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화 원장의 멘탈육아] 거짓말하는 아이들
[김영화 원장의 멘탈육아] 거짓말하는 아이들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2.04.18 0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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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화 강동소아정신과의원 원장
김영화 강동소아정신과의원 원장

초등학생인 철이는 새 학기 회장 선거에서 회장으로 당선되었다고 큰 소리로 부모에게 자랑했다. 부모는 기쁜 마음에 할머니, 할아버지와 이웃들에게 이 사실을 모두 알렸다.

그런데 다음날 알고 보니 이 모든 것이 아이가 꾸며낸 거짓말이 아닌가! 부모는 아이의 거짓말에 속은 것이 화가 나서 아이에게 ‘거짓말하면 경찰이 잡아간다. 사기꾼이 되어 감옥에 갇히게 된다’며 아이를 나무랐다.

철이는 어떤 생각으로 이런 거짓말을 했을까? 그리고 아이의 거짓말을 알게 됐을 때 부모는 아이를 어떻게 지도해야 할까?

아이들이 거짓말할 때는 가장 먼저 아이의 나이를 고려해야 한다. 나이에 따라 거짓말을 하는 이유가 다르기 때문이다.

0~3세: 이 나이의 아이들은 일상의 모든 것을 부모에게 의존하고 있기에 설사 아이들이 거짓말을 하는 것처럼 보여도 단지 말실수이거나 자신을 보호하려는 본능에서 나온 말이 대부분이다. 진실을 속인다는 의미의 거짓말은 할 수 없는 나이다.

3~5세: 이 시기에는 산타할아버지나 괴물, 귀신의 존재가 실재한다고 믿고 상상력을 마음껏 키우는 나이다. 유아기에는 자기 생각을 말로 표현하는 것이 서툴고, 옳고 그른 것을 구분할 수 있는 사고력도 부족하다. 따라서 아이가 사실을 다르게 말했다면 거짓말이라고 하기보다는 아이가 어떤 생각으로 그런 말을 했는지 아이의 마음을 읽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6~10세: 이 나이의 아이들은 집이나 학교에서 거짓말을 하면 안 된다는 교육도 충분히 받았고 거짓말을 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알게 된다. 이런 과도기를 거치기 때문에 이 시기는 아이들이 새빨간 거짓말을 가장 많이 하는 때다. 하지만 이 시기의 거짓말도 혼내기보다는 아이의 마음을 읽고 도덕교육을 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거짓말과 관련된 교육적인 동화인 ‘벌거벗은 임금님’, ‘늑대와 양치기 소년’, ‘피노키오’를 아이와 함께 읽어보고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10세 이후: 이 시기에는 진실과 거짓을 완벽히 구분할 수 있고 언제 어떻게 말해야 하는지도 잘 알고 있다. 사회생활을 통해 철이 들고 거짓말이나 나쁜 짓을 하는 것이 오히려 자신에게 해가 된다는 것도 알기 때문에 대부분 거짓말하는 횟수도 점차 줄어들게 된다.

아이들이 거짓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부모들은 아이들이 원하는 것을 갖기 위해서 또는 하고 싶지 않은 일을 회피하기 위해서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아이들이 거짓말을 하는 심리는 다양하기 때문에 먼저 이유를 찾아봐야 한다.

1) 호기심이 많은 아이는 거짓말을 하면 부모가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그것이 왜 나쁜 것인지 경험을 통해 알고 싶어서 거짓말을 실험적으로 해보기도 한다. 아이들은 몸으로 부딪치며 많은 것을 배워가기 때문이다.

2) 다른 사람들 눈에 띄고 또 멋져 보이기 위해 마치 영화의 주인공인 양 자신을 멋지게 포장해 말을 꾸며내는 경우도 있다. 자존감을 높이고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기 위해서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3) 우울하거나 정서적으로 불안한 아이들은 어려움이 있는데도 “나는 괜찮아”라며 거짓말을 하기 때문에 관심이 필요하다. 이 아이들은 다른 사람들 눈에 띄는 것을 오히려 부담스러워한다.

4) 주의가 산만하고 충동적인 아이들은 생각하기 전에 말을 먼저 내뱉기 때문에 항상 거짓말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 아이들은 지나치게 충동적이어서 반사작용으로 거짓말을 하는 것이다. 거짓말보다 충동성이 문제라고 봐야 하고 충동을 자제할 방법을 배울 필요가 있다.

5) 다른 사람의 감정을 고려해서 선의의 거짓말을 하는 아이들도 있다. 이런 경우엔 이런 ‘하얀 거짓말’이 대인관계상 적절한가를 먼저 살펴봐야 한다.

부모는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하나

만약 아이에게 거짓말을 했다고 소리 지르고 야단치면 아이는 무섭고 두려운 마음에 솔직하게 말하기가 힘들어진다. 아이는 거짓말보다 부모의 감정과 반응이 더 중요하게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아이가 부모의 눈치를 보느라고 또 다른 거짓말로 둘러댈 수도 있기 때문에 일단 화를 자제하고 아이와 차분히 그 일에 관해 대화해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또한 부모는 아이에게 어떤 모범을 보이고 있는지 자신을 돌아보아야 한다. 아이들은 부모의 일거수일투족을 보고 모방하면서 자란다. 부모의 정직한 행동이 아이들에게 모델이 되기 때문에 할인을 받으려고 나이를 속이지는 않는지, 물건을 사고 잔돈을 더 많이 받았거나 할 때 돌려주지 않는 행동을 아이에게 보이지 않았는지 돌아봐야 한다.

만약 아이가 숙제를 하지 않았다면 “숙제했니?”라고 묻지 말고 “언제 숙제할 생각이니?”라고 물어야 한다. “숙제했니?”라는 질문은 쉽게 거짓말로 답하게 만드는 질문이다. “저녁 식사 후 숙제할래?”라고 물어보면 아이는 말을 꾸며낼 필요 없이 자기 생각을 말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렇게 질문하는 방식을 바꿔 아이가 거짓말로 대답하지 않게 한다.

병적으로 습관적인 거짓말을 하는 경우

이유 없이 상습적으로 거짓말을 반복하는 아이들도 있다. 이 아이들은 대개 도벽도 있고 친구들과 어울려 나쁜 행동을 하고 공부에도 흥미가 없다.

모든 아이는 때때로 잘못된 행동을 한다. 하지만 보편적인 정도에서 벗어나 자주 화를 내고 욕을 하고 거짓말을 하며 남의 물건을 훔치는 행동도 서슴지 않는 아이들도 있다.

이 아이들은 자기중심적이며 타인의 감정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결코 진실을 이야기하지 못한다. 이런 경우 반항장애나 품행장애의 가능성이 있고 반사회성 인격장애로 자라서 주위와 사회에 큰 해를 끼칠 수도 있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다.

모든 것을 자기중심으로 생각하는 자기애적 성격을 가진 아이들도 병적인 거짓말을 한다. 이 아이들도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는 것처럼 보이고 항상 이기적인 행동을 하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의 신뢰를 받지 못한다.

아이들은 옳고 그른 것을 구분하는 능력을 가지고 태어나지 않는다. 도덕성이란 나이가 들면서 키처럼 자라는 것이다. 도덕과 양심의 발달은 어릴 때부터 함께 동화책을 읽고 대화하고, 부모가 모범을 보이고, 도덕적 딜레마에 부딪히는 수많은 경험을 통해 쌓여가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자신과 사회를 위해 꼭 필요한 ‘건강한 양심’이 형성된다.

 

<김영화 원장 프로필>
- 現 강동소아정신과의원 원장
- 現 서울시 강동구 의사회 부회장
- 現 대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회 부회장
- 現 강동구 자살예방협의회 부회장
- 現 서울시교육청 위센터 자문의
- 現 국가인권위원회 아동인권 자문위원
- 前 여성가족부 정책자문위원 
- 前 한국 양성평등교육진흥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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