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지 않은 주식시장... ‘동학 개미’ 보호 강화하려면
쉽지 않은 주식시장... ‘동학 개미’ 보호 강화하려면
  • 황예찬 기자
  • 승인 2022.06.17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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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금융연구원, 주식시장 투자자보호 강화 토론회 개최
M&A, 내부 정보 이용, 불공정거래 위주로 일반주주 보호 방안 오가
17일 한국금융연구원이 주최한 '주식시장 투자자보호 강화'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황예찬 기자)
17일 한국금융연구원이 주최한 '주식시장 투자자보호 강화' 토론회에서 참석자들이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황예찬 기자)

[베이비타임즈=황예찬 기자] 최근 전 세계적 기준금리 인상 기조 속에 증시 분위기가 좋지 않다. 17일 오전에는 장 초반 코스피 지수가 2400선 아래로 내려가기도 했다. 지난 2020년 11월 5일 이후 1년 7개월 만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국내 주식시장에 투자자 보호 정책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투자자 보호는 곧 시장에 대한 신뢰와 매력으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 역시 이러한 분위기를 인식한 모양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대선 후보자 시절 공매도 제도를 합리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기업의 주식 물적분할 요건을 강화하고 주주 보호 대책을 제도화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이러한 주장은 정부 출범 이후 110대 국정 과제로 담기기도 했다.

한편 17일 은행회관에서는 주식시장 투자자 보호 강화를 주제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참석자들은 크게 기업 M&A 과정에서 주주 보호 방안, 내부자 증권거래 정보 투명성 강화 방안,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제재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지배주주 바뀌는데 “아무것도 못한다고?”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주식 양수도 방식 M&A 거래에서 소액 일반주주의 보호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식 양수도 방식 M&A는 기존 지배주주와 인수인 간 사적인 주식매매계약으로 진행되는 M&A를 말한다. 이 과정에서는 일반주주는 물론 대상 회사도 거래의 당사자가 아니기 때문에 지배주주가 기업 가치 증대에 관심이 없는, 이른바 ‘기업 약탈자’에게 지배 지분을 매각해도 일반 주주는 남아있을 수밖에 없다는 특징이 있다.

영국과 유럽연합에서는 이러한 상황에서 일반 주주를 보호하기 위해 ‘의무공개매수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인수인이 회사의 주식을 취득해서 새로운 경영자가 됐을 때 모든 주주에게도 똑같이 주식 매수를 제안하는 의무를 부여하는 것이다. 미국은 의무공개매수제도를 운용하지 않지만 판례법을 통해 일반 주주들에게 손해를 미칠 가능성이 있는 사람에게는 지배주주가 지분을 매각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정 교수는 “일반 주주들도 보유 주식을 매각할 수 있는 의무공개매수제도를 도입하되, 공정가격인 시가에 처분할 수 있는 선택권을 부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유럽식 의무공개매수제도는 일반 주주에게도 경영권 프리미엄이 붙은 가격으로 팔 기회를 줘 건전한 인수자가 나타나더라도 매각이 많이 발생해 인수에 부담이 생기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정준혁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진=황예찬 기자)

정 교수는 “M&A 이후 기업가치를 증가시킬 것 같은 인수인이라면 주주들은 시가에 주식을 처분하지 않을 것이고, 인수인도 현재와 같은 수준의 인수대금을 부담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인수인의 현황이나 인수 후 경영계획을 모든 주주에게 밝히도록 해 M&A 거래의 투명성을 증대시키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토론에 참여한 김우진 서울대 교수도 “경영권 프리미엄을 붙여서 일반 주주들도 팔게 하면 오히려 주가가 내려가는 경우도 발생한다”며 “시가로 주식매수청구권을 인정하는 부분은 반드시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 내부자 미공개정보 이용 여전...“사전신고제 도입해야”

김유성 연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내부자의 미공개 정보 이용 거래 행위에 대해 “사전신고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현재 우리나라는 미공개중요정보 이용행위 금지 정책이 내부자 증권거래 규제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한다”면서 “만약 이 정책이 실효성 있게 집행된다면 내부자는 상시적으로 거래를 할 수 없을 수도 있지만, 실효성 있게 집행되지 않는다면 사실상 제한 없이 자사 증권을 거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이어 “거래를 원하는 내부자가 일정 기간을 두고 그 전에 공시하는 방식으로 공시체계를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면서 “절차적 제한이 적용되는 범위, 즉 임원이나 대주주 같은 내부자가 사전에 공시해야 하는 주체, 절차 등을 세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자본시장연구원 김갑래 연구위원도 “정보지배력 남용 행위가 있었는지 등을 파악해 규제하는 측면에서는 사전신고제도가 가장 효율적”이라며 “사전신고제도가 면책 효력을 제대로 갖기 위해서는 사전신고 후에 거래자가 매각할 때도 중요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는 명확한 진술 등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 불공정거래 제재 실효성 높이려면?

안수현 한국외국어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불공정거래 제재 실효성을 강화하는 방안을 여럿 제시했다. 안 교수는 “행정 제재 수단이 지금보다 다양해야 적시 제재 효과가 있다”고 주장했다.

안 교수는 “현재 행정 제재는 법인과 기관제재 등으로 한정되기 때문에, 일반 투자자를 통한 불공정거래 시도가 많이 일어나는 상황에서는 한계가 있다”며 “외국과 비교했을 때 기관제재에 쓸 수 있는 행정제재 수단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또한 과징금을 시장질서 교란행위 외에 시세조종, 부정거래, 미공개정보이용 등 ‘3대 불공정거래 행위’에도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교수는 “지금처럼 형사처분 위주의 제재를 이어가면 동일 내용 조사와 수사절차가 중복되고 시간이 오래 걸려 제재 효과를 떨어뜨린다”며 “지난 2020년 과징금 부과를 골자로 발의된 자본시장법 개정안 내용보다 조금 더 진전되면 좋겠다”고 전했다.

17일 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황예찬 기자)
17일 토론회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황예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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