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금리 시대 마감하나...한은, 2년 9개월만에 기준금리 인상
초저금리 시대 마감하나...한은, 2년 9개월만에 기준금리 인상
  • 황예찬 기자
  • 승인 2021.08.26 1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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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통위, 0.50%에서 0.75%로 기준금리 상향 조정
이주열 한은 총재 "여전히 완화적...금융 불균형 해소해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한국은행 제공)

[베이비타임즈=황예찬 기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현재의 0.50%에서 0.75%로 상향 조정한다고 26일 밝혔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26일 다음 통화정책 방향 결정 시까지 한국은행 기준금리를 0.75%로 상향 조정해 통화정책을 운용한다고 전했다.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상향 조정한 것은 지난 2018년 11월 30일 이후 2년 9개월 만이다.

금통위는 지난 2018년 말 기준 1.75%였던 기준금리를 꾸준히 낮춰 왔다. 2019년에는 0.25%p 씩 두 차례 하향 조정해 1.25%로 낮췄고, 코로나19 상황이 심해지자 2020년 3월 0.75%로 하향 조정했다. 이른바 ‘초저금리 시대’의 시작이었다.

심지어 지난해 5월에는 기준금리를 0.5%까지 낮추기도 했다. 이후 약 15개월이 지난 지금,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다시 0.75%로 올린 것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기준금리 상향 조정의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이 총재는 우선 세계 경제가 주요국의 백신 접종 확대, 경제활동 제약 완화 등으로 회복세를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특히 미 연준의 연내 테이퍼링 가능성 등으로 미 달러화가 강세를 나타내고 신흥시장국 주가가 하락하는 기조를 지적했다.

국내경제 회복세에 대해서는 ‘양호하다’는 진단을 내렸다. 이 총재는 “코로나19 재확산 영향으로 민간 소비가 다소 둔화했으나 수출이 호조를 지속하고 설비투자도 견조한 흐름을 나타냈다”면서 “백신 접종 확대, 추경 집행 등으로 민간소비가 점차 개선되면서 회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올해 GDP 성장률은 지난 5월에 전망한 대로 4%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이 총재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이 총재는 “석유류 및 농축수산물 가격 오름세가 이어지고, 서비스 가격 상승 폭이 커져 상승률이 2%대 중반의 높은 수준을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또한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5월 전망치(1.8%)를 상회하는 2.1%대 초반으로 높아질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이러한 배경을 종합해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한 이유로 ▲백신 접종 확대와 수출 호조 등으로 견실한 경기 회복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되는 점 ▲물가 상승 압력이 당분간 높은 수준을 나타낼 것으로 예상되는 점 ▲완화적 금융 여건하에서 금융 불균형 위험이 누적되고 있는 점 등 크게 세 가지를 제시했다.

이 총재는 “코로나19 상황으로 크게 확대했던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경기 개선 정도에 맞춰 점진적으로 조정해 나갈 계획”이라며 “완화 정도의 추가 조정 시기는 코로나19의 전개 상황 및 성장·물가 흐름의 변화, 금융 불균형 누적 위험, 주요국 통화정책 변화 등에 따라 판단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26일 기자간담회에 나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한국은행 유튜브 갈무리)
26일 기자간담회에 나선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사진=한국은행 유튜브 갈무리)

◆ “불확실성 여전하나 이전과 달라...금리 올려도 여전히 완화적”

이어진 기자단과의 질의응답에서 이 총재는 최근의 4차 유행 등 코로나19 상황이 가져온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있다면서도 이전의 유행 상황과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특히 GDP성장률 전망을 유지한 것과 관련해 코로나19 재확산 영향을 수출이나 소비 회복 등이 상쇄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질문에 이 총재는 “카드 지출액이나 이동량과 같은 고빈도 지표를 확인하면 이번 확산기는 초기 확산기와 비교했을 때 부정적인 영향이 상당히 적다”고 설명했다. 재화 소비가 늘어나고 있고, 대면 서비스는 비대면으로 옮겨가면서 다시 수요가 회복되기 시작했다는 평가다.

이어 “코로나19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를 전망에서 가장 중요하게 내다보고 있는 것은 맞다”면서 “지금의 확산세가 9월까지 진행된 후 10월부터 진정이 될 것이라는 게 정부 방역 당국의 전망인데, 금통위도 그러한 전망에 기초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바이러스 위기가 아무도 예상하지 못하는 성격이다는 점에서 불확실성은 여전히 크다고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초저금리 시대’가 금융 불균형을 가져오기도 했지만 한편으로 경기를 부양했다는 평가도 있는데 이러한 양면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질문에는 “이론적으로 보면 금리 인상은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은 맞다”며 입을 뗐다.

이 총재는 “하지만 지금의 금리 수준은 여러 경우를 보더라도 여전히 완화적이라고 평가한다”며 “이번 금리 인상이 실물경제의 기초적인 흐름에 부정적 영향을 줄 정도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또한 “이례적인 완화가 1년 넘게 이어지다 보니 이에 따른 부작용도 나타나기 시작했다고 본다”면서 “양면성이 분명 존재하지만 이제는 이러한 금융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역점을 둬야겠다고 판단했고, 금리 정상화의 과정을 밟기 시작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한은이 향후 종합적인 판단과 함께 점진적으로 통화정책 완화 정도를 조정해나가겠다고 밝힌 상황에서 하반기 금융시장에는 어떤 변화가 일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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