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기업인 인터뷰⓶] “리더의 시장을 읽는 눈, 신뢰 마케팅이 성공의 키”
[여성기업인 인터뷰⓶] “리더의 시장을 읽는 눈, 신뢰 마케팅이 성공의 키”
  • 김정아 기자
  • 승인 2022.06.29 16:37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빵제과업계 숨은 강자, ㈜디엔비 신영이 대표이사
20평 빵집에서 160억 매출 제과제빵 전문기업으로 성장

여성기업 277만 시대다. 전체 기업의 40%를 넘는 수치다. 하지만 매출 비중은 전체의 10%에 불과한 상황. 앞으로 여성기업의 더 많은 발전과 성장이 필요한 이유다. 베이비타임즈는 여성기업 활성화와 여성 경제활동 확대가 인구문제, 일자리 창출의 해법이라는 견해에 동의한다. 성공한 여성기업인이 걸어온 길은 미래의 여성기업인, 경제활동 여성에게 또 다른 길을 내줄 수 있다. <편집자 주>

신영이 (주)디엔비 대표. 한국여성경제인협회 경기북부지회장이기도 하다. (사진=김정아 기자)
신영이 (주)디엔비 대표. 한국여성경제인협회 경기북부지회장이기도 하다. (사진=김정아 기자)

그와 잠깐 대화를 나누면 부드럽고 소박한 면모에 지난해 160억 매출을 달성한 기업의 대표라는 타이틀이 실감 나지 않는다. 하지만 25년 가까이 여성기업인으로 걸어온 여정을 듣고 나면 강인한 모성을 바탕으로 한 따뜻한 리더십과 함께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느끼게 된다.

언제든 중심을 잃지 않고 상대방에 공감하며, 필요할 때는 솔직할 수 있는 용기를 가진 리더십. 이런 그의 면모가 사람들의 마음에 깊게 오래 스며들어 진심을 얻음으로써, 20평 작은 빵집에서 직원 두 명으로 시작한 사업이 직원 100여명이 매출 200억을 향해 함께 달리고 있는 지금의 기업으로 우뚝 서게 했다.

순수 우리 기술 도넛과 1인 피자빵으로 일군 성장

여성기업인 시리즈의 두 번째 주인공 디엔비 신영이 대표. 그는 순수 우리 기술로 만든 도넛과 지속적으로 개발한 120여 가지 빵을 대형마트는 물론 4대 편의점과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판매해 지난해 160억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코로나19로 매출이 급감한 2020, 직원들의 협조와 발 빠른 대응으로 판매망을 구축해 극복한 역대 최고 실적이라 의미가 더 컸다.

한국여성경제인협회 경기북부지회 제4대 지회장이기도 한 그는 8년간의 간호사 생활을 뒤로 하고 우연히 하게 된 프렌차이즈 빵집 경영에서 사업의 재미를 깨달았다. 이에 유통판매만 아니라 제조까지 하는 제과제빵업에 도전하고자 1998년 고양시 토당동에 자리를 잡고 디엔비 베이커리를 열었다.

강산이 두 번도 더 변한 세월 동안 그는 수많은 문제에 직면했고, 그럴 때마다 흘린 눈물 속에서 깊이 고민하고 생각한 끝에 답을 찾을 수 있었기에 지금에 이르렀다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 기술로 만든 도넛을 제과제빵 사업의 첫 아이템으로 정한 것을 보면 틈새시장을 읽는 사업가의 기질이 이미 존재하고 있었던 듯하다.

프렌차이즈 대기업 빵집이 제빵시장을 석권하고 있었기에 도넛을 만들어야 잘 팔릴 것 같았다. 도넛도 이미 외국 브랜드가 있었지만 우리 기술로 만든 건강한 도넛을 선보이면 로열티를 주는 게 아니니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

기회는 빨리 찾아왔다. 개업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빵집 근처 LG마트행신점(현 롯데마트행신점) 구매담당자가 빵 맛을 보게 됐고, 맛있다며 행사를 제안했다.

에스컬레이터 옆 동선이 좋은 공간에 판매부스를 주었고, 20년 전 하루에 100만원 가까이 매출을 올리자 LG마트 전점에서 팔아보자는 제안이 왔다. 하지만 물량을 댈 수 있는 여건이 아니라서 일주일 간격으로 지점을 순회하며 행사를 했다. 직원도 8명에서 10명으로 점점 늘어났고, 도넛에 소비자 입맛이 지겨워지지 않을까 싶어 빵도 개발했다.”

LG마트 판매를 시작으로 디엔비는 홈플러스, 이마트 등 대형마트에 입점하게 됐고 4대 편의점 직접 납품으로까지 이어졌다. 이후 서구화된 아이들의 입맛에 맞춰 육가공을 이용한 1인용 피자빵을 처음 개발하면서 학교 급식과 군납이 이뤄지며 판매처는 점점 다양해졌다.

(사진=(주)디엔비 제공)
도넛 생산라인. HACCP(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에 맞춘 위생 환경에서 생산이 이뤄진다. (사진=(주)디엔비 제공)

40% 핸드메이드, 소비자의 변함없는 선택 이끌어

그사이 빵집은 2001디엔비로 법인화되고, 신 대표는 2000평 부지에 HACCP(식품안전관리인증기준)에 맞춰 위생이 강화된 공장을 새로 지으며 소비자와의 신뢰를 쌓아 갔다. 이후 기술혁신중소기업, 경기도유망중소기업 인증, ISO(국제품질경영시스템) 인증, 경기도우수여성기업 선정 등 인정받는 제과제빵 전문기업으로 성장했다.

소비자들의 변함없는 선택이 지금의 디엔비를 있게 했다. 빵이 맛있다는 말을 많이 듣는데, 아마도 생산 전 과정을 자동화하지 않고 40% 정도는 손으로 하는 핸드메이드 과정에서 맛의 차이가 나는 것 같다. 소비자는 그 차이를 정확하게 안다. 또한 보존제를 사용하지 않고 밀가루부터 육가공 제품까지 최상의 상품을 사용하는 것을 철칙으로 하고 있다.”

실제로 디엔비 홈페이지에는 학생, 군인 시절에 먹었던 빵 맛을 잊지 못해 개인주문이 가능하냐는 질문이 수없이 올라와 있다.

직원 중 70%가 여성, 고령 직원도 근무

디엔비 직원 중 30여명은 15~20년 넘게 근무하고 있다. 창업 멤버도 8명이다. 사업 초창기 제빵 기술을 알지 못하고 시작해 기술을 무기 삼는제빵기술자에게 하고 싶은 말을 꾹 참고 견디며 내 사람을 만들 수밖에 없었다는 그는 직원과의 관계 속에서 리더로서 성장해왔다고 말한다.

직원들의 부족을 채근하기도 하는데 그런 날은 집에 가도 마음이 편치 않다. 그러다 회식 때 잔소리해서 미안하다 하니 직원들이 사장 마음 다 안다고 하는 거다. 서운했을 거라 생각했는데 같은 마음이었던 거다. 그동안의 성과가 내가 잘해서라고 생각했는데 그 순간 이들의 땀과 노력으로 회사가 이만큼 왔구나, 절감하고 경영인으로서 나를 다시 돌아보게 됐다.”

제과제빵이 여성과 잘 맞아서 창업하길 잘했다고 생각하는 신 대표는 여성대표가 갖는 특성을 바탕으로 직원들을 배려하고 솔직하게 소통하고 있다.

채용 직원 70%가 여성이라 함께 이해하고 연대할 수 있어 좋다. 정년이 지난 직원들도 마지막 월급 그대로 받으면서 일할 수 있게 한다. 72세 되신 분도 아직 출근하는데, ‘아침에 출근할 수 있는 곳이 있어 좋다는 그분들이 젊은 시절부터 쌓인 노하우를 사장시키지 않는 것은 회사에도 도움이 된다.”

(사진=(주)디엔비 제공)
육가공을 넣은 1인 피자빵과 핫도그는 학교 매점과 군대에서 인기가 높다. (사진=(주)디엔비 제공)

직원들의 희생과 빠른 대응으로 코로나 극복

창업 이래 매출이 지속적으로 성장하던 디엔비에게 2020년은 공장을 이전하기 위해 잠시 쉰 기간을 제외하고 처음으로 매출이 감소한 해다. 학교 급식과 군납 비율이 높았던 만큼 코로나로 갑자기 학교가 문을 닫자 만들어 놓은 빵도, 구입해 둔 재료도 모두 폐기할 수밖에 없었다. 전년 대비 매출이 40%나 감소했다.

매일 아침 일어나면 가슴이 답답했다. 월말에 직원 월급을 해결하려면 수억원이 있어야 하는데 매출이 없으니 난감했다. 고민 끝에 직원을 다 불러놓고 사정을 설명했다. 누군가를 해고할 수는 없으니 각자 일주일씩 돌아가며 무급휴가를 가는 식으로 공장을 돌리면 숨통이 트일 것 같다고 했다.”

무급휴가는 한 사람도 이견 없이 직원 모두 동의해 두 달 반 정도 시행됐다. 그 사이 그는 달라진 시장 환경에 맞춰 온라인 플랫폼에 다양한 냉동 도넛 세트를 구성해 입점했다. 코로나로 온라인 주문이 일상화된 덕분에 디엔비는 2020년 매출 급감을 극복하고 지난해 역대 최대 매출까지 기록했다.

상황을 읽어내는 대표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뼈저리게 느끼며 성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코로나가 오지 않았더라면 그냥 현상 유지하며 지속하는 것에 머물렀을 거다. 바뀐 시장 상황에 긴밀하게 대처할 수 있게 추진하고 결정하면서 직원들과 더 결속할 수 있었고 트렌드에 맞는 판매망을 구축하면서 매출도 성장하게 됐다.”

이런 가운데 그의 탁월한 마케팅 전략이 빛을 발했다.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에 제품을 입점시키지 않고 딱 한 곳에만 납품한 것이다.

신의가 가장 중요한 마케팅이라고 생각한다. 온라인 플랫폼 모든 곳에서 우리 제품을 팔면 더 많이 팔 수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당장은 그럴 수 있어도 플랫폼끼리 가격 경쟁을 하게 되면 고민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한 곳에만 집중하면서 그곳과 신뢰를 쌓으면 서로 윈윈을 생각하게 되고, 소비자 인지효과도 높아진다.”

(사진=(주)디엔비 제공)
신 대표는 로얄티 없는 순수 우리 기술로 만든 도넛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사진=(주)디엔비 제공)

펫푸드 사업 진출, 노인·당뇨 등에 맞는 주식 빵 개발

신 대표는 얼마 전 펫푸드 사업을 시작했다. 사람이 먹는 것보다 더 까다로운 공정으로 애완견 간식을 만들어 유명 떡볶이 배달 업체와 콜라보를 진행했다. 떡볶이를 시킬 때 애완견 떡볶이 간식을 함께 시키는 이벤트를 진행했는데 반응이 좋다고 했다.

이동 동선이 많지 않아 고령 직원들을 중심으로 펫푸드팀을 구성하려고 한다. 햄버거 브랜드에서도 제안이 들어와 개발 중에 있고, 이 사업을 위해 본사 옆에 3층 건물을 따로 마련하고 있다.”

콜라보를 제안하는 기업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신 대표는 마냥 생산을 늘릴 생각은 없다. 생산량이 늘어나면 직원들의 일이 늘어나면서 소홀할 수 있는 부분이 생길 수 있기에 욕심부리지 않고 내실을 다질 수 있는 차원에서만 계획하고 있다. 그런데 사업 아이디어는 자꾸자꾸 솟아나고 있다.

간호사에서 제빵으로의 전환이 전혀 의외인 것은 아니었나 보다. 앞으로 제빵이 간식이 아니라 주식이 되는 수준으로 가도록 개발하고자 한다. 치아가 좋지 않은 노인을 위해 대추와 인삼이 들어간 카스테라를 주식으로 개발을 하고 싶다. 식감도 좋아야 하고 영양도 높아야 하는데 조금씩 진척되고 있다. 당뇨·고혈압 등 지병에 따라 선택해서 먹을 수 있는 기능성 건강빵도 개발할 계획이다.”

이렇듯 제조와 마케팅, 제품 개발 등 모든 분야를 진두지휘하는 그는 중소기업인은 멀티플레이어가 되어야 한다는 지론을 갖고 있다. 분야별로 전문가를 둘 수 없다 보니 모든 분야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하고 직접 나서야 한다는 것. 그는 선배 기업인에게 배우고 공부도 하면서 문제를 깊게 고민하고 생각하며 해답을 찾아가고 있다.

(사진=(주)디엔비 제공)
(주)디엔비에서는 하루 45만 개의 도넛을 생산하고 있다. (사진=(주)디엔비 제공)

한국여성경제인협회 경기북부지회장으로서 그는 어떤 계획을 펼칠까.

“8년 전 경기지회와 별도로 결성된 경기북부지회는 150여명 정도 여성기업인이 회원으로 있다. 이 숫자는 전국 278만 여성기업 중 경기도가 여성기업이 가장 많은 곳인데, 경기북부 여성기업인의 1%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가장 우선으로 해야 할 일이 첫째, 회원 수를 늘리는 것이다. 둘째,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산업생태계의 변화 속에서 여성기업인에게 역량을 높이고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교육 기회를 갖게 해 기업을 성장시키면서 이익을 늘릴 수 있도록 돕고자 한다.”

그의 셋째 계획은 선한 영향력을 주는 여성기업인이 되기 위해 기부활동도 적극적으로 펼친다는 것이다. 특히 성적이 좋은 저소득 여성청소년을 지정 기부해 성장을 지켜보며 여성기업인들이 그들의 희망이 되고 싶다고 했다. 그가 디엔비를 성장시켜온 노하우를 접목시킨다면 경기북부 여성기업인의 성장은 당연한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