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경험이 주는 의미
[교육칼럼] 경험이 주는 의미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1.11.20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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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승범 홍대부속초등학교 교사
방승범 홍대부속초등학교 교사

과거 학생들은 동아리 활동을 통해서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교육과정에서 동아리 활동은 주 1회 정도, 연 34시간 정도로 정해져 있어서 실제로 체험하기에는 절대적으로 시간이 부족했다고 볼 수 있다.

요즘 학생들은 학교에서 방과후 학교, 토요 방과 후 학교 등을 활용해 승마, 펜싱 등의 다양한 활동을 경험한다.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이나 토요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은 동아리 활동보다 시간을 많이 확보할 수 있고 각 분야의 전문가 선생님들을 초빙해 진행하는 경우가 많아 질적, 양적으로 학생들에게 양질의 교육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

이는 비단 서울에서만이 아니라 전국적으로 활성화되어 있다. 오히려 시골 지역으로 갈수록 인적, 물적 지원이 더 많기에 시골 지역의 학생들 또한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다.

예전 초등학교 시절에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으로 하모니카 수업에 참여했던 기억이 있다. 하모니카는 동요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우리에게 익숙한 악기 중 하나이다. 하지만 이를 실제로 경험해 볼 기회는 흔치 않았다.

초등학교 시절 하모니카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이와 관련된 다양한 경험을 해봤다. 그중 서울랜드에서 한 하모니카 합주에 참여한 것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베이스 하모니카, 코드 하모니카 등 다양한 하모니카를 배우면서 음악 실력이 늘었을 뿐만 아니라 곡을 연주했을 때의 성취감 등을 배울 수 있었다.

같이 연주했던 한 친구는 하모니카 연주가로 아예 진로를 결정했고, 현재 하모니카 전문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다.

이 친구에게 하모니카 연주가가 된 계기를 물어본 적이 있었다. 그러자 친구는 방과후 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전까지만 해도 하모니카를 경험해 본 적이 없기에 하모니카에 대해 잘 알지 못했지만 합주 등을 하면서 점점 관심이 생겼고, 하모니카로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매력에 빠져 자연스럽게 하모니카 전문 연주자로 꿈을 키웠다고 답했다.

이는 단순히 필자가 경험한 내용이지만 다양한 경험은 학생의 진로도 결정할 수 있을 만큼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고등학교 시절, 소록도로 봉사활동을 간 적이 있다. 봉사활동을 가기 전까지는 소록도를 한센병 환자들이 사는 곳이자 이청준 작가의 소설 ‘당신들의 천국’의 배경으로만 알고 있었다. 정보가 없어서 살짝 거리감 같은 것이 있었다. 하지만 이는 곧 틀린 생각이었음을 알 수 있었다.

소록도에 가서 한센병 환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청소 및 짐 나르기 등의 봉사활동을 하면서 일상생활에서 할 수 있는 봉사의 중요성 등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소록도에서의 봉사활동이 없었다면 아마 지금도 소록도와 한센병에 대해서 편견과 선입관이 있었을 것이다. 다양한 경험은 사람의 인식을 변화시켜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고등학교 2학년 때 교내 산악부와 설악산으로 하계 등반을 간 적이 있다. 평상시 높이 올라가야 하고 땀도 많이 흘리는 등산을 좋아하지 않았는데, 친한 친구들이 간다기에 같이 가게 됐다.

한계령에서 시작하여 대청봉, 공룡능선, 마등령으로 내려오는 코스였다. 처음 한계령 휴게소에 도착해 한계령으로 올라갔을 때부터 즐거웠었다. 그곳의 풍경이 정말 아름답고 멋있었기 때문이다. 첫날 하루의 여정을 끝내고 머물 장소에 도착해 텐트를 설치하고 밤하늘의 별을 바라보니 서울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별자리를 직접 볼 수 있었던 것이 아직도 즐거운 기억으로 남아있다.

다음날은 여름이라 비가 많이 내려 희운각 대피소에서 하루 묵었다. 산속 산장은 눈이나 비가 많이 내리거나 바람이 강하게 불 때 대피할 수 있는 곳이다. 이날 대피소의 필요성에 대해서 직접 느꼈었다.

애국가의 영상 속 배경을 보면 암석이 많은 산이 나온다. 그곳이 바로 설악산의 공룡 능선이다. 설악산의 공룡 능선은 영상에서도 멋있지만 실제로 보면 더 멋지고 웅장하다. 공룡 능선을 생각하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에 남는 장면들이 있다. 바로 공룡 능선에서 바라보는 설악산이다.

공룡 능선을 보면 인왕산의 기차 바위처럼 위쪽에 조그마한 길이 있고 양옆은 바위로 되어 있는 곳이 있다. 여기에서 설악산을 바라보면 오른쪽과 왼쪽의 풍경은 같으면서도 다르고, 정말 멋있다.

또 다른 아름다움은 공룡 능선에서 바라보는 동해의 바다다. 가슴이 뻥 뚫리는 시원함을 느낄 수 있다. 공룡 능선에서 바다를 보면 마치 가까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다이빙하면 바다에 풍덩 빠질 것 같은 생각이 들 정도다.

산에서 보는 일출도 빼놓을 수 없는 벅참이 있다. 보통 등산을 할 때는 해뜨기 전에 시작한다. 운이 좋으면 빨갛게 떠오르는 일출을 볼 수 있다. 땅에서 보는 것보다 산 위에서 보는 일출, 특히 우리나라 산 중에서도 높고 동해 근처에 있는 설악산에서 보는 일출은 정말 멋있다.

평소 일상에서 경험하기 어려운 것들을 해 본 설악산 하계 등정은 필자에게 좋은 추억으로 남아있을 뿐만 아니라 힘이 들 때 이를 극복하게 도와주는 하나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2013년 중학교에 자유 학기제가 도입됐다. 자유 학기제는 1학기 동안 시험에 대한 고민 없이 학습자들이 원하는 다양한 활동을 해 볼 수 있다. 지식 경쟁 중심에서 벗어나 학생들이 자기 주도적으로 수업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학생 참여형 수업이 활성화되면서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율이 점점 높아지기 시작했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자신의 소질 및 적성을 파악할 수 있게 됐다.

과거 학업 중심의 학교생활에서 벗어나 현재 교육에서 중요시하는 학습에 대한 학습자들의 자발성이 높아지면서 자유 학기제가 더 확대되어 2018년부터는 2학기제로 운영되고 있다. 명칭도 자유 학기제에서 자유 학년제로 변경됐다. 더 나아가 현재는 자유 학년제의 도입을 중학교 3학년까지 확대하려고 연구 운영을 하고 있다.

이를 통해 2015개정 교육과정에서 중요시하는 역량을 학습자들은 스스로 성장시킬 수 있으며, 학업에 대한 만족도 및 성취도도 많이 높아지고 있다. 이는 교육에 있어 다양한 경험이 가지는 중요성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볼 수 있다.

교육에 있어서 다양한 경험은 중요하다. 특히 다양한 경험은 성장 중인 초등학교 학생들에게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학교 정규 교육과정에서 배운 것을 실제로 실생활에서 실천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수학여행, 수련회, 현장 체험 학습 등을 가는 것도 이와 비슷한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아이들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전인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 요구하는 문제 해결 역량, 공동체 의식 함양 등의 다양한 역량을 자연스럽게 키워나갈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은 민주 시민으로서 성장해 나갈 수 있게 도와주는 기초라 할 수 있다.

다양한 경험은 학습자의 인지 능력을 골고루 발달시킬 수 있기에 교육에 있어 활용할 필요가 있다. 친구 간의 우정을 쌓을 수 있고, 가족 간의 사랑을 기를 수 있는 등의 좋은 점도 있다. 현재는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이 있지만, 코로나19가 끝나고 난 후에는 아이들이 다양한 경험을 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방승범 교사 프로필>
- 홍대부속초등학교 교사
- 서울교대 학사 및 동 대학원 졸업
- 디지털 교과서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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