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부족함보다 과함이 건강을 해친다
[건강칼럼] 부족함보다 과함이 건강을 해친다
  • 유경수 기자
  • 승인 2022.04.11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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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한방병원 한방재활의학과 김형석 교수 칼럼 열한 번째 시간
경희대한방병원 한방재활의학과 김형석 교수 (사진=경희의료원 제공)
경희대한방병원 한방재활의학과 김형석 교수 (사진=경희의료원 제공)

대한의사협회는 2017년, 한국인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들을 토대로 『대국민건강선언문』을 발간했다. 건강하게 살기 위한 열 가지 지침을 제시한 것인데, 그 내용은 첫째, 금연하기, 둘째, 절주하기, 셋째, 균형식하기, 넷째, 적절한 신체운동하기, 다섯째, 규칙적 수면 취하기, 여섯째, 긍정적 사고방식 갖기, 일곱째, 정기적 건강검진과 예방접종 챙기기, 여덟째, 스트레스 관리하기, 아홉째, 미세먼지, 신종 감염에 대해 관심 갖기, 열째, 모바일 기기와 거리두기다. 

한의학 상의 건강지침인 양생(養生)과 비교컨대, 결국 사람이 건강하게 사는 방법에 대한 전문가의 견해는 의학이건 한의학이건 상통하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 그리고 종교생활을 하면 이 지침들 중에서 몇 가지는 자연스레 개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종교생활 및 건강지침을 통해서 필자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절제’다. 즉, 더 먹을 수 있음에도 먹지 않는 것, 더 활동할 수 있음에도 잠자리에 드는 것, 더 보고 싶은데도 휴대폰을 내려놓는 것이다. 각종 건강 관련 정보를 접할 때에도 절제라는 원칙을 가지고 들여다보면 어떤 건강법을 택하고 걸러낼지에 대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한 가지 음식만 섭취하는 다이어트는 독이다. 일정 기간 동안은 효과를 나타낼 수도 있지만, 이것이 지속되면 영양소의 불균형이 초래되어 인체 내부의 균형이 깨진다. 한약재도 마찬가지여서, 몸에 좋다는 한 가지의 약재만 장복하는 것은, 약재가 가진 특정의 기운만을 강화시키게 되어 몸의 균형이 오히려 깨지게 되기 때문에, 적절하게 배합된 한약 처방이 필요한 것이다.

1일 1식 및 간헐적 단식은 잘만 사용하면 약이 된다. 시간을 정해놓고 섭취를 한 후, 나머지 시간에는 음식을 전혀 입에 대지 않는다는 절제의 요소가 들어 있다. 위장에 쉴 시간을 주는 것인데, 위장이 고장 난 상태에서 약으로 위장을 또 한 번 자극하는 것보다는 일단 쉬게 해주는 것이 당연히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하는 조치다.

걸으면 무조건 좋다는 것은 독이다. 평발(발바닥의 아치가 낮음)이나 요족(발바닥의 아치가 높음), 무지외반증(엄지발가락이 바깥쪽으로 휨) 등이 있는 사람은 걷기 운동을 하더라도 자주 쉬면서, 하루 총 시간을 제한하여 시행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았을 경우 각종 검사로도 진단되지 않는 발 통증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명상은 약이다. 내가 하고 있던 눈앞의 모든 일을 제쳐두고, 눈을 감고 명상의 세계에 몰입하는 것도 절제에 해당되기에 약이 된다. 눈을 통해 들어오는 정보가 넘쳐나는 현대사회에서 그 신호를 차단하고 생각을 비우는 것만큼이나 확실한 건강법이 있을까?

음식에 대한 원칙을 세울 때에도, 특정 음식을 잘 챙겨먹겠다는 다짐보다도 특정 음식은 피하겠다는 금기를 만드는 것이 현대인에게는 훨씬 도움이 된다. 개인적인 경험 때문에, 혹은 건강에 좋지 않다는 기사를 접하고, 혹은 종교적 신념 등 저마다의 이유로 ‘십년간 커피를 먹지 않았다’, ‘새우는 절대 안 먹는다’, ‘담배를 끊었다’, ‘알코올을 입에 대지 않았다’ 등 저마다의 작은 절제적 실천이 건강한 삶을 가져다주는 것 같다.

현대인에게는 부족한 것보다 과한 것이 문제가 된다. 경제가 풍요로워졌을 뿐 아니라 국가의 복지 정책도 나날이 발전되면서, 영양실조에 허덕이는 사람은 많이 줄었다. 문명의 이기를 누리지 못하는 사람 또한 없다. 낮이건 밤이건 할 수 있는 것들이 넘쳐나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절제가 기본적인 양생법이 된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나 가십을 떠나서, 내가 실제 먹었을 때 속이 불편했던 음식을 떠올려보고, 그것을 앞으로 먹지 않겠다고 나만의 룰을 정해보면 어떨까. 아무리 전문가의 지식이 훌륭하다고 해도, 한 길 사람 속을 당사자만큼 정확히 알 수는 없다.

아이들에게도 일찍부터 절제를 실천하게 하고 그 기쁨을 알려주면 좋을 것 같다. ‘저녁 9시 이후로는 물을 제외한 음식물 섭취 금지’, ‘스마트폰 영상이나 TV는 하루 1시간으로 제한’ 등으로 말이다.

어딘가 몸 상태가 좋지 않을 때, 그 하루 이틀만이라도 채식을 하고, 모바일 기기를 멀리하고, 잠자리에 일찍 들어보자. 웬만큼 크게 고장 나버린 상태가 아니라면, 몸이 알아서 제자리를 찾을 것이다. 내 몸 안에서 약보다 좋은 천연 물질이 작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그게 이 몸의 주인인 내가 할 일이다.

〈경희대한방병원 김형석 교수 프로필>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학·석·박사

-경희대학교 한방병원 재활의학과 임상조교수

-한방재활의학과 전문의

-한방재활의학과학회 이사

-한방비만학회 이사

-추나의학 교수협의회 간사

-척추신경추나의학회 정회원

-대한스포츠한의학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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