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권 ETF 투자하려는데...미국과 유럽, 어떻게 다를까
탄소배출권 ETF 투자하려는데...미국과 유럽, 어떻게 다를까
  • 황예찬 기자
  • 승인 2021.10.20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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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픽사베이)
(출처=픽사베이)

[베이비타임즈=황예찬 기자] 올해 유럽 탄소배출권 가격이 급등하고 한국거래소에 탄소배출권 ETF가 상장하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커지는 추세다. 현재 미국과 한국에 상장된 탄소배출권 ETF는 총 8개다.

또한 그동안 상장된 탄소배출권 ETF는 대부분 유럽에 투자하는 상품이었는데, 지난 5일 미국 탄소배출권에만 투자하는 ETF도 상장되면서 ‘미국 100%’ 비중으로 투자할 수도 있게 됐다.

이에 이정연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20일 “미국의 탄소배출권 거래제는 유럽 배출권거래제와 다른 점이 있다”며 투자자들이 참고하면 좋을 배출권거래제 내용을 전했다.

우선 미국은 중국 다음으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국가로 알려져 있다. 지난 2019년 기준 약 60억 톤의 온실가스를 배출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1%를 차지한다.

다만 탄소배출권 시장 규모는 유럽보다 훨씬 작다. 지난해 유럽의 탄소배출권 시장 규모는 연간 거래대금 기준 약 2000억유로에 달했지만 미국은 260억 유로에 그쳤다.

이 연구원은 “이는 미국의 배출권 거래제 적용 범위가 낮기 때문”이라며 “미국 배출권거래제의 가장 큰 특징은 연방정부가 아닌 일부 주에서 제한적인 부분에 걸쳐 거래제 참여를 강제한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유럽은 27개국이 발전과 운송 산업 부분에 걸쳐 배출권거래제 참여를 강제하지만 미국은 연방정부 차원에서의 통합적인 거래제를 도입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국은 현재 지역 단위로 배출권거래제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미국과 유럽의 탄소배출권 가격은 둘 다 올해 들어 증가하는 흐름을 보였지만 수익률 자체는 미국이 40%, 유럽이 74%로 유럽의 가격 상승 폭이 더 컸다.

이 연구원은 “유럽의 경우 ‘Fit for 55’ 친환경 정책 패키지 발표에서 배출권거래제를 더욱 활성화하고자 하는 정책들이 나왔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 미국에서 운영되는 배출권거래제는?

지역 단위로 운영되는 미국의 배출권거래제 중 하나는 WCI(Western Climate Initiative)다. WCI는 미국 서부 7개 주와 캐나다 4개 주가 연합해 시행하려던 지역 배출권거래제다. 지난 2012년 일부 주가 탈퇴하면서 지금은 캘리포니아와 캐나다 퀘벡 등 2개 주가 참여한다.

배출권 단위로 CCA(California Carbon Allowance)를 사용하며 발전과 산업, 연료 공급 부문에서 적용된다. 발전 부문에서는 캘리포니아에 전력을 판매하는 발전 업체도 규제 대상에 포함한다.

주목할 점은 캘리포니아가 배출권 과다 할당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배출권 최저가격과 상한 가격을 정해 배출권 가격의 급락과 급등을 방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연구원은 “현재 CCA 가격은 28달러로 하한가격까지 ?35%의 괴리율이 있으나 매년 하한가격이 높아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격 하락 시 하방 경직성이 존재한다”고 전했다.

미국 북동부 총 10개 주가 참여하는 탄소배출권 시장 RGGI는 주별로 이산화탄소 배출 상한을 정한 뒤 주 정부별로 상한 범위 내에서 배출권(RGA, Regional Gas Allowance)을 발행한다. RGGI는 발전 부문, 그중에서도 발전 설비 25MW 이상의 화력발전소만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특징이다.

RGGI는 발전소에서 배출되는 탄소배출량을 오는 2030년까지 연간 2.275% 감축하려는 목표를 갖고 있다. 배출량 감축 폭이 유럽이나 WCI보다 크지 않은 이유는 발전소들이 급격한 가격 변동 없이 탄소저감기술에 투자할 수 있는 기간을 주기 위함으로 알려졌다.

RGGI도 CCA와 마찬가지로 상한과 하한 가격을 두고 있는데, 하한가격은 매년 인플레이션을 반영하고 추가로 2.5% 높게 설정된다. 이 연구원은 “그러나 현재 RGGI 가격과 상하한가격의 격차가 ±60% 이상인 점을 고려하면 상하한선의 범위가 매우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 가격 상승 여력이냐 안정성이냐

이처럼 미국의 배출권거래제(WCI, RGGI)와 유럽 배출권거래제(EU-ETS)는 배출 총량 거래 원칙에 기초해 운영한다는 점에서 큰 틀은 같다. 다만 연간 배출 총량 목표 설정, 배출권 할당량, 포괄산업 대상 분야, 무상/유상할당 비중 등의 제도적인 차이로 시장규모와 가격에서 차이가 난다.

RGGI의 경우 가격 상승 여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주 정부 차원에서 소극적으로 운영된다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이 연구원은 “EU의 친환경 정책 패키지는 배출권거래제를 활성화하자는 방향이지만 미국 연방정부의 그린뉴딜 정책은 탄소배출량을 줄이고자 하는 방향”이라고 짚었다.

다만 RGGI는 가격 하단선 근처에 가격이 형성돼있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연구원은 “최근 천연가스 가격 상승 흐름이 주춤해 유럽 탄소배출권 가격의 하방 압력이 커진 상황”이라면서 “상대적으로 캘리포니아 주 탄소배출권을 EU-ETS 대비 안정적인 자산이라고 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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