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 사육농장 정부 지원 배제는 심각한 정책차별”
“반려동물 사육농장 정부 지원 배제는 심각한 정책차별”
  • 김복만 기자
  • 승인 2021.11.02 1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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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석 생산자비대위원장 “사육농장 시설개선비 지원해야”
“한우·양돈·양계·염소·사슴·곤충 농가 지원, 반려동물은 제외”
“동물복지 향상하려면 현실에 맞게 정책 수립·법 개정해야”
최용석 반려동물생산자비상대책위원장.
최용석 반려동물생산자비상대책위원장.

[베이비타임즈=김복만 기자] 정부가 한우, 양돈, 양계, 사슴 등 축산농가에 대한 지원을 확대하면서도 개, 고양이 등 반려동물 사육농장에 대해서만 유독 처벌 위주의 엄격한 규제 행정을 동원해 '차별정책' 비판을 받고 있다.

자유무역협정(FTA) 등 수입개방 대응과 농가소득의 안정적 증대를 위한다는 명목으로 한우, 양돈, 양계 등 축산농가를 대대적으로 지원하는 가운데 영세 반려동물 생산농장에는 지원금은커녕 규제를 강화하고 퇴출을 유도하는듯한 정책을 펴고 있어서다.

국내 반려인구 1500만 시대를 맞아 생산 및 분양 과정 등 이력이 확실한 반려견·반려묘를 소비자인 반려인들에게 공급하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시행해야 하지만, 규제 일변도의 정책을 추진한 결과 반려동물 생산농장이 잇따라 폐업하고 이력이 불분명한 중국산 반려견·반려묘 수입이 늘어나는 부작용도 낳고 있다.

정부의 무리한 밀어붙이기식 규제 정책으로 고사 위기를 맞은 반려동물 생산농장의 실태 및 규제 내용, 반려동물을 제외한 한우, 양돈, 양계 등 다른 축산농장에 대한 지원 현황을 전국반려동물생산자비상대책위원회 최용석 위원장과 인터뷰를 통해 알아봤다.

최 위원장은 “마구잡이식 규제 강화와 행정처분으로 반려동물 생산농장을 옥죌 것이 아니라 반려동물 사육환경 개선을 통한 동물복지 향상을 위해 사육농장에 대한 시설개선비용 지원 등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음은 최 위원장과 일문일답이다.

Q. 정부가 지난 6월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을 개정했는데.

A.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6월 17일 동물보호법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반려견·반려묘 생산농장에 대해 2023년 6월 18일부터 반려동물 사육시설의 관리 인원을 12개월령 이상 반려견·반려묘 50마리당 1명 이상을 확보하도록 의무화했다.

2018년 3월 22일 기존의 ‘관리인력 기준을 100마리당 1명 이상’에서 현행 ‘75마리당 1명 이상’으로 1인당 사육 마리를 줄이더니 또 ‘50마리당 1명 이상’으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내년 6월 18일부터는 사육시설의 가로, 세로 크기를 사육하는 동물 몸길이의 각각 2.5배, 2배 이상으로 해야 한다. 반려동물의 몸길이가 80cm를 초과 경우에는 가로, 세로 각각 2배 이상의 사육공간을 둬야 한다.

특히 반려견 생산농장에 적용하는 마리당 최소 사육면적은 미국 농무부(USDA)에서 제시하는 반려견 사육면적의 3배나 된다. 현실을 무시한 밀어붙이기식 무자비한 규제다.

Q. 처벌조항도 강화된 것 같은데.

A.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에서 정한 시설·인력 기준 및 준수사항을 위반하면 반려견 생산농장은 최대 3개월까지 ‘영업정지’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더 심각한 것은 시행규칙에서는 영업정지라는 행정처분만 받지만 키우던 반려견이 다치기라도 하면 내년 6월 18일부터는 동물보호법상 동물학대죄 적용을 받아 2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도 있다.

동물보호법은 동물의 생명권 존중과 복지향상을 위한 목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생계형 반려견 생산농장을 사지로 내몰고 반려견 매매가격 상승과 이력이 불분명한 중국산 반려견 수입만 부추기는 부작용이 과연 법의 목적인지 정부에 묻고 싶다.

Q. 농식품부 등 정부에 쌓인 게 많은 것 같다.

A. 농식품부는 농어민의 어머니라고 할 수 있고, 농어민에게 희망을 주는 포근한 정책을 펴야 하는 행정 기관이다. 그럼에도 애완동물 사육 농가에 대하여는 누구의 압력과 사주인지는 알 수 없으나 과격하게 삶과 희망을 포기케 하는 정책만을 추진하는지 그 배경이 의심스럽다.

현재 3000여 전국 반려견 사육농장은 대부분 50~60대 반려동물 사육 전문가들이 수십년 동안 꾸려온 생계형 사업장임에도 정부는 현실을 무시한 정책을 밀어붙이고 있다. 마구잡이식 규제 강화와 행정처분만 동원할 것이 아니라 반려견 사육환경 개선을 통한 동물복지 향상을 위해 사육농장에 대한 시설개선비용 지원 등의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Q. 동물보호법과 시행규칙이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얘기인가.

A. 동물보호법 시행규칙과 시행령을 제·개정하면서 왜 일방적으로 강화된 내용으로만 추진하고 또 그렇게 결정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 없다. 사육농장의 현실에 맞는 정책 실행이 무척 아쉽다. 특히 청년들과 30~40대 젊은 층이 반려동물 사육 및 유통사업 창업을 통해 꿈을 키우고 있는 점을 고려해 입법을 추진해 주길 바란다.

반려견·반려묘 사육 농가는 축산법상 축사 허가를 받아야 하고 여기에 더해 동물복지 향상을 위한 제반 설비를 추가하지 않으면 생산업 허가를 득할 수 없도록 규제받고 있다.

게다가 소나 돼지 등 다른 축산농가에는 설비, 방역, 구충 등 다양하게 보조금 등을 지원하면서 왜 애완동물 사육 농가에는 이런 보조금 지원을 하지 않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

국회의원이나 농식품부 담당 공무원들은 말로만 동물복지를 부르짖지 말고, 이 점을 개선해 진정한 동물복지를 위한 정책 수립과 법 개정을 추진해 주기를 바란다.

동물보호단체도 법의 강화만을 부르짖을 게 아니라 진정 동물의 복지향상에 뜻이 있다면 누구보다 애완동물 사육 농가에 대한 지원에 앞장서야 할 것이다.

Q. 한우, 양돈, 양계 등 다른 축산농장 지원은 어느 정도인가.

정부는 국제사회와 경쟁하는 선진축산업을 육성한다는 목표로 친환경 사육개선, 가축개량 선진화, 브랜드 명품 계열화 등을 위해 거액의 예산을 투입해 한우·양돈·양계 농가를 지원하고 있다.

한우 사육 농가의 경우 한우 번식 농가 사육의욕 고취, 우량개체로 개량 가속화, 품질관리 및 생산기반 구축 등 축산농가 경영안정을 위한 자금 지원을 확대하는 추세다.

특히 한우, 양돈, 양계 등 축산업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개선하고 환경친화적인 축산여건을 조성한다는 명목으로 가축분뇨 수거비용까지 지원하는 상황이다.

양계농가에 대해서는 가축 사양관리 개선을 통한 육성률 향상 및 경쟁력 강화, 폐사율 감소·사료 효율 증대 등 생산성 향상을 통한 농가소득 증대를 위해 농장별 여건에 맞춰 필요 시설·장비 등의 설계·구입·설치 등의 비용을 지원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양계농가의 안개 분무시설·자동급수시설·환기 및 순환 팬·생산성 향상제·단열재·이송기 등의 구입비까지 지원한다.

동물사체의 친환경적 비매몰방식 처리를 통한 토양 및 지하수 오염방지 목적으로 양돈, 양계, 염소 등 축산농가에 동물사체 처리시설도 지원하고 있다.

심지어 정부는 양봉농가와 사슴·염소·말·곤충을 사육하는 농가에 대해서도 육성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면서 반려견 사육농장만 지원을 배제하는 차별대우를 하고 있다.

최용석 반려동물생산자비상대책위원장.
최용석 반려동물생산자비상대책위원장.

Q. 최근 반려견 수입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는데.

A. 관세청에 따르면 올해 1월~8월 항공기로 해외에서 들여온 반려견과 반려묘는 총 1만241마리에 이른다. 2019년 같은 기간 5222마리에 비교하면 2년 만에 2배로 늘어났다.

반려견 수입은 2019년 4164마리에서 올해 7961마리로 91.2% 늘어났다. 지난해 반려견 해외 수입이 17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고 올해 두 배로 급증한 추세를 보면 앞으로 반려견 수입은 더 큰 폭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반려견 생산업 허가제 전환, 생산시설 규제 강화 등 현실을 무시한 정부 정책에 따른 반려견 사육농장의 휴·폐업 증가로 공급이 급감하면서 상대적으로 규제가 덜한 중국 등으로부터 수입이 급증한 것이다.

반려견 수입 증가에 따른 국내 반려견 사육농장의 추가 도산 등 악순환도 문제이지만, 더 큰 문제는 수입 반려견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국산 반려견이 사육환경과 번식과정 등 불분명한 이력으로 인해 국내 반려인들에게 큰 피해를 줄 위험이 있다는 점이다.

중국의 반려동물 사육농장 환경을 신뢰할 수 없음에도 일단 국내에 들어오면 소비자들은 분양받은 반려견이 국내산인지 중국 등에서 들여온 수입 반려견인지 전혀 알 길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값싼 중국산 반려견을 국내산 반려견으로 둔갑시켜 비싸게 판매하는 등의 분양사기가 발생할 위험도 커진다.

정부의 반려견 사육농장에 대한 엄격한 규제가 국내 반려견 생산 농가의 몰락과 공급 감소를 불러오고, 결국 이력도 모르는 반려견의 무분별한 해외 수입을 부추기는 부작용을 낳는 것이다.

농식품부는 중국산 등 이력 없는 반려동물의 수입을 막아 국내 반려인들의 피해를 줄이고 반려견 사육농장도 보호하는 정책을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

Q. ‘반려동물을 사지 말고 입양하자’는 운동을 어떻게 생각하나.

A. 동물보호단체들이 ‘반려동물을 사지 말고 입양하자’는 운동을 펼치고 있고, 일부 관련 단체들이 여기에 동조하는데 이는 매우 위험한 움직임이다.

사람들의 환경과 취향이 저마다 다른 것처럼 동물보호소에서 입양을 기다리는 애완동물은 대다수가 성견으로서 제각각 다른 특성과 양육 환경을 갖고 있다. 새 주인과 공감대 형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사람과 애완동물 간 성격 파악이 미흡한 상태에서 입양하게 되면 동물의 경계심리가 고조된 관계로 안전사고 발생 위험이 매우 크다.

이런 위험에 대한 처리지침도 없고 책임지고 문제점을 해결하려는 행정 부처도 없는 현실에서 반려인들이 큰 피해를 당할 수 있고 사회적인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대부분 유기견은 혈통견이 아닌 믹스견, 잡견, 발발이 등의 성견들이고 1년 이하의 어린 강아지는 거의 없다. 이에 따라 동물보호법상 유기견 방지를 위한 내·외장 칩의 부착은 6개월령 이상부터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Q. 반려동물 유통구조 개선의 목소리가 높은데.

A. 동물복지를 위해 애완동물의 유통경로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있으나 이 또한 매우 위험한 발상이라고 생각한다.

생산자가 나름대로 건강하게 키운 어린 강아지(자견)을 경매장에 출하하면 1차로 경매인이 출하된 애완동물의 환경파악과 외관상 점검을 한 뒤 2차로 수의사가 혹시 나타날 수 있는 피부병이나 코로나 등 질병 여부를 검사한다. 생산자부터 경매인, 수의사의 검사 등 최소 3차에 걸쳐 건강상태를 확인한 뒤 경매가 이뤄지고, 분양업체를 통해 반려인에게 전달되므로 반려인들은 안심하고 반려동물을 분양받을 수 있다. 혹시 늦게라도 나타날 수 있는 이상 부분은 분양하는 곳에서 한 번 더 확인하고 해당 반려동물은 분양에서 제외될 수 있다.

이 같은 과정과 단계를 거치면서 소비자는 안심하고 반려동물을 분양받을 수 있게 된다. 특히 전국적으로 가까운 곳에서 소비자의 제반 환경과 취향에 맞게 자유롭게 분양받을 수 있다. 반려동물 분양 시 가족이 동반하는 사례도 흔하다.

시장경제 논리에 의해 경매와 분양이 이뤄지고, 모든 생물은 소비자에게 전달될 때까지 위험을 수반하므로 일반 공산품처럼 적은 이윤으로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은 게 현실이다. 반려동물 사육 농가 및 유통업체 입장에서는 반려동물의 사망과 미분양에 따른 위험을 안고 있는데 이에 대한 현실적인 분양가격 책정이 중요하다.

Q. 추가로 정부에 건의하고 싶은 사항은.

A. 농식품부는 시행규칙 제·개정 시 개체관리카드, 인터넷교육 등 불필요한 제도는 삭제해 반려동물 사육자가 사육에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복지위원 선정도 개선할 부분이다. 현재 복지위원 중에는 동물복지법의 직접적인 대상인 반려견과 반려묘 관련 사육자나 전문가가 선정되어야 함에도 소나 돼지 등의 사육자가 선정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현실에 맞지 않는 자가치료 금지법 시행도 문제다. 보통 동물병원은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영업을 하는데 반려동물의 질병과 출산은 시간에 구애됨이 없이 발생한다. 병원이 문을 열지 않는 시간에 급박한 상황이 발생하면 응급처치를 해야 하는데, 위급한 상황에서 자가치료를 막는 행위는 동물복지가 아니라 동물의 고통을 초래하는 학대 중의 학대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야간에도 동물병원 이용이 보편화 될 때까지 자가치료 금지법 시행을 유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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