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하는 아빠] 아빠의 어릴 적 취미를 다시 살려보자
[일하는 아빠] 아빠의 어릴 적 취미를 다시 살려보자
  • 일하는 아빠
  • 승인 2012.11.29 10:29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이와 뭔가를 해야겠다고 느낀 그날부터 저는 무엇을 함께 할 수 있는지 고민을 했습니다.

그러다 축구공을 샀습니다. ‘매일 아이와 축구를 하며 운동도 해야겠다.’하지만 삼일을 넘기지 못하고 흐지부지 되었습니다. ‘그래. 학교 운동장까지 가야 하니 잘 안되지. 집 앞에서 할 수 있는 걸로 해야겠다.’

그래서 저는 배드민턴 채를 샀습니다. 하지만 또 삼일을 넘기지 못했습니다. ‘그래. 집 밖에 나가는 것조차 귀찮아 잘 안하게 되네. 집 안에서 할 수 있는 걸로 해야겠다.’ 그때 마침 아이 책장에 있는 동화책이 눈에 띄었습니다. ‘매일 한권씩 책을 읽어줘야겠다 !’ 하지만 책도 역시 삼일을 넘기지 못했습니다.

▲ 풍선로션

 

그러다 재활용품으로 놀이를 만들어 놀기 시작했는데 저는 드디어 작심삼일의 벽을 깰 수 있었습니다. 삼일이 아니라 365일 1년 넘게 꾸준히 할 수 있었습니다.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하고 하루는 곰곰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아이를 떠나서 제 자신이 좋아했던 것을 한 것이 성공의 비결이었던 것 같습니다. 축구, 배드민턴, 책읽기는 제 취미가 아니었습니다. 물론 싫어한 것도 아니었고, 누가 권하면 함께 하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저 스스로 즐기던 항목은 아니었습니다.
 
어렸을 때 제 취미 중의 하나가 그림 그리거나 뭘 만들거나 하는 것이었습니다. 초등학생 시절 일주일에 한 시간씩 동네 미술학원을 1~2년간 다니긴 했지만 집안 형편상 이사하게 되면서부터 미술을 더 배워보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에도 매일같이 ‘둘리’ 만화책을 보며 혼자서 연습장에 따라 그려 본 기억이 납니다. 또 종이로 뭘 접어서 만드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종이학처럼 정해진 룰대로 접는 것은 잘 못했지만, 그냥 전단지로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은 참 좋아했습니다. 모형 장난감을 조립하는 건 잘 못했지만, 블록으로 비행기도 만들고 집도 만들고 하며 제가 저만의 작품을 만들어 노는 건 좋아했습니다. 늘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 것을 즐겨 했습니다. 이런 어린 시절의 제 취미를 30년간 잊고 살아 왔었는데 그게 나이 40이 넘어서야 비로소 다시 피어나게 된 것입니다. 아이가 즐거워하기 이전에 제가 즐거워했던 것을 찾은 셈이죠.
 
▲ 로션물고기

 

저는 아이가 잠든 시간에 재활용품으로 새 놀이를 만듭니다. 재활용 놀이를 만들기 전에는 저녁에 씻고 밥 먹고 소파에 널부러져 뉴스와 영화와 축구를 보다 잠이 들곤 했었는데.. 재활용 놀이를 만들기 시작하면서부터 TV 보는 시간이 확 줄었습니다. 보지 말라고 누가 시킨 것도 아니었고, 저 스스로 안보겠다고 결심한 적도 없었습니다. 그냥 TV보다 더 재미있는 걸 찾게 돼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것 같습니다.
 
블로그에 놀이들을 올리고 다른 아빠 엄마들과 소통하면서 잠시간도 많이 줄었습니다. 제가 만든 것들이 다른 분들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사실이 저를 많이 기쁘게 했습니다. 많은 분들이 ‘피곤하지 않냐, 힘들지 않냐’ 하고 제게 물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저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좋아하는 만화책을 20권 빌려와 밤새 보는 날은, 몸은 좀 피곤하지만 재미에 푹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르듯이, 재활용 놀이를 만들어 블로그에 올리는 것도 제겐 그런 재미로 다가온다고 말을 합니다.
아이와 함께 꾸준히 할 수 있었던 비결은 아마도, 어릴적 취미를 살리거나, 본인이 해보고 싶은 것을 먼저 찾아 시도하는 것. 바로 그것에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또 한가지 꾸준히 할 수 있는 비결이 있다면, 그것은 최대한 간단히 만든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라 하더라도 만드는데 1~2시간 걸리거나, 머리를 많이 쓰는 보드게임처럼 노는데 1~2시간이 걸린다면, 그것을 할 때는 즐겁지만 매일같이 자주 하게 되지는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차피 제 경우는 아이와 함께 있는 시간이 많지 않았기에, 만드는 것도 10분 이내로, 노는 것도 10분 이내로 할 수 있는 간단한 것들만 만들어 놀았습니다. 그러다보니 저 자신에게도 부담으로 다가오지 않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 활

 

좋아하는 초콜릿을 한 조각만 맛보면 다음날 또 맛봐도 즐겁지만, 한 번에 잔뜩 먹으면 몇일 간은 초콜릿에 질리게 되는 것처럼.. 만들기도 쉽고, 놀기도 쉬운 것으로 간단히 시도하다보니, 170여개의 재활용 놀이를 만든 지금에 와서도 계속해서 같은 흥분에 매일 빠지게 됩니다. ‘오늘은 또 무슨 재미있는 놀이를 만들까?’ 이런 생각을 하며 말입니다.

아빠의 취미를 살려 간단히 즐기는 것. 이렇게 하면 아빠가 즐기는 육아방법을 찾게 될 것같습니다. 하지만 아빠가 즐거운 걸 한다고 해서 아이도 똑같이 즐거워하나요 ? 늘 그렇진 않습니다. 아빠가 즐거운 무언가를 하는 건 중요하지만, 그것을 다시 아이 눈높이에 맞추는 작업이 꼭 필요합니다. 눈높이 작업 없이 아이에게 다가간다면, 그건 자칫 일방적인 전달 또는 함께 시간보내기가 될 뿐이지, 상호간의 소통과 교감을 나누는 시간이 되진 않을 것 같습니다. 아빠의 취미를 아이도 함께 즐길 수 있는 눈높이 맞춤법에 대해선 다음 호에 다시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항상 일만 하는 아빠는

일 중독이고, 요리, 집안일 하나도 못하는 아빠지만
아이와의 스킨쉽을 위해 노력하는 아빠입니다.

현재 보건복지부 100인의 아빠단 놀이멘토,
환경부 이동교구상자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