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화 원장의 멘탈육아] 아이들의 ‘분노조절장애’
[김영화 원장의 멘탈육아] 아이들의 ‘분노조절장애’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2.03.22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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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화 강동소아정신과의원 원장
김영화 강동소아정신과의원 원장

우리는 모두 때로 화가 날 때가 있다. 그리고 끓어오르는 화를 참지 못해 이웃이나 친구들에게 욕을 하거나 심지어 폭력적인 행동을 보일 때도 있다. 그 정도가 심해 범죄가 되기도 한다.

여자 친구가 이별을 통보하자 순간적으로 격분하여 여자 친구를 승용차로 들이받는 일도 있고, 계약금 문제로 다투다가 격분하여 자신의 몸에 시너를 뿌려 분신을 시도하는 일 등 순간적으로 욱하는 분노가 일어나고 이성적으로 조절되지 않아 충격적인 일을 저지르게 된다.

최근 이러한 사건들이 잦아지면서 ‘나도 혹시 분노조절장애 때문에 사고를 치진 않을까’ 걱정하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분노조절장애는 어른뿐만 아니라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학교에서 친구가 자신을 보고 그냥 웃었다는 이유로 기분 나쁘다며 뾰족한 연필로 친구의 눈과 입을 찌르고 때렸다면, 이 아이는 화를 참지 못하고 폭력적으로 변하는 ‘분노조절장애’를 앓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분노조절장애는 왜 생기게 되는 걸까?

분노는 우리 몸의 교감신경을 흥분시켜 상대와 싸울 마음의 준비를 시키는 작용을 한다. 그러다 보니 합리적인 생각과 의사결정을 할 수 없게 되어 사고를 치거나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 것이다. 이는 이성적인 판단이 아니라 감정에 우리 몸을 맡겨서 생기는 일이다.

정작 충동적으로 화를 폭발시킨 본인은 긴장 해소와 만족을 느끼게 된다. 상대에게 엄청난 스트레스를 주고도 자신의 폭력적인 행동에 대한 후회나 죄책감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분노 조절이 안 되는 사람들은 반복적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보여 주위에서 인심을 잃고, 따돌림을 당하거나 범죄사건에 연루되어 결국 경찰서를 들락거리게 된다.

분노조절장애는 정신의학적 상태와도 관련이 있다. 우울증이나 불안증에서 보이는 감정 조절의 어려움도 분노조절장애의 원인이 된다. 기분이 우울해지면 부정적인 생각이 들고 감정 기복이 커지게 된다. 사소한 일에도 굉장히 예민해지고, 별일도 아닌데 욱하고 화를 내게 되는 것이다.

특히 어린 시절 성장 과정에서 오랜 기간 충격적인 경험을 한 경우에 감정 조절과 분노 조절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정신적 트라우마가 있는 경우에도 마음속에 억눌러져 쌓인 화가 어느 순간 병적으로 폭발해 드러나게 된다.

 

분노 조절은 ‘밥상머리 교육’에서 시작해야 한다

분노 조절을 못 해 돌이킬 수 없이 후회하게 되는 일을 줄이려면 어린 시절 가정의 밥상머리 교육이 매우 중요하다.

청소년 상담 기관에서 각종 폭력범죄에 연루되어 생애 처음으로 경찰서를 찾게 된 10대 청소년을 상대로 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문제 청소년 뒤에는 사회에 대한 불만이 가득한 부모들이 있었다.

특히 부모가 이웃이나 주변 사람들에게 불만이 많아 분노를 쉽게 느끼고, 또 그 불만을 “재수 없는 인간” “쓸모없는 인간” 하면서 아이들 앞에서 쉽게 욕하는 부모들이 많았다. 부모가 욕하는 것을 듣고 자란 아이들이 충동적으로 화를 더 잘 내고 폭력성을 들어내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것은 아이들의 충동 조절과 감정조절방식에도 ‘밥상머리’ 교육자인 부모의 영향력이 크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가정 폭력을 보이는 가정에서 자란 아이들도 자라서 부모와 비슷한 행동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이것 역시 분노 조절이 안 되는 부모와 사회의 영향을 아이들이 고스란히 받고 있다는 사실을 나타내는 것이다.

우리나라 사람들 10명 중 4명은 행복하지 않다고 한다. 이들은 자신이 불행한 이유가 스트레스가 심하고 우울하며 분노 조절이 되지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따라서 아이가 자라 더 많은 행복감을 느끼게 되는 것은 자신의 분노를 얼마나 조절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아래의 항목은 분노 조절 능력을 자가 평가하는 것이다. 항목 중 5개 이상에 해당하면 감정 조절 능력이 부족하다고 볼 수 있다. 9개 이상인 경우에는 ‘분노조절장애’가 의심되는 상태다.

• 나는 성격이 급해 금방 흥분한다.

• 화가 나면 주변의 물건을 집어 던진다.

• 분이 쉽게 풀리지 않아 혼자서 우는 경우가 종종 있다.

• 화가 나면 상대방에게 욕을 하고 폭력을 행사한다.

• 내가 한 일이 잘한 일이라면 반드시 인정받아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화가 난다.

• 게임을 할 때 내 뜻대로 되지 않아 화가 난 적이 여러 번 있다.

• 하는 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쉽게 포기하고 좌절감을 느낀다.

• 다른 사람들이 나를 무시해서 억울하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 화나는 것이 조절되지 않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 중요한 일을 앞두고 화가 나 그 일을 망친 적이 있다.

• 타인의 잘못을 그냥 넘기지 못하고 꼭 마찰이 일어난다.

• 내 잘못도 다른 사람의 탓이라고 생각하고 화를 낸다.

 

아이들과 함께 식사하면 분노 조절이 된다

‘세 살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처럼 떼쓰기와 분노를 조절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은 유아 시절 ‘밥상머리 인성교육’에 좌우된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가족이 함께 식사하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의 정서발달에 도움이 된다.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설명하고 그때의 감정을 드러내기 때문에 언어발달과 함께 학습능력도 높아지게 된다.

일주일에 가족과 다섯 끼 이상 함께 식사를 하는 청소년은 그렇지 않은 청소년에 비해 부모·형제와의 관계가 좋은 것은 물론이고 가족 간 강한 유대감을 느끼고 행복감도 더 크게 느끼게 된다. 이 아이들은 자라서도 더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성공에 대한 동기가 유발될 확률도 더 높게 나타난다.

 

<김영화 원장 프로필>
- 現 강동소아정신과의원 원장
- 現 서울시 강동구 의사회 부회장
- 現 대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회 부회장
- 現 강동구 자살예방협의회 부회장
- 現 서울시교육청 위센터 자문의
- 現 국가인권위원회 아동인권 자문위원
- 前 여성가족부 정책자문위원 
- 前 한국 양성평등교육진흥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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