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이 스스로 학대라 느끼면”...학대와 훈육, 그 사이에서 ①
“아동이 스스로 학대라 느끼면”...학대와 훈육, 그 사이에서 ①
  • 황예찬 기자
  • 승인 2021.12.0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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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권리보장원,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정책 토론회’ 개최
"체벌을 당했던 아동기, 행복했었나요?"...아동이 직접 물었다
(출처=픽사베이)
(출처=픽사베이)

[베이비타임즈=황예찬 기자] 지난 1월 8일, 민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자녀를 보호하거나 교양하는 데 필요하면 징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했던 민법 제915조 징계권 조항을 삭제하는 개정안이었다.

민법 징계권 조항이 삭제되면서 신체적·정신적 체벌을 가하는 방식의 훈육은 이제 법적 근거가 없다. ‘훈육’이라는 명목으로 가해지는 부모로부터의 폭력이 정당화될 수 없음을 법적으로 규정한 셈이다.

그러나 여전히 학대와 훈육, 그 경계 선상에서 일어나는 애매한 상황들이 많다. 사회적 인식 역시 가정 안에서의 체벌이 금지됐다는 사실을 잘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상황에서 다양한 관점의 아동학대 개념과 학대 특수성에 대한 고찰을 나누는 토론회가 열렸다.

아동권리보장원(원장 윤혜미)은 지난 6일 고민정 국회의원(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19명의 국회의원 공동주최로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고 밝혔다.

‘학대와 훈육, 그 경계에 관한 고찰’이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토론회는 아동 체벌을 용인하는 근거조항으로 사용되던 민법상 자녀 징계권 조항이 올해 삭제된 것을 계기로 다양한 관점에서 학대와 훈육의 경계를 짚어보고 아동학대 예방 방안을 모색하고자 마련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첫 번째 주제발표자로 아동권리보장원의 두 아동위원이 아동으로서 바라본 아동학대 개념과 훈육에 대한 차이점을 발표했다.

백혜빈 아동권리보장원 아동위원회 위원. (사진=아동권리보장원 유튜브 갈무리)
백혜빈 아동권리보장원 아동위원회 위원. (사진=아동권리보장원 유튜브 갈무리)

백혜빈 아동위원은 “아동학대를 판단하는 기준이 구체적이지 않고 모호하다는 이유로 어떤 행위는 아동학대고, 어떤 행위는 아니라고 구분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아동 스스로 아동학대라고 느끼거나 생각했다면 아동학대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부모는 학대의 명분으로 특정 이유를 제시할 수 있더라도 아동은 그 행위로 위협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백 위원은 “아동이 그 행위로 상처를 받고 두려움을 느꼈다면 아동학대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지금 발표하는 이 순간에도 훈육이라는 명목으로 학대가 이뤄지는 곳이 있을 것”이라며 “흔히 말하는 ‘맞을 짓을 했으니까 맞는거다’라는 등 아동에게 가해지는 체벌이 당연하다는 듯 이야기하는 분들에게 묻고 싶다. 체벌을 당했던 여러분의 아동기는 행복했었나”고 지적했다.

또한 백 위원은 “그저 자신이 당해왔기 때문에 체벌을 당연시하는 것 아닌가”라며 아이들을 훈육하기 위해 체벌이 아닌 다른 최선의 방법은 없었는지, 혹은 그 방법을 찾으려는 시도나 노력을 하지 않았던 것은 아닌지 물었다.

끝으로 백 위원은 아이들이 어른의 소유물이 아니라며 “어른들이 행하는 아동학대가 아이들의 행동을 바꿀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지 말아 달라”고 말을 맺었다.

김예린 아동권리보장원 아동위원회 위원. (사진=아동권리보장원 유튜브 갈무리)
김예린 아동권리보장원 아동위원회 위원. (사진=아동권리보장원 유튜브 갈무리)

김예린 아동위원은 “훈육이라는 이름을 달고 아동에게 체벌을 가하는 경우가 가장 흔한 것 같다”면서 “신체적으로 체벌해야 아동들이 잘 깨닫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은데, 그것은 어디까지나 어른들의 생각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아동이 배워야 할 점이 많은 존재임을 인정하면서도 “아동은 나쁜 행동이 나쁘다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기 때문에 잘못된 길을 알려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고 전했다.

이어 “폭력은 어떤 상황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어른들은 아동이 잘못해서 때리는 거라고 생각하지만 아동은 잘못한 게 아니라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아동은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로 학대를 당하기 때문에 실제로 아동 본인보다 주변 사람들이 신고하는 경우가 더 많다고도 지적했다.

또한 아동학대가 “아동이 잘못해서가 아닌, 어른이 잘못해서 일어나는 일임을 강조해야 한다”고 전했다. 김 위원은 “아동들은 사람들에게 학대 사실을 쉽게 말하지 못한다. 아동학대를 당했다고 친구들에게 말하면 안 좋은 시선을 받게 된다”며 “아동학대를 당한 아동들을 위한 법적 보호가 더욱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주제발표자로 나선 한상규 강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아동학대와 아동학대범죄의 개념에 대한 고찰을 주제로 발표했다. 인하대학교 아동심리학과 이완정 교수는 ‘아동 관점에서 바라보는 아동학대 피해의 중대성’을 주제로 학대 및 체벌이 아동에게 미칠 수 있는 스트레스, 공격성 등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 설명하면서 양육자의 긍정적인 훈육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양성일 보건복지부 1차관은 영상축사를 통해 “아동은 부모의 소유물이 아니다”라며 “훈육을 가장한 체벌은 더는 용납되지 않는다는 인식이 전 사회적으로 확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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