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빛나라의 LAW칼럼] 어린이집 학대와 판례
[오빛나라의 LAW칼럼] 어린이집 학대와 판례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1.09.1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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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빛나라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오빛나라
오빛나라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오빛나라

어린이집을 다니는 영유아는 오전 9시에 등원해서 오후 4시까지 약 7시간가량 어린이집에서 돌봄을 받는다. 야간보육까지 해 8시간 이상 돌봄을 받는 경우도 있다. 가정에서보다 더 많은 시간을 어린이집에서 보내는 것이다.

어린이집을 다니는 아이가 집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말을 한다거나 행동을 보이는 것을 보면서 아이의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어린이집 생활의 중요성을 다시금 깨닫고는 한다.

아직 말도 채 못하는 영아들도 있고 이제 말을 막 시작한 유아들도 있다. 이러한 어린이들은 성인처럼 인간다운 삶을 살 기본권이 있다. 그렇지만 어린이집에서 아동학대가 문제가 되는 일이 자주 벌어진다.

보건복지부 통계에 따르면 아동학대 의심 사례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처벌 규정은 강화되었지만 여전히 아동학대가 벌어지고 있다.

우리 사회는 과거 훈육을 허용하는 분위기였다. 훈육과 학대의 경계가 모호함에 따라 여전히 훈육이라는 명목 하에 학대가 자행되고 있다.

판례는 훈육 방법이 다소 과격하거나 부적절하다고 하더라도 폭력이나 가혹행위에 이르지 않는 행위를 모두 다 아동학대로 보아 처벌한다면 정당한 훈육행위마저 위축시킬 수 있으므로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에 대한 형사처벌의 범위를 명확하게 하고자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개별적으로 아동학대 해당 여부를 판단하고 있다.

판례는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낮잠 시간에 낮잠을 자지 않는 3세 아이에게 휴대 전화로 무서운 영상을 틀어 주어 아이가 경기를 일으키듯이 팔과 다리를 떨며 극도의 공포심을 느껴 울게 한 것을 아동복지법상 정서적 학대행위로 인정했다.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죄에서 정서적 학대행위는 유기에 준할 정도로 아동을 보호 없는 상태에 둠으로써 생명·신체에 위험을 가져올 수 있는 반인륜적 침해행위에까지 이를 필요는 없을지라도, 최소한 아동의 신체에 손상을 주는 등의 행위나 보호·감독 아래에 있는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행위에 준하여 정서적 폭력이나 가혹행위 등으로 아동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위험을 가져올 것이 명백히 인정되는 행위로 해석함이 타당하다.

당시 아이의 반응과 행동을 살펴볼 때 그전에도 최소한 한 차례 이상 아이가 두려워하는 영상을 보여줘 위협하면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해 온 것으로 보이는 점, 아이가 쉽게 공포심을 느끼는 소양이 있었더라도 이를 이용해 공포심을 일으키는 영상을 강제로 보게 하는 행위가 정당화될 수는 없는 점, 아이가 어머니에게 불안감과 두려움을 호소했고 그로 인해 심리치료를 받았던 점 등에 비춰 피고인의 행위는 아이의 정신건강 및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가 된다고 본 것이다.

해당 사건에서 보육교사 스마트폰에는 도깨비 애플리케이션이 설치되어 있었고, 아이는 어머니에게 “엄마 말을 듣지 않거나 밥을 먹지 않으면 유령이 나타나서 잡아가는지” 물어보며 불안감과 두려움을 호소해 심리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보육교사의 학대행위는 아직 신체적, 정서적, 인격적으로 성숙하지 않은 아동에게는 심각한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다.

다만 이 사건에서 ▲피해 아동이 밥을 먹기 싫다고 하자 피해아동의 식판을 바로 치워 버린 뒤 약 10분간 다른 아동들이 식사하는 모습을 지켜보게 하고, 약 20분간 피고인 옆에 가만히 앉아 있도록 한 후 다른 아동들이 점심 식사를 끝내고 놀 때까지 그대로 방치함으로써 결국 피해아동을 울게 한 행위

▲밥을 제대로 먹지 않는다는 이유로 피해아동의 팔을 신경질적으로 잡아당겨 자세를 교정하고 숟가락을 쥐고 있는 피해아동의 손을 강제로 끌어당긴 뒤 밥을 억지로 떠먹인 행위

▲다른 아동과 장난감 바구니를 서로 붙잡고 실랑이를 한다는 이유로 피해 아동에게 다가가 장난감 바구니를 신경질적으로 빼앗고 교구장에 보관 중이던 종이벽돌 블록을 일부러 마구 꺼내어 바닥에 흩뜨린 뒤 피해아동으로 하여금 약 10분간 이를 정리하게 한 행위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이유로 정상적으로 배식을 해주지 않은 채 다른 아동들이 식사하는 모습을 약 6분간 지켜보게 한 후에야 피해아동에게 배식을 해주고 피해아동으로 하여금 결국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서러움에 울게 한 행위

▲별다른 이유 없이 피해아동의 식판을 가져간 뒤 다른 아동들이 점심 식사를 끝낼 때까지 약 40분간 혼자 앉아 이를 지켜보도록 방치한 행위

▲수업 시간에 장난을 친다는 이유로 피해아동을 불러내어 양팔을 신경질적으로 잡아당겨 바닥에 앉힌 뒤 혼자 내버려 둔 행위

▲낮잠 시간에 피해아동이 베개로 장난을 친다는 이유로 양다리로 피해아동의 다리를 꼼짝 못 하게 하고 양팔을 세게 움켜잡아 제압한 상태에서 약 5분간 야단을 치고 다른 아동들이 모두 낮잠을 자기 위해 자리를 잡은 후에도 한동안 그대로 방치한 행위에 대해서는 훈육 방법으로는 적절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정서적 학대행위라고 하기는 어렵고 신체적 학대행위에 해당한다고 할 수는 없다고 보았다.

신체적 체벌은 아동의 발달에 유해한 영향을 미친다. 2021년, 민법 제915조 “자녀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해서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한 징계권 조항이 삭제됐다. 부모의 체벌 근거가 되어왔던 징계권 조항이 삭제됨으로써 부모의 자녀에 대한 체벌도 허용되지 않게 된 것이다.

이제는 사랑의 매라는 말이 더이상 용납되지 않는 사회가 됐다. 이러한 시대적 변화에 발맞춰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과격하고 부적절한 훈육이 시간이 지날수록 아동학대의 영역에 포섭되기 시작할 것이다. 판례가 현재 아동학대로 형사처벌을 하지 않았다고 해서 허용되는 행위라고 생각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 어떤 폭력도 정당화될 수 없다.

어린이집 보육교사들의 과중한 업무 부담 및 감정노동과 이로 인한 스트레스가 아동학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보육교사 1인당 담당하는 영유아 수가 적정 수준인지, 어린이집 운영을 위한 부수 업무가 업무를 가중하고 있진 않은지, 휴식 시간이 제대로 부여되고 있는지 등을 관리, 감독하고 어린이집 보육교사의 업무 및 스트레스 경감과 관리를 위한 제도적 해결방안 또한 마련해야 하겠다.

 

<오빛나라 변호사 약력>
-現 오빛나라 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
-現 대한변협 인증 산재 전문 변호사
-現 사회적참사특별조사위원회 자문위원
-現 한국여성변호사회 재무이사
-現 서울지방변호사회 여성변호사특별위원회 위원
-現 서울글로벌센터 자문위원
-現 수협 공제분쟁심의위원회 위원
-前 근로복지공단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 위원
-사법시험 54회 합격
-사법연수원 44기 수료
-연세대학교 법학과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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