과 별도로 이뤄지는 방과후활동에 대한 책임소재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며, 3안은 돌봄과 교육을 엄격하게 구분하는 학교 및 교원들의 큰 저항과 장기적으로 교육과정 및 초등 학제에 대한 개편과 연결된다는 점 등을 들었다.

그는 초등 전일제학교의 정책은 아동의 관점에서 유의미한 경험이 가능하도록기본 방향을 잡아야 하며, 학부모와 학생의 자율적 참여와 선택 보장, 지역별 여건 고려한 자율 운영 및 공공성 확보, 학교와 교원의 업무부담이 본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지지 않도록 경계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근 방과후학교와 초등돌봄교실 개선 방안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교육(지원)청과 지자체로 운영주체를 이관하는 방안을 포함한 정책적 검토가 이뤄지고 있다일반행정과 교육행정을 연계·협력할 수 있게 하는 중간지원조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 안으로 초등전일제학교지원센터(가칭)’의 설치를 제안하며, 법안에 운영주체 및 역할에 대해 명확히 해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정리했다.

(사진=김정아 기자)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김정아 기자)

교사 부담 덜어내는 방향” vs “위탁은 법제화에서 빼야

발제에 이은 지정토론은 각 5분이라는 시간제한 탓에 발제안을 두고 교사와 돌봄전담사, 방과후강사 등 참석자 각자가 입장을 표방하는 시간이 되어버렸다. 상대방의 의견을 더 논의해 볼 수는 없었다.

유윤식 교사노조연맹 정책위원장은 2안에 공감을 표하며 “‘수요자 중심의 질 높은돌봄시스템과 방과후학교를 구축하기 위해서는 돌봄운영은 교육청과 지자체가, 시설 제공은 학교와 지역사회가 해야 한다고 해 교육과 돌봄의 주체를 명확하게 분리할 것을 주장했다.

특히 왜 저출산 해결책을 학교에서 오랫동안 아동을 돌봐주면 해결된다고 생각하는가라고 질문하며, “아이들에게 부모와 함께하는 저녁이 있는 삶이 필요하기에 실효성 있는 노동정책이 필요하다고 해 눈길을 끌었다. 결국 국가 책임하에 학교 외 교육청·지자체 등이 학교 안팎에 인프라를 구축하고 전담·전문인력을 배치하는 방향으로 풀어가야 한다며 교사 부담을 덜어내는 방향으로 정책이 설계돼야 함을 강조했다.

손재광 방과후강사노동조합 부위원장은 현재 방과후학교는 구조상 강사가 수업의 모든 것을 책임져야 하는 상황으로 공적 기능이 많이 약해진 상태라며, “초등 전일제 법안에 재정지원과 운영의 안정성 확보뿐만 아니라 공공장소에서 공공적 교육을 받는 교육의 공공성에 대한 것도 확실하게 명시해야 한다고 했다.

중간조직이 위탁으로 갈 수 있다는 우려에 법제화에서 위탁은 빼야 한다는 구체적인 주장도 나왔다. 정현미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전국돌봄분과장은 돌봄노동자에 대한 존중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학교 내 갈등 해결을 위해 방과후 돌봄 교장을 임명, 정규수업과 방과후 돌봄을 분리해 책임감 있게 운영할 수 있는 독립조직을 따로 둬야 한다고 했다.

장경아 서울시교육청 초등교육과 장학관은 학교 현장에서 방과후학교와 돌봄의 운영체제와 성격을 다르게 보고 있어, 갈등 상황이 생길 수 있으므로 초등 전일제학교에 대한 정의, 목표, 모습 등을 더 명확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김병규 교육부 교육복지정책국장은 초등 전일제학교는 대통령 공약일뿐 아니라 여야 없이 공감대를 가지고 있고 국민적 필요성도 높기에 재정확보 문제는 잘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방과후학교와 돌봄을 이분법적으로 나누면 안 되고 초등 전일제학교 체제 아래 논의되어야 한다고 정리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김병욱 의원은 토론회를 바탕으로 각계 의견을 수렴해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사진=김정아 기자)
토론회를 주최한 김병욱 의원은 토론회를 바탕으로 각계 의견을 수렴해 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사진=김정아 기자)

김 의원, “옳고 그름 아니라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접근해야

토론회 마무리 발언에서 실제 아이를 키우며 겪은 현실에서 나온 법안의 필요성을 피력한 김병욱 의원은 초등 전일제학교를 옳으냐 그르냐의 문제로 접근할 것이 아니라 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가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해 참석자들의 공감을 샀다.

그는 교육 불평등, 교육격차, 저출산, 사교육 증가, 경력단절 등의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방과후학교와 돌봄을 함께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하며 지역별 계층별 차이 없이 평등하게 운영되려면 재원은 교육부에서 교부금으로, 업무는 지자체에서 맡는 것이 맞다는 사견을 내놓기도 했다. 그는 교육 수요자들이 만족할 방안을 마련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과연 법안이 직장맘들을 미소 짓게 할 수 있을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