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큰 병에 걸리는 사람은 따로 정해져 있다?
[건강칼럼] 큰 병에 걸리는 사람은 따로 정해져 있다?
  • 유경수 기자
  • 승인 2021.12.11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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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희대한방병원 한방재활의학과 김형석 교수 칼럼 여덟 번째 시간
경희대한방병원 재활의학과 김형석 교수 (사진=경희대의료원 제공)
경희대한방병원 재활의학과 김형석 교수 (사진=경희대의료원 제공)

대병(大病)이라고 하면 뇌경색, 뇌출혈, 심근경색 등의 갑작스런 혈관계 질환부터 신체 곳곳에 생기는 악성 종양(암), 그리고 자가면역질환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러한 질환들은 진단과 동시에 개인의 일상생활을 송두리째 뒤흔들고 심지어 수십 년 간 지속했던 한 개인의 가치관마저도 변화시키는 등 삶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대하다. 이로 인해 절망의 나락으로 빠져드는 사람도 있고, 오히려 인생 전반을 돌아보는 계기로 삼고 새 삶을 사는 이들도 있다. 중(重)한 병은 어떤 사람에게, 어떻게 하여 생기는 것일까.

‘튼실한 사람에게 큰 병이 오는 경우가 많다’라는 이야기는 심심치 않게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다. 그게 아니라도, 적어도 마르고 비실비실한 비주얼에 잔병치레 잦은 사람을 두고, ‘오래 살거야’ 하는 얘기는 들어봤을 것이다. 언뜻 생각하면 이게 무슨 어불성설인가 싶겠지만, 원인과 결과 사이의 블랙박스 안을 자세히 들여다본다면 사실은 매우 일리가 있는 말이다.

튼실한 사람에게는 감기나 소화장애 같은 가벼운 병은 오지도 않는다. 오장육부의 기능 하나하나가 너무도 충만하게 잘 돌아가서 작은 정도의 부주의로는 몸에 기별도 오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평소 조심해야 할 필요성을 못 느낀다. 몸에 뭔가 불편한 신호가 와야 조심도 하는 것인데, 그게 없으니 자신이 원하는 대로 뭐든 하게 된다. 한 겨울에 반팔 한 장만 걸치고 다녀도, 술을 진창 마시고 다음날 또 과식에 해장술을 마셔도 별 이상이 없다. 건강하기 때문이다.

성을 지키는 것으로 비유를 들자면, 타고난 성벽이 두텁고 탄탄하기 때문에, 적군의 졸병 정도가 쳐들어오는 것에는 감시병이 내다볼 필요도 없는 것이다. 물론 이것이 쌓이고 반복되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조금씩 성벽에 균열이 생겨 갈라지려 하지만, 아직까지도 위험신호는 감지되지 않는다. 성 안의 군주는 태평하기만 하다.

반면, 몸이 약한 사람은 전혀 다른 상황을 겪는다. 성벽이 얇고 견고하지 못하다. 따라서 뭐 하나 가벼운 놈만 기어 올라와도 위태위태하다. 군주에게 금방 보고가 들어간다. 그러다보니 성벽을 튼튼히 하는 데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인다. 여유가 생길 때마다 그 에너지를 허투루 쓰는 것이 아니라, 성벽을 좀 더 두텁게 하려고 보수공사를 한다. 그러다보니 성벽 보수와 주변 감시가 생활화된다.

이렇게 10년이 지났다고 해보자. 한 쪽은 성벽 자체는 여전히 두터우나 곧 부서지기 직전의 상황이 되어 있을 것이고, 얇았던 쪽은 끊임없는 노력을 통해 견고해져 있을 것이다. 얇은 성벽은 갈라지면 그 부분만 무너지고 말지만, 두터운 성벽은 무너지면서 주변 구조물까지 끌고 내려가 일이 커진다. 대병이 오는 것이다.

잔병치레는 결국, 우리 몸에 신호등을 자꾸 켜주는 역할을 한다. 차가 빨리 달리지는 못해도 더 조심하게 된다. 사고가 잦을지언정, 가벼운 접촉사고 정도이다. 반면 튼실한 사람은 신호등이 없는 고속도로를 달리는 것과 같다. 평소엔 쌩쌩 달려 기분 좋기로는 그만이지만, 그만큼 사고가 나면 풍비박산이 난다.

우리는 허약했던 사람이 꾸준한 운동과 생활습관으로 환골탈태했다는 눈물겨운 드라마 하나쯤은 알고 있다. 지금 비춰지는 모습만으로 그 사람의 과거를 속단할 수 없는 이유다. 그 유명한 보디빌더가 어렸을 적엔 말라깽이에, 친구들에게 괴롭힘을 당하던 허약아였다거나, 마린보이 박태환이 실은 어린 시절 천식을 극복해보고자 수영을 시작했다는 이야기는 이제 흔하게 회자되고 있다.

지금 자세가 무척이나 바른 것 같은 사람은, 실제로는 이른 시기에 목이 아프고 허리가 아파서 꾸준히 운동을 하고 자세에 신경쓰다보니 좋아진 경우가 많고, 주변에서 볼 수 있는 배불뚝이 거북목 아저씨는, 원래 무척 건강하다보니 몸에 큰 신경을 안 쓰고 지내서 이러한 결과를 맞은 경우가 많다. 시작점과 끝점이 정 반대로 교차되는 역설이다. 그렇기에 콤플렉스가 꼭 나쁘다고 할 수만은 없다.

타고난 기운과 어려서의 환경, 이 두 가지가 잘 갖춰지면 몸이 건강한 성인으로 자랄 수 있다. 그러나 청소년기 이후의 건강관리는 부모가 아닌 본인 스스로 가꿔가야 하는 것이며, 따라서 자신의 몸을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지를 어려서부터 알게 해주는 것이 중요하다. 양생(養生)은 몸의 생명력을 기르는 일이며, 곧 내 건강 그릇의 크기를 바로 알고, 이에 맞추어 살아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자라나는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것을 먹여 튼튼한 몸을 갖게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몸의 원리를 이해하게 하고, 진정한 건강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도 느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건강에 대한 참된 교육이라 하겠다. 그러기 위해서는 몸의 신호에 관심을 기울이고 순응하는 것이 기본이다. 감기에 걸려 일시적으로 밥맛이 떨어지면 그에 맞추어 적게 먹도록 하고, 오랜 시간 앉아 있어 허리가 아프면 진통제를 복용시키는 게 아니라 몸을 스트레칭하도록 하고 일찍 잠자리에 들게 하는 것이다.

물론 사람의 일(人事)이라는 것이 양생 원칙대로만 살아갈 수는 없는 것이나, 몸의 기본 원리를 이해하도록 하고 일과 휴식의 균형을 지키도록 하는 것은 결국 사람 사이의 일에도 좋은 영향을 준다.

〈경희대한방병원 김형석 교수 프로필〉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학·석·박사

-경희대학교 한방병원 재활의학과 임상조교수

-한방재활의학과 전문의

-한방재활의학과학회 이사

-한방비만학회 이사

-추나의학 교수협의회 간사

-척추신경추나의학회 정회원

-대한스포츠한의학회 정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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