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화 원장의 멘탈육아] ‘아스퍼거 증후군’과 자폐증의 다른 점
[김영화 원장의 멘탈육아] ‘아스퍼거 증후군’과 자폐증의 다른 점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1.07.19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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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화 강동소아정신과의원 원장
김영화 강동소아정신과의원 원장

테슬라의 최고경영자(CEO)인 일론 머스크는 최근 자신이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많은 사람들이 아스퍼거 증후군에 대해 궁금증을 가졌다. 아스퍼거 증후군이란 무엇이고 자폐증과 다른 점은 무엇일까.

최근 정신의학에서는 자폐증의 공식 명칭을 ‘자폐스펙트럼 장애’로 바꿨다. 자폐증이 지닌 다양한 스펙트럼을 인정한다는 뜻이다. 아스퍼거 증후군 역시 ‘자폐스펙트럼 장애’의 일종이다.

아스퍼거 증후군은 말이 늦거나 지능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자폐장애와는 구별된다. 아스퍼거는 사회적인 상호작용이 잘되지 않는 특징이 있다.

일론 머스크의 동료들은 그를 ‘사람에 대한 애착이나 사회생활이 전혀 되지 않는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이는 타인에 대한 공감 능력이 낮아 정서적 교감을 나누기 어려운 아스퍼거 증상과 일치한다.

그리고 아스퍼거의 경우 자신이 관심을 가지는 분야에 고집스럽게 매달리고 집착하는데, 일론 머스크 또한 테슬라, 스페이스X, 화성 이주 프로젝트 등 특정 분야에 대해 집착 수준의 관심과 몰두를 보인다.

대하소설 ‘대지’ 작가 펄 벅의 딸

펄 벅(Pearl Buck)은 대하소설 ‘대지(The Good Earth)’의 작가로 퓰리처상과 노벨문학상을 동시에 수상한 여류작가이다. ‘대지’는 빈농으로 시작하여 대지주가 되는 왕룽의 이야기로 당시 중국의 사회상과 중국 사람들이 살아가는 모습을 그렸다.

펄 벅에게는 아주 예쁜 딸이 있었는데 이 아이가 자라면서 사람에 대한 반응이 없고 지능이 떨어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6세에 자폐증이란 진단을 받았다.

펄 벅은 1950년 ‘자라지 않는 아이’란 제목의 자서전을 통해 딸 ‘캐롤’을 세상에 드러내고 딸의 병을 고치기 위해 전 세계의 저명한 의사들을 찾아다녔다. 결국 자폐증이 간단한 치료로 고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고 평생 장애를 겪는 병이란 것을 미국의 한 병원에서 알게 됐다.

그가 쓴 소설 ‘대지’의 주인공인 왕룽이 ‘첫째 딸이 말도 하지 못하고 제 나이에 걸맞은 행동을 하지 못한다는 사실에 슬퍼했다’는 대목은 작가 자신의 이야기였다.

우리나라에서도 1980년 전까지는 자폐성장애는 쉽게 진단 내릴 수 없었다. 하지만 미국 미네소타 대학에서 소아정신과 교수로 재직하던 홍강의 교수가 1979년 귀국해 서울대학교병원에 처음으로 소아정신과를 개설하고 아이들을 진료하기 시작하면서 말이 늦고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없고 전반적으로 발달이 늦은 ‘자폐증’ 아이들을 진단 내리게 됐다.

영화 ‘레인맨’과 ‘그것만이 내 세상’의 주인공들

영화에서도 자폐증을 가진 주인공들이 등장한다. 배우 더스틴 호프만이 1989년 오스카상 남우주연상을 받은 ‘레인맨’도 그런 영화다. 이 영화의 주인공은 숫자에 예민하고 계산기보다 더 정확하게 계산해내는 능력을 가졌다.

배우 조승우가 주인공으로 연기한 영화 ‘말아톤’에서는 마라톤을 통해 자폐아동이 사회와 소통해 나가는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냈다. 기억력과 공간 지각 능력이 뛰어나 소아외과 의사로 활약하는 드라마 ‘굿 닥터’의 주인공, 악보도 볼 줄 모르지만 한번 들은 피아노곡을 그대로 연주하는 영화 ‘그것만이 내 세상’의 주인공도 ‘자폐스펙트럼 장애’를 가졌다.

말하기가 늦으면 자폐증일까

자폐증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1943년 케너(Kanner)에 의해서다. 그는 아주 특이한 아이들 11명을 발견하고 이 아이들에게 유아자폐증이란 진단을 내렸다. 자기 세계에 빠져 있고 폐쇄적으로 세상과 담을 쌓은 듯이 보이기 때문에 붙여진 말이다.

지나치게 수줍어하거나 혼자 놀기를 좋아한다고 해서 자폐라고 한다면 잘못된 일이다. 하지만 말을 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 아이들을 ‘자라면서 말을 하겠지’ 하면서 제대로 된 진단과 교육받을 시기를 놓치는 안타까운 일이 생기는 일도 없어야 할 것이다.

자폐아동은 말하기가 늦거나 말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아이의 말하기가 늦다면 말귀는 잘 알아듣는데 말하기만 늦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사람의 말에 관심이 없고 눈 맞춤도 되지 않는 것인지 살펴봐야 한다. 만약 다른 사람에게 관심이 없고 사람에게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면 자폐를 의심해야 한다.

자폐아동을 위한 교육

자폐증의 치료 목표는 아이들이 장차 독립적인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능력을 최대한 개발시키는 것이다. 그러려면 정확한 조기진단이 중요하고 진단이 내려지면 아이 수준에 맞는 조기 특수교육을 지속해서 받아야 한다. 그러나 자폐증에 대한 높아진 관심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자폐아동을 위한 교육시설은 상당히 부족하다.

자폐증이 다른 질병과 다른 점은 어떤 방법을 쓰든지 간단하게 치료되는 치료법이 없다는 점이며 모든 방법을 동원해 다각적으로 치료하고 자폐증으로 인한 문제 행동을 가능한 줄이고 아이가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도록 도와야 한다.

집에서는 아이가 다른 사람에게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는 것이 중요하다. 간지럼을 태우거나 같이 뒹구는 놀이나 공을 주고받는 놀이 등으로 아이의 반응을 끌어내야 하고 혼자서 노는 놀이를 더 좋아하는 것처럼 보일 때에도 부모는 아이에게 참견하고 놀이를 함께 해야 한다. 혼자 놀이에 빠져 있는 것을 방치하면 자폐적 성향만 더 커지기 때문이다.

아스퍼거 증후군 역시 아동기 초반부터 사회성이 떨어지고 특이한 관심과 행동에 집착하는 특징을 보이기 때문에 어렸을 때 발견하여 도움을 받아야 한다. 사회적 의사소통 기술을 높이는 치료와 사회적 맥락에 맞는 행동과 적절한 언어 사용에 초점을 맞추는 치료가 필요하다.

일론 머스크의 예와 같이 아이를 특정장애란 진단 범주에 가두고 선입관을 가지고 바라보지 말아야 한다. 아이가 지닌 특별한 능력을 발견하고 키워주는 것 역시 중요한 치료의 일환이기 때문이다.

 

<김영화 원장 프로필>
- 現 강동소아정신과의원 원장
- 現 서울시 강동구 의사회 부회장
- 現 대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회 부회장
- 現 강동구 자살예방협의회 부회장
- 現 서울시 교육청 위센터 자문의
- 現 국가인권위원회 아동인권 자문위원
- 前 여성가족부 정책자문위원 
- 前 한국 양성평등교육진흥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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