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대선전야, 열망의 공기 속에서
[취재수첩] 대선전야, 열망의 공기 속에서
  • 황예찬 기자
  • 승인 2022.03.09 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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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지지자가 휴대폰으로 유세 현장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황예찬 기자)

[베이비타임즈=황예찬 기자] 긴 여정을 뒤로하고 결과를 기다릴 시간이다. 9일 0시를 기준으로 공식적인 선거운동은 마무리됐다. 선거 마지막 날 저녁, 후보들은 어떤 모습으로 유권자들 사이에 들어갔을까.

지난 8일 저녁 청계광장 모습. (사진=황예찬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저녁 6시 무렵부터 청계광장에서 지지자들과 대대적인 유세를 벌였다. 지지자들은 이 후보가 방송 연설을 위해 자리를 비우고 나서도 떠나지 않고 유세를 자체적으로 이어갔다.

이 후보는 방송 연설을 마치고 홍대 근처에서 모습을 다시 드러냈다. ‘2030 세대’의 표심을 중요하게 여기는 선거인만큼 자정 직전 마지막 유세 장소를 젊은 사람들이 많은 홍대입구 근처로 고른 모양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사진=황예찬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 (사진=황예찬 기자)

지지자들은 거리를 가득 메우고 ‘이재명 대통령’ 등을 연호하며 후보를 맞았다. 이 후보는 거리의 시민과 사진 촬영을 이어가며 유세 장소로 천천히 발걸음을 옮겼다. 홍대 거리를 메운 인파 속에서 이 후보는 지지자들과 일문일답을 이어가기도 했다.

특히 이 후보는 이날 ‘N번방’ 사태를 최초로 알린 박지현 후보와 함께 마지막 연설을 진행하며 “다양성을 인정하고, ‘다름을 틀리다’고 말하지 않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사진=황예찬 기자)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사진=황예찬 기자)

한편 이날 지방에서부터 하루 일정을 시작한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저녁 8시 무렵 서울 시청 광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와 유승민 의원, 원희룡 지사,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 그간 경쟁 구도를 취했거나 잡음이 일었던 사람도 모두 함께였다.

광장을 가득 메운 윤 후보의 지지자들은 사뭇 진지한 분위기였다. 마치 ‘붉은 악마’ 응원단을 연상시키는 조명 머리띠를 한 사람도 많았다. 어린 딸의 손을 꼭 잡고 나온 유권자도 있었다.

서울 시청 광장을 메운 윤 후보 지지자들. (사진=황예찬 기자)
서울 시청 광장을 메운 윤 후보 지지자들. (사진=황예찬 기자)

윤 후보는 “국민을 모셔야 하는 머슴이 주인에게 고통 주고 자기들의 정치적 이익만 챙긴다면 이게 제대로 된 민주주의냐”면서 “국민 여러분과 함께 이 나라, 제대로 한번 바꿔 보겠다”고 외쳤다.

윤 후보는 이후 건대입구와 강남역 근처에서 지지자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8일 신촌 유플렉스 앞에서 선거 연설을 하는 심상정 정의당 후보. (사진=황예찬 기자)

심상정 정의당 후보는 5년 전 선거 때와 마찬가지로 마지막 코스를 신촌과 대학가 근처로 골랐다. 8일 내내 고려대와 한양대, 이화여대 등에서 ‘2030 세대’를 적극 겨냥한 심 후보는 8일 저녁 신촌과 홍대 근처에서 마지막 유세를 펼쳤다.

거대 양당 후보에 비하면 유세 참여 인원이 현저하게 적었지만 심 후보와 지지자들은 끝까지 밝은 모습을 이어갔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지원 유세에서 “여러분의 두려움이 아닌 여러분의 희망이 투표하게 해 달라”면서 ‘사표’ 프레임을 벗어나 달라고 촉구했다.

심 후보 역시 “사표는 거대 양당이 만들어낸 논리다. 양당 후보 중에 당선되지 못한 후보의 표도 사표가 되는 것 아니냐”면서 소신껏 지지를 보내달라고 당부했다. 삶의 질 향상과 차별금지법, 기후 위기 등을 중점 가치로 두겠다고 거듭 강조하기도 했다.

홍대 근처 거리에서 지지자들과 함께 이동하는 심상정 후보. (사진=황예찬 기자)

이후 심 후보는 홍대 근처 거리에서 지지자들과 사진을 촬영하고 근처 소상공인들과 인사를 나누며 연남동 방향으로 이동했다.

유독 말이 많은 선거였다. 후보자 개인의 문제뿐 아니라 배우자를 비롯한 가족 문제가 불거지기도 하고 막판 단일화 등 판세를 예측하기 어렵게 하는 이슈도 일어났다. 그러나 이제 결과가 결정된다. 24시간 정도가 지나면 국민은 새로운 대통령 당선인이 누군지 알게 될 것이다.

결과와 별개로, ‘대선 전야’에 서울 곳곳을 메운 후보와 지지자들의 목소리가 기억에 남는다. 그들의 목소리에는 때때로 상대방에 대한 비난과 폄하가 묻어나기도 했지만 어쨌든 ‘더 나은 사회’에 대한 열망이 담겨 있었다. 이제 곧 날이 밝는다. 새 하루를 맞이하기 위해서는 그 열망이 무엇보다 중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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