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빛나라의 LAW칼럼] ‘오징어 게임’과 산재 위자료
[오빛나라의 LAW칼럼] ‘오징어 게임’과 산재 위자료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1.10.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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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빛나라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오빛나라
오빛나라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오빛나라

[해당 글에는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 대한 약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으므로 오징어 게임을 아직 보지 않은 분들은 유의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요즘 드라마 ‘오징어 게임’이 인기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해당 드라마의 패러디물이 넘쳐나고, 기사 헤드라인도 ‘오징어 게임’이 장식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도 주요 대화 소재가 되다 보니 이 드라마를 안 보면 대화에 참여할 수 없을 정도다.

오징어 게임은 456억원 상금이 걸린 서바이벌 게임을 그린 드라마다. 400억원, 500억원처럼 백억의 자리 숫자가 딱 떨어지는 금액이 아니라 456억원이라는 금액을 상금으로 정한 것은 참가자가 456명인데 참가자 1명당 1억원의 상금을 책정해서다.

참가자 1명이 탈락할 때마다 상금 1억원이 적립된다. 탈락자는 처형되는 게 게임의 규칙이다 보니 참가자 1명이 사망할 때마다 1억원이 적립되고 최후의 승자가 모든 상금을 가져가는 구조다.

참가자 1명이 사망할 때마다 고작 1억원이 적립되는 건 너무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하지만 탈락자가 발생할 때마다 상금이 적립되는 장면을 보고 “사람이 죽었는데 1억원은 너무 적어서 비현실적이다”라는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오지 않는 건, 말도 안 되는 장면이라고 비난하기에는 현재 우리 사회의 현실을 고스란히 투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재 사망 사고 시 ‘최대’ 위자료는 1억원. 그러나 실제로는 위자료 1억원마저도 전부 지급되지 않는다. 피해자에게 과실이 있는 경우에는 과실상계가 되고 연령, 직업, 사회적 지위, 재산, 생활상태, 고통의 정도, 가해행위의 동기, 사고 후 가해자의 태도 등 다양한 요소를 참작해 감액한다.

2015년 3월 1일 이후 발생한 교통·산재사고에 적용되는 서울중앙지방법원 교통·산재 손해배상 전담재판부의 위자료 산정기준표에 의하면 산업재해 사고로 인한 손해배상사건의 피해자에 대한 위자료(피해자 및 가족들에 대한 위자료의 합계 금액)는 피해자에게 과실이 없는 경우 피해자가 사망한 때 금 1억 원으로 하고, 피해자가 상해를 입어 가동능력을 상실한 때 ‘금 1억 원에 가동능력 상실률을 곱한 금액’으로 한다.

피해자에게 과실이 있는 경우 ‘피해자가 사망한 때 금 1억 원, 피해자가 상해를 입어 가동능력을 상실한 때 금 1억 원에 가동능력 상실률을 곱한 금액’에서 피해자의 과실비율 중 10분의 6에 해당하는 부분을 감액한 금액을 위자료로 한다. 산식으로 정리하면 [위자료기준금액×{1-(과실비율×6/10)}]이다.

불법행위로 입은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액수는 사실심법원이 여러 사정을 참작해 그 직권에 속하는 재량에 의해 확정할 수 있다(대법원 2002. 11. 26. 선고 2002다43165 판결 등).

법원이 불법행위로 인한 위자료를 산정함에 있어서는 피해자의 연령, 직업, 사회적 지위, 재산 및 생활상태, 피해로 입은 고통의 정도, 피해자의 과실정도 등 피해자 측의 사정에 가해자의 고의, 과실의 정도, 가해행위의 동기, 원인, 가해자의 재산상태, 사회적 지위, 연령, 사고 후의 가해자의 태도 등 가해자 측의 사정까지 함께 참작하게 된다(대법원 2009. 12. 24. 선고 2007다77149 판결).

그동안 우리나라의 위자료 인정액이 법 공동체의 건전한 상식, 국가 경제규모, 해외 판례 등에 비추어 지나치게 낮게 형성되어 있으므로 제반 사정을 고려해 보다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이에 2016년 10월 20일 사법연수원이 주최한 ‘사법발전을 위한 법관세미나(민사)’에서 불법행위 유형별 적정한 위자료 산정방안 최종안이 마련돼 유형별 위자료 가중금액은 교통사고는 2억원, 대형재난사고는 4억원, 영리적 불법행위는 6억원, 명예훼손(피해가 매우 중대한 경우 훼손된 가치에 상응하도록 초과 가능) 중 일반피해는 1억원, 중대피해는 2억원으로 상향했지만, 산재 위자료에 대해서도 이 기준이 적용되는지에 대해서 명시적으로 기술하고 있지 않다.

‘오징어 게임’에서 적립되는 상금 456억원은 참가자 456명의 목숨값이지만, 참가자들의 가족들에게 분배되는 것이 아니라 최후의 승자, 단 한 사람이 자신의 몫을 포함해 전부 가져간다.

참여자 중 한 명이 상금을 독식하는 드라마 속 상금 배분 구조는 잔인하기는 하지만 시야를 넓혀 이 게임을 설계한 자를 생각하지 않는다면 동일한 게임을 하고 동일한 위험에 노출되었다가 생존한 게임 참여자가 상금을 가져간다는 점에서 오히려 현실 사회보다는 평등하고 정직하다는 생각이 든다.

서울 도심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으리으리한 건물들은 마우스 클릭 한 번으로 은행 계좌에서 계좌로 손쉽게 이체되는 ‘숫자’가 지은 것일까, 아니면 현장에서 무거운 자재를 나르고 용접을 하면서 실제로 일한 ‘사람’이 지은 것일까.

실제 현실에서는 대규모 부동산을 건설해 발생한 어마어마한 수익은 프로젝트를 설계하고 자금을 조달한 금융기관, 시행사와 시공사가 나누어 가져가고 실제 건설 현장에서 땀 흘리며 일하는 일용직 노동자들은 일당 10만~20만원 남짓을 받아 갈 뿐이다.

건물이 준공된다고 하더라도 일용직 노동자들에게는 인센티브 같은 건 주어지지 않는다. 수익은 분배받지 못하지만 위험한 현장에서 산재 위험에 고스란히 노출되어 일하면서 산재가 발생하면 삶이 파괴되고 고통받는 건 재해를 입은 노동자와 그 가족들이다.

열악한 작업환경으로 인해 유명을 달리한 산재 재해자의 유가족들에게 도의적으로 선심을 쓰는 것 마냥 합의금을 제시하는 회사의 태도를 지켜보면서 궁금한 점이 있었다. 회사 대표나 경영진의 자녀가 일한다고 하더라도 안전조치를 허술하게 했을까, 그들이 산재를 당했더라고 동일하게 대할까.

최근 한 국회의원의 자녀가 자산관리 회사에서 퇴직하면서 50억원을 퇴직금과 산재 위로금 명목으로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과도한 업무로 인해 발생한 기침, 어지럼증, 이명 등에 따른 산재위로금으로 약 45억원을 받았다고 한다.

현행 산재 사망사고 발생 시 1억원을 최대한도로 삼는 위자료 산정기준에 따르면 비상식적이고 상병에 비추어서도 과다한 것으로 보여 실제 산재 위로금이었는지에 대한 판단을 섣불리 할 수 없겠지만, 한편으로는 산재 중대재해 위로금으로 45억원을 지급받았다는 말이 진실로 믿어지는 사회가 왔으면 하는 순수한 바람이 생긴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 사람의 건강과 생명에는 더더욱 귀천이 없다. 업무로 인한 기침, 어지럼증, 이명 등에 45억원을 지급할 정도면 산재 사망사고에 45억원은 오히려 적은 금액이지 않은가. ‘오징어 게임’처럼 ‘지옥’과도 같은 현실에서는 하루하루 정직하게 자기 힘으로 성실히 살아가다가 유명을 달리한 노동자 45명 그 이상의 정신적 고통에 대한 대가, 목숨값이지만 말이다.

 

<오빛나라 변호사 프로필>
-現 오빛나라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現 대한변협 인증 산재 전문 변호사
-現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자문위원
-現 한국여성변호사회 재무이사
-現 서울지방변호사회 여성변호사특별위원회 위원
-現 서울글로벌센터 자문위원
-現 수협 공제분쟁심의위원회 위원
-前 근로복지공단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위원
-사법시험 54회 합격
-사법연수원 44기 수료
-연세대학교 법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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