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이, 낳아야 할까요”...임신 갈등 해법은?
“이 아이, 낳아야 할까요”...임신 갈등 해법은?
  • 황예찬 기자
  • 승인 2022.07.05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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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의 ‘등록될 권리’...출생통보제 찬반 양론
출생 신고 원치 않는다면...“보호출산제로 익명성 확보해야”
(출처=픽사베이)
(출처=픽사베이)

[베이비타임즈=황예찬 기자] 최근 미국 연방대법원은 낙태 권리를 보장하는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으면서 낙태권을 폐지했다. 이에 미국은 향후 주별로 관련 입법을 통해 낙태를 금지할 수 있게 됐다.

이와 더불어 국내에서도 태아와 출산, 그리고 신생아 관련 제도를 향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우선 지난 3월 국무회의를 통과한 ‘가족 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안’, 일명 ‘출생통보제’가 주요 화두다. 출생통보제란 아이가 출생한 의료기관의 장이 시·읍·면의 장에게 아이의 출생 사실을 의무적으로 통보하게 하는 제도를 말한다. 출생신고 누락으로 벌어지는 아동 인권 침해를 줄인다는 취지다.

다른 하나는 지난 2020년 12월 김미애 국민의힘 국회의원이 발의해 눈길을 끌었던 ‘보호출산에 관한 특별법안’, 즉 ‘보호출산제’다. 보호출산제는 임산부가 일정한 상담을 거쳐 자신의 신원을 감춘 채 의료기관에서 출산할 수 있도록 하는 ‘보호출산’을 보장하는 제도다. 특정한 이유로 가족이나 다른 사람에게 출산 사실이 알려지는 것이 두려워 낙태를 선택하거나 신생아를 유기하는 일이 없도록 한다는 취지다.

두 법안 모두 아직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않은 가운데, 지난 4일 국회에서는 두 제도의 병행 도입에 관한 의견을 나누는 토론회가 열렸다. 토론회는 보호출산제를 주장한 김미애 의원실이 주관했다.

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황예찬 기자)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앞줄 왼쪽에서 네번째)과 김기현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앞줄 왼쪽에서 다섯번째)를 비롯한 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황예찬 기자)

◆ “안전한 출산·아동 생명권 지킬 것” vs “국가적 인프라 지원이 중요”

발제를 맡은 전북대학교 신옥주 교수는 독일의 신뢰출산제도를 소개하며 보호출산제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견해를 밝혔다.

독일은 지난 1999년부터 산모의 완전한 익명성을 보장하기 위해 아동위탁제도를 운영해왔다. 이후 이러한 제도가 아동의 뿌리를 찾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판단이 나오자 2013년에는 신뢰출산법을 제정하고, 일정 기간까지 산모의 익명성을 보장한 뒤 아동이 자신의 뿌리를 찾을 수 있게 하는 ‘제한적 익명 출산’ 개념을 도입했다.

신 교수는 “독일의 신뢰출산제도는 여성들이 얼마나 이 제도를 많이 이용했는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여성들이 그만큼 다양한 선택지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 중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당연한 선택지 중 하나로 신뢰출산제가 제시됐을 때 유기나 완전익명출산보다 신뢰출산을 선택하는 비중이 높아졌다”고 강조했다.

다만 “이는 원가정 양육에 방점을 둔 제도가 아니고 여성들이 다양한 방법을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개념인데, 왜 원가정 양육에 관한 내용이 들어가야 하는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김미애 의원이 발의한 보호출산제 법안에는 ‘보호출산을 하기 위해서는 보건소 또는 복지부 장관이 허가한 상담기관에서 원가정 양육 및 보호출산 등에 관한 상담을 받아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박리현 한국가온한부모복지협회 대표는 “보호출산제는 경제적·사회적 이유로 의료기관에서 출산하지 못했던 산모가 안전하게 출산할 수 있도록 유도할 수 있고, 출생통보제는 그 자녀에 대한 출생통보가 이뤄질 수 있게 한다”며 “두 법안이 성립된다면 사각지대에 놓인 위기 임산부의 안전한 출산을 돕고 아동의 생명권을 지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 참석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황예찬 기자)
토론 참석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황예찬 기자)

한편 법안에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김현진 교수는 “출생통보제 개정안에는 출생 사실을 통보받은 지자체장이 출생 신고를 하도록 하고 있는데, 비밀유지가 필요한 정보가 노출되고 이를 상담 기관의 장에게 통보하는 등 절차가 복잡하다”며 “프랑스와 같이 중앙집권적인 국가심의회와 실무를 담당하는 지역 단위의 아동보호센터를 활용해 소수의 전문 인력을 교육하고 운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재연 대한산부인과의사회 회장은 출생등록제와 보호출산제 모두에 비판적인 의견을 내놨다. 김 회장은 “산부인과 의사는 의료인이지 행정가가 아니다”면서 “심사평가원이 통보의 주체가 되는 방법도 있는데, 의료기관의 장이 통보 주체가 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또한 “보호출산제는 방법론에서 문제가 있다”며 “보호출산제는 곧 내가 나의 신분을 숨기고 싶어하는, 익명성을 원하는 사람이 선택하는 것인데 그렇다면 그 보호출산의 대상자는 누가 결정하느냐”고 물었다.

아울러 “임신과 출산으로 어려움에 처한 임산부를 돕기 위해서는 위기임신 출산에 대한 사회적 지원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면서 “정말 여성의 건강을 생각한다면 보호출산제와 출생통보제보다 국가 기관으로 위기임신출산지원센터를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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