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맘 절반 이상 “코로나 시기에 돌봄 공백 겪었다”
워킹맘 절반 이상 “코로나 시기에 돌봄 공백 겪었다”
  • 황예찬 기자
  • 승인 2021.09.20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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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미디어 사용과 사교육 시간 덩달아 늘어
연차와 돌봄 제도 시행에도...직장 별 편차 컸다
(출처=픽사베이)
(출처=픽사베이)

[베이비타임즈=황예찬 기자] “내 시간이 너무 없어서 육퇴(육아 퇴근) 후 시간 가지려고 해도 너무 피곤해서 뻗어버려요” “올해 육휴(육아 휴직) 다 소진하고 복직해서 단축근무 사용하며 일찍 퇴근하고 시부모님이 간단한 집안일도 해주시는데 왜 이렇게 힘들까요”

모두 올해 맘카페 등의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들이다. 코로나19가 국내에서 유행하고 전 세계적인 팬데믹이 된 지 어느덧 2년째가 되면서 양육 부담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실태를 객관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인구보건복지협회(회장 김창순)는 지난 4월 만 9세 이하의 자녀를 양육 중인 워킹맘 1000명을 대상으로 ‘제8차 저출산인식조사(2021년 1차)’를 진행한 바 있다. 협회는 지난 13일 조사 결과를 발표한 뒤 정책 제안자와 입안자, 현장에서 일하는 워킹맘, 기업가 등을 한자리에 모아 토론회를 열었다.

◆ 워킹맘 52.1% “코로나 시기에 돌봄 공백 겪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 상황에 돌봄 공백을 경험한 워킹맘의 비율은 52.1%에 달했다. 이 중 미취학 영유아를 양육 중인 워킹맘의 32.1%가 “돌봄 공백에 아무것도 대처하지 못했다”고 답변했다. 이는 초등저학년 자녀를 양육 중인 워킹맘의 같은 응답(4.7%)보다 월등히 높은 수치다.

갑작스러운 돌봄 공백은 어떻게 해결됐을까. 조사에 따르면 미디어 사용과 사교육 시간이 그 공백을 메운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미디어 사용 시간 증가 비율은 영유아에서 80.3%, 초등저학년에서는 무려 90.8%로 나타나 전체에서 84.0%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교육 시간 증가 비율은 영유아가 18.0%, 초등저학년은 29.7%로 초등저학년의 증가 폭이 더 높게 나타났다. 단, 취약가구는 ‘사교육 매우 감소’ 비율이 22.7%로 나타났는데 이는 비(非)취약가구의 같은 응답(11.4%)보다 약 2배 높은 수치다. 이는 돌봄 공백이 곧 교육 격차로까지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돌봄 공백을 해결하기 위해 조부모나 친인척의 도움에 의존했다는 응답도 높았다. 미취학 영유아를 양육하는 워킹맘의 경우 주로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이용한다(54.5%)고 답하면서 추가로 조부모나 친인척의 돌봄을 지원받는다(31.1%)고 답변했다.

초등저학년을 양육하는 워킹맘은 주로 조부모와 친인척의 도움(24.4%)을 받고 초등학교나 초등돌봄교실, 방과후교실을 이용(20.2%)하면서 추가적으로 사교육을 이용(43.0%)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공적 돌봄 체계를 이용한다고 답한 비율은 매우 낮았다. 긴급한 상황에 아이를 맡아줄 곳을 꼽는 질문에 조부모·친인척이라는 응답이 69.3%로 가장 많았고, 배우자 14.7%, ‘없음’이 8.1%로 뒤를 이었다. 공적돌봄체계(육아종합지원센터, 돌봄교실 등)라고 답한 비율은 3.5%에 불과했다.

주로 육아 정보를 어디서 얻느냐는 질문에도 ‘인터넷 카페·블로그·SNS’라는 응답이 33.3%로 가장 많았고, 지인(27.2%)과 조부모·친인척(17.9%)이 뒤를 이었다. 보육·교육기관은 6.2%, 공공포털은 3.7%에 불과했다.

◆ 코로나 전에도 후에도...가사와 육아는 ‘워킹맘 몫’

눈에 띄는 수치는 바로 ‘가사일 전담’과 ‘육아 전담’이다. 코로나 상황 이전이냐 이후이냐에 따라 가정 내 가사와 육아 전담 비율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사를 전담한다고 답한 워킹맘의 비율은 지난 2019년 57.7%였다가 이번 조사(2020년)에서 56.9%를 기록했다. 육아를 전담한다고 답한 비율은 지난 2019년 60.8%에서 59.4%로 변화해 미미한 차이를 보였다.

특히 워킹맘의 절반 이상(57.65%)은 코로나 상황에서 자녀와 함께하는 시간이 늘었다고 답했으나 워킹맘의 배우자는 절반 이상(53.2%)이 이전과 같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편 눈치를 보지 않고 연차와 돌봄 제도를 사용할 수 있다고 답한 워킹맘은 41.3%였다. 단, 공무원 워킹맘의 경우 76%까지 그렇다고 답했지만 민간기업·기관 근무자는 35.9%만이 그렇다고 답해 직장에 따라 차이를 보였다.

워킹맘 대상 우울척도(CES-D) 검사 결과, 응답한 워킹맘 중 45.3%가 ‘우울 의심’ 상태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워킹맘들은 부모 역할의 부담감(31.7%), 양육비 부담(18.8%) 등을 자녀 양육 시 어려운 점으로 꼽기도 했다.

인구보건복지협회 김창순 회장은 조사 결과에 대해 “현재 가족 돌봄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돌봄 자원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믿고 맡길 수 있는 공적 돌봄 체계의 질적·양적 재구조화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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