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수의 음악육아] 내 마음 속의 6월은 어떤 풍경일까?
[김연수의 음악육아] 내 마음 속의 6월은 어떤 풍경일까?
  • 지태섭 기자
  • 승인 2021.07.03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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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콥스키 ‘사계’ 작품번호 37a 중 6월 ‘뱃노래(Barcarolle)’
김연수 작가 겸 부모교육 코치
김연수 작가 겸 부모교육 코치

6월이라 하면 어떤 풍경이 떠오르는가? 연한 신록의 연둣빛이 점점 녹색으로 짙어져가고 무더위가 찾아오지만 때때로 예상치 못한 소나기가 쏟아지며 장마로 이어진다.

나는 찬란한 햇살 아래 시원한 소나기가 쏟아지고, 날씨에 아랑곳하지 않으며 행복하고 밝게 뛰노는 아이들이 떠올랐다. 비 오는 날 장화 신고 웅덩이 위에서 찰방거리며 뛰노는 아이들, 음악 분수 사이에서 아무도 보지 않는 것처럼 자유롭게 춤추는 아이들 말이다. 다 젖은 옷을 입고 함박 미소 짓는 우리 아이들, 그런 아이를 바라보며 열심히 사진 찍는 부모들의 행복한 모습이 떠올랐다.

당신의 6월은 어떤 풍경인가? 이번 글의 주제 음악과 함께 떠올려보는 시간을 가져보면 좋겠다.

차이콥스키는 러시아 3대 발레곡이라고 불리는 ‘호두까기 인형’, ‘백조의 호수’, ‘잠자는 숲속의 미녀’를 모두 작곡한 19세기 러시아 대표 작곡가이다. 이 글에서는 오케스트라 대곡을 주로 작곡해왔던 그의 다른 면을 보여주는 피아노 소품 ‘사계’를 통해 엄마의 역할에 대해서 생각해 보고자 한다.

차이콥스키는 출판업자이자 잡지 발행인이었던 니콜라이 베르나르드에게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발행되던 음악잡지 누벨리스트(Nouvelliste)에 피아노곡을 써 달라는 의뢰를 받았다.

출판사는 1년 열두 달이 갖고 있는 분위기를 묘사한 시를 차이콥스키에게 전달하고 차이콥스키는 매달 자연이 주는 특별한 계절적 감각을 음악으로 그려냈다. 훗날 12개월의 12곡이 ‘사계’로 출판됐는데 오늘날에도 사랑받으며 자주 연주되는 곡이 이 글에서 소개하고자 하는 6월, 뱃노래(Barcarolle)이다.

해변의 잔잔한 파도와 하늘의 반짝이는 별을 묘사하며 낭만적인 여름을 그림처럼 표현하는 플레시에프의 시를 읽으며 음악도 함께 들어보길 바란다. 유유자적한 방랑자적인 정서가 느껴지는 이 곡을 들으며 여러분들의 6월은 어떤 느낌인지, 마음껏 상상해보면 좋겠다.

해변으로 가자,

우리들의 밤에는 파도가 입맞춤을 할 것이며

수심에 찬 별들이 우리들 머리 위에서 빛나리라

-알렉세이 플레시에프-

 

엄마를 잃었던 극도로 예민했던 아이, 차이콥스키

차이콥스키는 4살에 피아노를 시작했지만 아버지의 뜻에 따라 법률학교에 진학했다. 이후 법률 서기관으로 일을 시작했지만 결국 음악가의 길을 걷게 된다. 부모가 아무리 원해도 자녀는 갈 길을 가게 되어 있다는 것을 차이콥스키의 삶을 통해서도 다시 한번 깨닫는다.

그는 15세가 되던 해에 어머니의 죽음을 경험했는데, 1년이 넘는 시간 동안 유모에게 어머니의 죽음을 차마 언급하지 못할 정도로 큰 충격에 빠져있었다고 한다.

어린 시절 ‘유리로 만든 아이’라는 별명을 가졌을 정도로 예민하고 불안정했던 그는 어머니의 죽음이 트라우마로 이어졌고 평생 우울증과 성 정체성의 고민을 해결하지 못한 채 삶을 마감했다. 그러한 예민함이 있었기에 누구보다도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선율을 만들어 낼 수 있었겠지만, 그의 삶이 힘들었던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영화 ‘베어’의 메인 테마곡 ‘슬픔 속에 묻어있는 희망’

차이콥스키의 ‘사계’ 중 6월은 장 자크 아노 감독의 프랑스 영화 ‘베어(L'Ours, The Bear)’의 메인 주제곡으로도 들을 수 있다. 영화 ‘베어’는 사람이 거의 등장하지 않고 동물들이 야생의 환경에서 주요 스토리를 끌어가는데, 프랑스에서 꽤 성공을 거둔 영화이다.

영화 초입부에 엄마 곰이 산꼭대기에서 굴러온 돌에 깔려죽는다. 아기 곰 두스는 엄마를 구하기 위해서 이리저리 뛰고 큰 바위를 옮기려 하지만 역부족이라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닫고 죽은 엄마 곰 옆에 누워서 흐느낀다. 그때 나오는 음악이 차이콥스키의 ‘사계’ 중 6월, 뱃노래이다. 피아노곡이 아닌 오케스트라 곡으로 편곡된 뱃노래의 주제 선율은 영화의 중요한 장면마다 나지막이 흘러나온다.

영화 ‘베어’ 포스터
영화 ‘베어’ 포스터

야생에서 엄마를 잃고 고아로서 살아가면서, 처음 본 개구리조차도 두려워했던 어린 곰 두스가 살아남아가는 중요한 여정 길마다 영상미를 채워준 음악은 바로 차이콥스키의 뱃노래다. 처음엔 듣자마자 눈물이 쏟아지고 슬프기만 했던 차이콥스키의 뱃노래가 영화의 뒷부분으로 갈수록 희망가처럼 느껴지는 이유는 왜일까?

장 자크 아노 감독이 차이콥스키의 성장 배경과 아기 곰 두스를 연결해서 곡을 선정했던 것인지 우리는 알 수 없다. 다만 차이콥스키는 어린 시절 어머니를 떠나보냈고 평생 그 트라우마를 안고 살았지만 후세에 길이 남을 명곡을 남겼다. 아기 곰 두스도 야생의 거친 환경 속에서 두려움과 싸우며 살아남았고 엄마 없이도 훌륭하게 성장했다.

여기에서 귀한 깨달음을 하나 얻는다. 엄마가 일거수일투족 따라다니면서 문제를 해결해주거나 걱정하지 않아도 아이는 자란다는 것을. 그냥 자라는 것이 아니라, 자기답게 잘 자란다. 믿음과 기다림이 필요할 뿐이다.

‘사계’를 떠올리면 비발디의 사계가 떠오를 것이다. 비발디는 사계절을 각 3악장으로, 총 12곡을 썼다. 차이콥스키는 1년을 12달로 나눠서 총 12곡의 소품집으로 사계를 작곡했다. 그 외에도 하이든(Haydn), 글라주노프(Glazunov), 피아졸라(Piazzolla)도 ‘사계’를 작곡했으니 하나씩 차근히 들어보며 계절끼리 비교해보는 것도 좋은 공부가 될 수 있다.

 

<김연수 작가 프로필>
- 시드니 대학교 피아노 연주과 학사, 석사 졸업
- 이화여자대학교 교육대학원 음악교육 졸업
- 前 동서울대학교 실용음악과 교수
- 現 미라클 베드타임 대표
- 저서: △미라클 베드타임 △9시 취침의 기적 △악기보다 음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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