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다그룹은 왜 디폴트 위기에 몰렸나...증시에 미칠 영향은?
헝다그룹은 왜 디폴트 위기에 몰렸나...증시에 미칠 영향은?
  • 황예찬 기자
  • 승인 2021.09.24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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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8월 '3개의 레드라인' 규제 이후 휘청
'제2의 리먼'은 없다...개별 기업 이슈 가능성
쉬자인 헝다그룹 회장. (사진=헝다그룹 제공)
쉬자인 헝다그룹 회장. (사진=헝다그룹 제공)

[베이비타임즈=황예찬 기자] 연일 헝다그룹(에버그란데)의 디폴트 위기로 증권시장이 뜨겁다. 명절 연휴 동안 해외 시장부터 영향을 받기 시작하더니 헝다그룹의 대규모 채권 이자 상환일이었던 지난 23일에는 국내 시장도 영향을 받아 잠시 주춤했다.

헝다그룹은 중국 최대 규모의 부동산 건설사로 유명하다. 지난해 기준 중국 건설사 중 자산규모로는 1위, 2021년 기준 포춘지가 선정한 글로벌 500대 기업 리스트 중 122위를 기록했다. ‘대마불사’라는 수식어를 달기에 부족함이 없는 ‘대마’ 헝다그룹은 왜 갑자기 부도 위기를 겪기 시작했을까.

헝다의 위기를 살펴보기 위해서는 시계를 돌려 지난해 8월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지난해 8월 중국 정부는 부동산 개발업체를 대상으로 강력한 대출 규제를 시행했다. 중국이 미국에 맞서 내수 중심 경제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높은 부동산 가격이 내수 소비 활성화를 가로막는다는 지적이 나왔기 때문이다.

당시 중국 정부가 자국 시중은행에 전달한 대출 규제 지침은 이른바 ‘삼도홍선(三道红线)’, 즉 ‘세 가지 레드라인’이라고 불릴 정도로 강력했다. 부채비율 70% 이상, 순부채비율 100% 초과, 단기부채(유동)비율이 1배 이하인 부동산 개발기업에 대해서는 신규 대출과 부채 확대를 제한하기로 한 것이다.

문제는 부동산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은 업종 특성상 부채가 많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헝다그룹의 공식 부채도 350조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중국에서 부동산 개발업체의 대출은 감소할 수밖에 없었다. 헝다그룹 역시 유동성을 유지하기 위해 대출을 줄이고 자산을 매각해야 했다.

하지만 헝다의 유동성을 향한 의문은 끊임없이 제기됐고, 급기야 지난 7월에는 중국 장쑤성 우시시 중급인민법원이 헝다그룹 투자자 중 하나인 광파은행의 신청을 받아들여 헝다의 예금 234억원을 동결하기도 했다.

시중은행이 예금 동결을 신청해 얻어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투자자 심리는 급격히 흔들렸고, 헝다는 이후 연이은 주가 하락을 겪던 와중 지난 16일 일시적으로 모든 역내 채권 거래를 중단하기에 이르렀다. 헝다가 채권 상환을 감당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분위기는 시장에 더욱 짙어졌다.

급기야 헝다는 지난 18일 실물자산 상환을 긴급 공지했다. 헝다그룹의 금융상품 투자자들에게 판매가 기준 최고 절반 이상 할인된 가격에 부동산으로 상환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결국 헝다는 23일 상환 예정이었던 달러화 채권 이자 8350만달러를 제대로 지급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의 한 투자자는 전날까지 헝다로부터 이자를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문제는 헝다가 상환해야 하는 돈이 아직 많이 남아있다는 것이다. 헝다는 오는 29일에도 채권 이자 4750만달러를 지급해야 하고 금융사에서 빌린 돈 5718억위안 중 절반가량을 올해 안에 갚아야 한다.

한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 중앙정부가 각 지방정부에 헝다의 몰락에 대비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만약 해당 보도가 사실이라면 계획경제를 표방하는 중국 당국이 헝다를 구제할 가능성은 더 낮아진다.

◆ “개별 기업 이슈일 것”...중국 정부의 자신감?

‘대마’ 헝다그룹이 휘청거리고 있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사태가 지난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처럼 시스템 전체의 이슈로 번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강하다. 중국 시장에 참여하는 투자자들도 이번 상황을 개별 기업 이슈로 간주하고 있다는 평가다.

정정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위험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주요 지표가 큰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고 전했다. 환율은 흐름도 안정적이었고, CDS도 소폭 상승하기는 했지만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는 설명이다.

정 연구원은 “글로벌 투자자들이 시장에 대한 신뢰는 일부 훼손됐지만 중국 경제 전반적으로 봤을 때는 큰 우려 사항이 아닌 것으로 해석한다는 의미”라며 “헝다 사태가 단기 변동성 확대 시 빌미가 될 수는 있겠지만 중국 전반적인 리스크로 보기에는 과도하다”고 밝혔다.

금융시스템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적다는 평가도 나왔다. 최설화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헝다그룹의 3000억달러 부채는 중국의 전체 상업은행 대출 잔고의 1%에 불과하고 많은 은행에 분산돼있어 각 은행별 노출 비중도 매우 적다”고 지적했다. 모든 대출이 부실화되지 않는 한 통제 가능한 수준이라는 분석이다.

중국 정부가 헝다의 위기에 이렇다 할 구제 행위를 보이지 않자 오히려 중국 당국이 향후의 경제 흐름을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헝다그룹의 디폴트 시 발생할 수 있는 2차 위험, 부동산 기업들의 연쇄도산이나 신용시장 또는 금융시스템 훼손 위험을 중국 정부가 제어할 수 있어야만 디폴트를 용인할 수 있을 것”이라며 “어쩌면 헝다그룹의 디폴트는 중국 정부의 중국 신용·금융시스템에 대한 자신감의 표현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신중호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헝다 이슈가 중국 정부의 ‘디레버리징’ 과정에서의 노이즈라고 해석한다면 중국 수요에 대한 기대를 낮추고 가격이 신호를 줄 때까지 기다리는 전략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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