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구변화 대응으로 행복한 사회 만들어야”
[인터뷰] “인구변화 대응으로 행복한 사회 만들어야”
  • 황예찬 기자
  • 승인 2022.01.2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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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보건복지협회 김창순 회장 인터뷰 ①
김창순 인구보건복지협회장. (사진=베이비타임즈)
김창순 인구보건복지협회장. (사진=베이비타임즈)

[베이비타임즈=황예찬 기자]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면한다” “하나씩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슬로건이지만, 불과 60년 전만 해도 정부는 대한가족계획협회를 필두로 인구과밀을 해결하고자 애쓰고 있었다.

그러나 시대는 흐르고 상황은 변했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저출생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기 시작하자 정부는 인구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저출생 관련 정책을 펴야 했다. 대한가족계획협회는 ‘인구보건복지협회’로 이름을 바꾸고 “혼자하면 힘든육아, 함께하면 든든육아” 등의 슬로건을 내걸었다.

급기야 최근 몇 년 사이에는 ‘인구 자연감소’ ‘인구절벽’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인구 문제는 이제 더는 미룰 수 없는 주제가 된 것이다.

인구보건복지협회 김창순 회장은 “최근 대선과 맞물려 인구 문제가 심각한 이슈로 다뤄지고 있어 깊이 있게 문제 제기할 기회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올해와 내년이 인구 문제에 대응하는 중요한 해가 될 수 있겠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결혼과 출산의 관건은 젊은 세대가 미래를 어떻게 보느냐에 달려 있다고 강조했다. “지금 2030 세대는 역사적으로 유일하게 ‘내가 아버지보다 더 어렵게 살지 않을까’하고 불안해하는 세대”라면서 “젊은 세대가 미래를 불안하게 보기 때문에 결혼과 출산을 더욱 망설인다”고 지적했다.

또한 “국가가 그 불안을 희망으로 바꿀 수 있도록 기초를 단단하게 해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혹 팬데믹 상황이 인구 위기를 더욱 부채질하진 않았을까. 김 회장은 “코로나19는 또 다른 양육 위기, 더 나아가 인구 위기의 원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면서도 “어떤 지점이 문제의 원인이었는지를 문제제기하고 강하게 짚어줬다는 점에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인구절벽 문제와 함께 이야기되는 고령화 사회에 대해서는 “고령화 자체가 문제라기 보다는 인구 구조의 불균형이 문제”라면서 “인구 문제가 해결되어 출생자가 늘어나면, 고령화 자체는 오히려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적응해야 할 문제”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다음은 김창순 인구보건복지협회장과의 일문일답.

Q. 인구보건복지협회에서는 주로 어떤 사업을 진행하는지요?

A. 협회는 저출생, 인구 문제 해결을 위해 많은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크게 3가지 카테고리로 정리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첫 번째는 저출생, 인구절벽이라는 국가 차원의 문제에 대해 국민이 함께 고민해 해결책을 도출하고자 하는 인구변화대응사업입니다. 특히 지역과 젊은 세대 중심의 의견을 도출하고자 지역 사회 안에서 ‘저출산극복사회연대회의’ ‘시시콜콜 100인토크’ ‘인구문제를 생각하는 대학생 모임’ 등의 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는 출산 친화 환경조성을 위한 출산·모자보건사업입니다. 국민 모두가 안심하며 자녀를 낳고 키울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지요. 전국 13개 지회에서 ‘여성과 아동 건강센터’를 운영하고 있으며 공공시설과 직장 내 수유 시설 설치를 지원하는 ‘엄마젖먹이기 홍보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여성이 안전하게 임신할 수 있도록 돕고 출산 친화 환경을 조성하는 데도 힘 쓰고 있습니다. 정확하고 신뢰성 있는 임신·출산·육아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임신출산육아 등 종합정보제공사업’과 ‘러브플랜’ 사이트를 운영 중이지요.

세 번째는 가족보건의료서비스 제공 사업입니다. 전국 13개 시·도에서 가족보건의원을 운영하며 여성과 어린이 대상 모자보건증진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역사회 내 저소득층, 다문화가정 등 취약계층에게도 보건의료서비스를 제공합니다.

또한 지역주민을 대상으로 예방접종 등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해 1차 의료의 공공성을 확보하고 지역주민의 주치의와 같은 역할도 수행하고 있습니다.

Q. 임기 중 집중해온 현안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합니다. 팬데믹 기간에 협회 사업에 어려움은 없으셨는지요?

A. 협회 내부적으로는 직원 개개인의 권익 향상과 긴밀한 소통을 바탕으로 청렴하고 투명한 조직문화를 정착시키는 데 힘썼고요, 대외적으로는 인구사업 분야에 있어 선도기관으로서 전문성을 확고히 다지는 것에 역점을 두었습니다.

코로나19가 유행하면서 결혼과 출산을 연기하는 사람들이 많이 늘었지요. 그래서 협회가 추진해 온 저출생 극복 사업에 큰 위기가 있었습니다. 또한 협회가 진행하는 사업 대다수는 현장에서 국민을 만나 그 의견을 듣고, 함께 고민하는 사업들이었기에 비대면 시기에 진행하기 어렵기도 했고요.

하지만 협회는 팬데믹 상황에 맞춰 사업추진 방식을 변경했습니다. 저출생 극복을 위한 기존 사업들을 꾸준히 추진하되 대면으로 진행되던 토론회, 교육, 회의 등을 영상콘텐츠 보급, 화상교육, 화상회의, 유튜브 라이브 방송 등 비대면 온라인 방식으로 바꿨지요.

또한 협회의 인구 및 생식보건에 관한 조사·연구 기능을 강화해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하는 ‘저출산인식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특히 2021년은 ‘코로나19와 워킹맘의 양육해법 모색’을 주제로 제8차 설문조사를, ‘워킹대디가 경험하는 육아와 일’을 주제로 제9차 설문조사를 진행해 인구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다양하고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Q. 임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으시다면요.

A. 창립 60주년 기념식과 국제인구보건심포지엄을 꼽고 싶습니다. 창립 기념식은 코로나19 상황 때문에 외부에서 성대하게 기념행사를 개최하지는 못했지만 협회 가족들이 모여 역사적인 협회 창립 60주년을 축하하고 협회의 지속적 발전을 다짐하는 뜻깊은 자리였습니다. 

국제인구보건심포지엄은 창립 기념일인 4월 1일 창립 기념식과 함께 개최될 계획이었으나 코로나19로 인해 개최일을 연기했고 ‘인구의 날’에 맞춰 7월 8일에 개최했습니다. 그마저도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를 고려해 유튜브 생중계를 진행하고 현장 참석인원을 제한해야 했지요. 하지만 국내외 인구 전문가들이 참여한 심포지엄을 통해 인구사업에서 협회의 국제적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 뜻깊은 자리였습니다.

청사 현대화 사업에도 본격적으로 나섰는데요. 전국 13개 시·도에 위치한 지회 청사는 대다수가 1980년대에 건축됐기 때문에 신축 필요성이 오래전부터 제기된 상황이었습니다. 지역주민들에게 좀 더 쾌적한 환경에서 최상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청사 현대화 사업은 중요하지요. 보건의료 전문기관으로서의 협회의 입지를 다지는 중요한 사업이라고 봤기에 청사 현대화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였습니다.

현재는 전북지회의 신축 설계가 완료된 상태고요, 광주전남지회의 신축 설계가 진행 중입니다. 앞으로도 재정 상황을 살피며 타 지회의 현대화 사업을 추진할 계획입니다.

Q. 협회가 지난해 60주년을 맞은 것으로 기억합니다. 인구보건복지협회 60주년이 우리 사회에 어떤 의미가 있을지요? 아울러 앞으로의 협회 비전에 대해서도 소개 부탁드립니다.

A. 협회 60년의 역사는 우리나라 인구정책의 역사라고 감히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협회의 슬로건은 그 시대 인구정책을 대표하는 슬로건이 되었습니다.

협회는 1960년대 초반 ‘대한가족협회’라는 이름으로 처음 발을 내디뎠습니다. 세계 최저 수준의 경제 생산성과 인구과밀로 먹고사는 것조차 힘들었던 시기에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 창립됐지요. “덮어놓고 낳다보면 거지꼴을 못면한다” “하나씩만 낳아도 삼천리는 초만원”이라는 슬로건 하에 피임법의 대중화, 성교육, 가족계획 캠페인 등을 시행했습니다. 그 결과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드문 출산율 감소의 성과를 이뤄내 타 개도국의 모범이 됐고요.

그러나 2000년대 중반 이후 오히려 저출생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기 시작하자 협회 역시 변화하는 현실에 맞춰 협회명을 인구보건복지협회로 변경했습니다. 이후 “가가호호 아이둘셋, 하하호호 희망한국” “혼자하면 힘든육아, 함께하면 든든육아”등의 슬로건을 내세워 국민과 함께 인구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교육·홍보, 국민인식개선 조사·연구를 중점적으로 추진했습니다.

창립 60주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협회는 지나온 길을 성찰함과 동시에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함께 고민하고 ‘2030 비전체계’를 수립했습니다. ‘다양성, 포용성, 공공성, 혁신’이 핵심 가치이며 ‘인구변화 대응으로 삶의 질 향상’ ‘건강한 지역사회 안전망 실현’ ‘전문적이고 창의적인 기관 운영’이 전략목표입니다. 이를 아울러 ‘함께하는 건강가족, 지속가능한 행복세상’이라는 비전과 함께 국민이 건강하고 행복한 사회를 만들고자 합니다.

(2부 기사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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