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을 보다] 보고 싶은 할머니... 《우리 다시 언젠가 꼭》
[그림책을 보다] 보고 싶은 할머니... 《우리 다시 언젠가 꼭》
  • 김정아 기자
  • 승인 2022.06.28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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팻 지틀러 밀러 글, 이수지 그림·옮김, 비룡소, 2022년 6월
팻 지틀러 밀러 글, 이수지 그림·옮김, 비룡소, 2022년 6월 (사진=비룡소 제공)

"아이고 ○○ 왔구나!"

할머니 집 대문을 들어서면 버선발로 뛰어나와 반겨주던 목소리, 아직도 그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네댓 살쯤이니 무척 오래된 기억이죠. 그런데 ○○은 제가 아니라 남동생 이름입니다. 그게 이상했던지 제가 엄마에게 물었어요. “엄마, 왜 할머니는 항상 ○○ 왔구나만 해? △△왔구나,라고는 안 해?” 엄마는 어린 딸아이가 그런 질문을 하는 게 무척 인상적이셨나 봐요. 제가 커서도 종종 그날의 물음을 상기하곤 하셨거든요.

(사진=비룡소 제공)
(사진=비룡소 제공)

우리 다시 언젠가 꼭 책 속의 나는 할머니가 보고 싶어요. 멀리 떨어져 있는 할머니를 무척 만나고 싶어요. 로켓을 타고 하늘을 날아 할머니 집 앞에 내려 문을 두드리는 상상을 해요. 그런데 당장 학교도 가야 하고 축구도 해야 해 못 가서 아쉬워요.

편지는 어떨까요? 보고 싶은 마음을 담은 그림과 함께요. 그러면 할머니는 답장을 보내주시겠죠. 할머니 사진도 한 장 보내달라고 할 거예요. 편지 끝에 우리 다시 언젠가 꼭이라고 써달라고 하고요. 직접 편지 안에 들어가 할머니를 깜짝 놀라게 할 수도 있어요. 그러고 싶지만 봉투 안에 들어가기는 내가 너무 커버려서 이건 좋은 방법이 아니에요.

, 전화가 있어요. 밤새 이야기를 나누고 밤하늘의 별들이 새벽을 향해 갈 때 우리 다시 언젠가 꼭이라고 말하며 잠이 들 거예요. ! 컴퓨터로 할머니 얼굴을 보는 방법도 있네요. 할머니 얼굴을 보고 목소리를 들을 수 있으니 더 좋아요. 할머니가 방금 차린 따뜻한 저녁밥을 보는 것만으로도 그리운 할머니 곁에 있는 기분이 들어요. 할머니도 그러시겠죠?

난 할머니께 내 멋진 받아쓰기 시험지를 보여드릴 거에요. 눈이 커다래진 할머니가 보고 싶거든요. 그리곤 헤어지기 전에 꼭 그 특별한 주문을 보내요. 바로 내가 어렸을 때 할머니가 가르쳐 준 바로 그거요. ‘우리 다시 언젠가 꼭’. 편지도 좋고 전화랑 컴퓨터도 좋지만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할머니 옆에 딱 붙어있는 거예요.

할머니를 너무 만나고 싶어요. 할머니에게 가기까지 난 계속 편지를 쓰고 전화를 걸 거예요. 보고 싶은 할머니에게 갈 방법을 찾아야겠어요. 언젠가 다시 꼭 만날 그날이 바로 지금이 되도록요. 그때까지는 내 사랑을 열심히 모아 할머니에게로 보낼게요. 우리 다시 언젠가 꼭! 만나게 되길 바라면서요.

(사진=비룡소 제공)
(사진=비룡소 제공)

동그라미와 네모로 뚫어진 구멍 사이로 서로를 보고 싶어 하는 할머니와 아이의 마음이 책장을 넘나들며 전해집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입을 크게 벌리며 할머니를 향해 한껏 소리치는 아이는 할머니를 꼭 만나러 가겠다고 우리 모두에게 큰 소리로 말합니다. 로켓이 그려진 티셔츠는 할머니에게 날아가고 싶은 아이의 마음이 그대로 나타나 있어요. 할머니가 손자 선물로 산 티셔츠도 똑같이 로켓이 그려져 있네요. 멀리 떨어져 있어도 마음이 통하는 두 사람입니다.

할머니가 새로 산 안경에 달린 날개는 손자에게 날아가고 싶은 할머니 마음일 거예요. 책상 위 머그컵에는 ‘I gran’이라고만 써 있지만 이어진 낱말이 무엇인지, 누가 선물한 것인지 우리는 알 수 있어요. 아이 방 벽에 붙어있는 할머니와 함께 찍은 아이 사진과, 할머니 노트북 옆의 아기 사진은 두 사람을 더욱 단단한 사랑으로 묶어줍니다. 할머니 손에서 떠나지 않던 아이의 편지는 그리움을 더욱더 크게 만드네요.

노랑과 보라, 주황과 연두의 보색이 서로의 마음을 번갈아 나타내 주는데 이 화사한 색의 배열이 독자를 한없는 동심의 세계로 끌고 들어갑니다. 할머니의 회색 공간에 노란색이 스미고 마침내 노란색이 지면을 온통 물들일 때는, 찾아가 안길 수 있는 할머니가 있는 아이가 너무 부러웠습니다.

나란히 소파에 앉아 눈을 맞추며 이야기에 흥을 돋우는 두 사람의 모습에서 흘러넘치는 사랑을 저도 조금 받을 수 있어 좋았어요. 이들의 사랑이 모두에게 전해지기를 간절히 바라는 제 마음도 그 안에 포함해서요.

그림책 한 권이 마음속 깊이 있던 할머니에 대한 기억을 불러왔습니다. 비록 제 이름을 부르며 환영해주시지 않은 할머니였지만 지금은 할머니가 무척 보고 싶습니다. 이제는 만나면 제 이름을 부르며 반가워해 주시겠죠? 아주 오랫동안 만나 뵙지 못했거든요.

편지도 전화도 안 되는 너무 먼 곳에 계셔서 낡은 흑백사진으로밖에 볼 수 없지만 그리워할 수 있는 할머니가 계셔서 좋습니다. 할머니가 계셨기 때문에 제가 여기에 있을 수 있으니까요. 할머니도 나를 기억하시겠지요. 그리운 할머니, 보고 싶습니다.

 

 

글쓴이·김선아

그림책씨앗교육연구소 대표

그림책을 좋아하여 여러 사람들과 그림책을 나누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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