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망설이는 아빠들...“육아수당 너무 적어”
육아휴직 망설이는 아빠들...“육아수당 너무 적어”
  • 황예찬 기자
  • 승인 2021.12.15 14:54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9차 저출산인식조사 발표토론회 좌장을 맡은 김영미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사진=인구보건복지협회 제공)
제9차 저출산인식조사 발표토론회 좌장을 맡은 김영미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사진=인구보건복지협회 제공)

[베이비타임즈=황예찬 기자] 육아휴직을 비롯한 ‘일·가정양립제도’가 있음에도 젊은 아빠들이 사용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국 경제적 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인구보건복지협회가 진행한 제9차 저출산인식조사 발표토론회에서는 일과 육아를 병행하는 ‘워킹대디’가 경험한 어려움을 확인할 수 있었다.

워킹대디 중 육아휴직을 경험한 사람은 20%에 불과했고, 그나마도 절반 이상(58.3%)이 사무종사자였다. 직장 분위기와 상사의 태도 등에 따라 사용할 엄두를 못 내는 곳도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아이를 돌볼 때 느끼는 가장 큰 어려움으로 ‘피곤해서 몸과 마음의 여유가 없다(39.5%)’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긴급 상황 시 공적돌봄에 대한 신뢰도나 활용도는 매우 낮게 나타났다. 응답자 중 72.9%는 교류하는 다른 워킹대디가 없다고 답했다.

이날 워킹대디로 토론에 참여한 윤민재씨는 “육아휴직을 사용하니 평일에도 가족과 시간을 보낼 수 있었고 평범한 동네 공원을 가도 딸아이의 웃음소리에 집중할 수 있어서 사용하기 잘했다고 생각했다”며 육아휴직을 썼을 때의 긍정적인 경험을 공유했다.

하지만 윤씨는 “하지만 육아수당이 현저하게 적다는 걸 느꼈다”고 지적했다. 윤씨는 “통상 임금이 300만원이었다고 가정하면 3개월 동안은 임금 100%를 지원받을 수 있지만 4개월 차부터는 대략 110만원 정도를 받게 된다”며 “직장인 남성들이 선뜻 육아휴직을 결심하기에는 상당히 용기가 필요한 금액”이라고 전했다.

남서의 육아휴직을 ‘유별난 사례’로 생각하는 직장 분위기도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씨는 “나름 근무환경이 자유롭다는 외국계 회사에 다니고 있었음에도 저희 부서에서는 제가 남자 육아휴직 1호였다”며 “우리는 수많은 아버지들의 실패를 보았고, 더는 이런 실패들을 답습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김진욱 서강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남성이 육아휴직을 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가 ‘소득 감소’라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고학력, 고임금 분들은 육아휴직을 많이 하지만 그렇지 않은 아빠들의 육아휴직은 사실 아내들이 반대하기도 한다”며 “아빠들이 벌어오는 소득이 크게 줄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송재영 인천아빠육아천사단 단장. (사진=인구보건복지협회 제공)
송재영 인천아빠육아천사단 단장. (사진=인구보건복지협회 제공)

◆ “출산한 부모 존중받아야”...지역별 자조 모임도 ‘눈길’

이날 토론회에는 가족친화제도를 적극 운용하는 기업과 아빠들이 육아를 위해 자발적으로 연대하는 모임 사례도 소개됐다.

안태상 하지공업(주) 대표는 사내에서 단계별로 주 4일제를 적용하고, 유연한 연차 사용,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제도 등 다양한 가족친화제도를 시행하고 있다고 전했다.

안 대표는 “출산을 늘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태어난 아이들이 존중받고, 출산한 부모가 존중받는 사회로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안 대표는 근로자의 70% 이상이 중소기업에서 일을 한다며 “정책이 잘 뒷받침된다면 중소기업은 이러한 저출산 문제, 일과 가정 병립, 가족 친화적인 문화를 만들 수 있는 토양의 역할을 할 수 있다”고도 말했다.

안 대표는 “예를 들어, 우리는 아이를 맡길 수 없는데 회사에 일이 있는 상황이라면 그냥 회사에 데려오라고 한다”며 “만약 국가에서 가족친화기업에 놀이 공간 등을 지원해준다든지 하면 이럴 때 아이가 회사에서 있을 곳이 생기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인천 지역 아빠들이 육아에 관심을 두고 함께 고민을 나누는 공동체 ‘인천아빠육아천사단’의 송재영 단장은 지역별 자조 모임의 장점을 소개했다.

송 단장은 “아이를 키우면서 알고 싶은 내용, 고민 등을 온라인에 올리면 선배 아빠들이 댓글로 경험을 설명해주기도 하고, 함께 가족 미션도 수행해 나간다”며 “보건복지부에서 운영하는 ‘전국 100인의 아빠단’도 자체적으로 자조 모임을 구성한다면 좋을 것”이라고 전했다.

끝으로 토론회 좌장을 맡은 김영미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송 단장님께서 소개해주신 사례는 약한 아이를 돌보는 경험이 우리를 어떻게 성장시키고, 우리 사회를 어떻게 성장시킬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면서 “돌봄을 통해 성장하는 사회를 위한 제도적, 정책적인 장치들을 어떻게 만들어갈 것인가 고민해볼 수 있었다”고 말을 맺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