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밥을 잘 먹지 않는 우리 아이, 병원에 가봐야 할까요?
[건강칼럼] 밥을 잘 먹지 않는 우리 아이, 병원에 가봐야 할까요?
  • 유경수 기자
  • 승인 2022.03.21 0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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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성모병원 아홉 번째 건강이야기
소아청소년과 류인혁 교수
서울성모병원 류인혁 교수
서울성모병원 류인혁 교수

어린아이들을 키우는 부모에게 ‘아이들을 잘 먹이는 것’은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다. 실제 부모들에게 물어보면 약 20~30%의 부모들은 ‘우리 아이는 밥을 잘 먹지 않는다’고 대답한다. 물론 ‘밥을 잘 먹지 않는다는 것’이 좋지 않은 식습관, 식이부진, 편식 등 다양한 부분을 포함하는 말이고, 또 그 기준이 매우 주관적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부모들의 큰 육아고민인 것은 맞다. 그렇다고 해서 밥을 잘 먹지 않는 모든 아이들이 꼭 병원 진료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오늘은 밥을 잘 먹지 않는 아이들 중 꼭 병원 진료가 필요하거나 병원 진료가 아이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경우에 대해 알아보고자 한다.

◇ 객관적인 저체중이 있는 경우

밥을 잘 먹지 않는 아이를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 체중의 객관적인 백분위 수를 확인하는 것이다. 정의상으로는 연령별 체중이 5백분위 수 미만이 저체중이지만, 실제로는 신장별 체중(또는 체질량지수)의 백분위 수까지 확인하는 것이 필요하다.

아이들의 키에 따라 당연히 키가 큰 아이는 체중이 더 나가고, 키가 작은 아이는 체중이 덜 나갈 수밖에 없기 때문에 키에 따른 체중의 백분위수를 보여주는 신장별 체중(또는 체질량지수)까지 확인하는 것이 정확하다.

만약 우리 아이가 밥을 잘 먹지 않는다고 생각이 되는데 객관적인 저체중이고, 특히 신장별 체중이 5~10백분위 수 이하라면 이것은 식이 문제가 아이의 성장과 발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는 정도이기 때문에 좀 더 적극적인 진료와 검사, 치료가 필요하다.

*질병관리청에서 제공하는 '성장 상태 측정 계산기'로 쉽게 연령별 백분위수 확인 가능

: 질병관리청 홈페이지 -> '성장 상태 측정 계산기' 검색

◇ 객관적으로 식이 문제가 심각한 경우

‘밥을 잘 먹지 않는다’는 굉장히 주관적인 말이다. 따라서 이것을 조금 객관화할 필요가 있는데, 식이 문제가 있는 아이들에게서 흔히 있는 특징적인 행동들이 있다. 보통 이런 행동들이 많이 있는 경우에는 식이 문제가 심각한 경우가 많다.

· 식사 시간이 길어지는 경우가 많다. (30분 이상)

· 음식 거부가 지속된다.

· 식사 시간에 아이의 갈등이 많고, 식사 시간이 힘들다.

· 아이 스스로 적절하게 밥을 먹는 횟수가 적다.

· 아이가 밤에 음식을 먹는 경우가 많다.

· TV, 스마트폰, 태블릿 등을 시청하면서 밥을 먹어야 밥을 잘 먹는다.

· 모유와 분유를 끊지 못하고 오래 먹는다.

· 부드러운 음식에서 덩어리가 있는 음식으로 진행이 안된다.

아이가 이 항목에 절반 이상 해당된다면 객관적으로 봐도 어느 정도 이상의 식이문제를 겪고 있을 확률이 높다. 거꾸로 이 항목에 아이가 거의 해당되지 않는다면 부모의 생각보다는 아이의 식이문제가 심각하지 않은 것일 수 있다. 아이가 이 항목에 해당되는 사항이 많은 경우라면 병원 진료를 통한 검사, 전문적인 상담이 도움이 될 수 있다.

◇ 경고 증상이 동반된 경우

밥을 잘 먹지 않으면서 경고 증상이 동반되어 있으면 식욕부진, 식이문제의 원인이 단순한 식습관의 문제가 아닌 신체적인 문제일 가능성이 있고, 그렇지 않더라도 일반적인 식습관 교육만으로는 해결이 안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추가적인 정밀 검사, 치료를 위해 대학병원의 전문적인 진료를 고려해 보아야 한다.

· 연하곤란

· 기도 흡인(음식을 먹고 기침, 목막힘 등의 증상 발생)

· 먹으면서 확실한 통증을 보이는 경우

· 구토나 설사의 지속

· 발달이 늦어지는 경우

· 음식을 억지로 먹이고 있는 경우

· 특정 사건(숨막힘 등) 이후 갑자기 안 먹는 경우

· 먹기도 전에 구역질을 하는 경우

◇ 아주 심한 편식이 있는 경우

체중이 많이 적지 않더라도 편식이 아주 심한 경우는 좀 더 적극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아이가 밥만 먹고, 채소, 과일은 거의 안 먹는다던가, 고기 종류는 아예 먹지 않는 등 극단적인 편식이 있는 경우는 진료가 필요하고, 또 적극적인 치료와 교육, 영양보충이 아이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

◇ 식이문제에 대한 전문적인 상담이 필요할 때

외래에서 보면 객관적으로는 아이의 영양 문제가 심각하지 않은데 오히려 부모님들의 걱정이 너무 커서 좋지 않은 식습관이 반복되면서 영양 문제가 악화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럴 때는 진료를 통해 아이의 상태를 객관적으로 평가받고, 그에 맞는 해결 방법을 상담 받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는 현재 이러한 영양 상담에 대한 수가가 전혀 없어서 이런 영양과 관련된, 특히 식이문제의 상담과 관련된 진료를 받는 것이 쉽지 않다. 10분, 20분 교육을 해도 이에 대한 수가가 전혀 없으니 당연히 소아과 의사들도 이런 진료를 현실적으로 제대로 하기가 힘들고, 일부 대학병원에서만 이러한 진료가 이루어지고 있다. 아이들에게 이러한 영양문제가 미치는 중요성을 고려한다면 하루빨리 제도적인 개선을 통해 이런 진료를 쉽게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 결론

아이들의 영양 문제는 성장과 발달에 밀접한 연관이 있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이고, 아이들의 건강에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식이 문제가 심각하지 않은 경우라면 각 가정에서 적절한 식습관 교육을 통해, 또 아이가 점점 자라나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지만 심각한 경우라면 적절한 진료와 검사를 통해 너무 늦지 않게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

 

<류인혁 교수 약력>

- 가톨릭대학교 의과대학 졸업가톨릭중앙의료원 인턴 · 소아청소년과 레지던트 수료
- 인천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소화기영양분과 전임의
- 분당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소화기영양분과 전임의
- 현)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소화기영양분과 임상진료 조교수
- 현) 대한소아과학회 정회원대한소아소화기영양학회 정회원
- 현) 소아소화기영양분과 세부전문의소화기내시경 세부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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