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코어 근육, 움직임의 뿌리
[건강칼럼] 코어 근육, 움직임의 뿌리
  • 유경수 기자
  • 승인 2021.06.16 15:16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경희대한방병원 한방재활의학과 김형석 교수 칼럼 두 번째 시간
경희대한방병원 한방재활의학과 김형석 교수 (Photo 경희대의료원)
경희대한방병원 한방재활의학과 김형석 교수 (Photo 경희대의료원)

세간에 코어 근육(core muscle)이 많이 알려져있다보니 젊은층, 노년층 할 것 없이 코어의 중요성에 대해 다들 인지하고 있는 것 같다. 헬스장에 가도 TV나 유튜브의 건강 채널을 봐도 심심치 않게 등장하다보니 일반인들도 어떤 코어 운동을 하는 것이 좋다더라 하고 주변에 한 가지 쯤은 자신있게 추천을 하기도 한다.

코어 근육은 영어로는 'core'라고 한다. 가장 핵심이라는 뜻이다. 우리가 학창시절 지구과학 교과서에서 지구의 단면도를 통해 보았던, 계란의 노른자와도 비교가 됐던 가장 안 쪽 부분도 코어였다. 그렇다면 인체에 있어서 코어란 정확히 무엇을 지칭할까. 정의하기에 따라 좁은 의미의 코어 근육과 넓은 의미의 코어 근육으로 나눌 수 있다. 좁게는 몸통(체간)에 붙어 있는, 골반의 아래쪽을 받쳐주는 골반저근육, 복부에 덮인 복근, 척추 옆의 다열근 및 기립근, 복식 호흡을 담당하는 횡격막 등의 근육 집단을 지칭하나, 그 범주를 넓히면 엉덩 근육, 허벅지 근육 및 가슴 근육까지도 포함될 수 있다.

코어 근육은 해부학적 위치뿐 아니라 그 기능에 있어서도 움직임의 핵심 역할을 담당한다. 걷고, 뛰고, 골프를 치거나, 공을 발로 차고, 심지어는 문 손잡이를 돌리는 등 모든 움직임의 활동은 코어 근육부터 힘이 들어가야 바르게 이루어진다. 만약 팔과 다리 등 말단의 근육이 먼저 작동하면서 코어의 정상적인 활성화 패턴이 깨지면, 그 때 몸은 부상에 취약해진다. 선(先) 코어, 후(後) 말단근육이라는 정상적인 활성화 순서가 깨지면서 몸에 교란이 오는 것이다. 전혀 무거운 물건을 들어올린 것이 아니고 단순히 바닥에서 휴지를 줍다가도 허리를 삐끗하게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따라서 발목을 삐건, 테니스 엘보우가 생겼건, 뒷목에 만성적인 뻐근함이 있건 재활 단계에서는 코어, 코어 하게 되는 것이다.

만성적으로 허리에 통증이 있는 사람을 예로 들어보자. 쉬고 나면 좀 나아졌다가 업무를 보면 다시 나빠지고 하는 굴레를 벗어나지 못하고 수 년째 같은 통증을 반복적으로 가지고 있는 사람이 주변에 한 명쯤은 있을 것이다. 이 굴레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것도 필요하지만, 그와 더불어 반드시 행해져야 하는 것이 바로 자신의 의지로 행하는 운동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사람에게 의료진은 코어 근육의 강화 운동을 권하게 된다. 코어 근육의 단련은 곧 내 몸통에 안전한 천연 복대를 두르는 것과 같아서 복대나 헬스 벨트, 코르셋 등으로 허리를 조였을 때에 전반적인 움직임이 더 힘을 받고 움직임이 더 편해지는 것과 같은 효과를 보게 된다. 이것이 바로 코어 근육의 역할이다. 원하는 동작을 더 강하게 할 수 있게 해주는 동시에, 더 안전하게 하게 해주는 것이다.

그렇다면 강한 코어를 가진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특정 동작을 할 때에 몸 전반에 불필요한 흔들림이 적다면 그 사람은 코어가 강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걷는 모습을 자세히 관찰하는 것으로도 안정적인 코어의 여부를 엿볼 수 있다. 혹은 마트에서 카트를 미는 모습, 아니면 윗몸일으키기나 팔굽혀펴기 등의 운동을 할 때에 몸이 떨리지 않고, 흔들림이 거의 없다면 곧 코어가 강한 것이다. 내가 목표로 하고 행하는 동작 외에 불필요한 움직임 없이 몸통 근육부터 말단 근육까지 해당 동작을 수행하기 위해 최적화되어 작동한다고 보면 된다.

이 정도 되면 코어 운동은 마치 만병통치약 같아진다. 한의학에서 보약의 개념과도 상통하는 면이 있어 보인다. 몸의 상태가 안 좋을 때 정기(正氣, 몸의 건강한 기운)를 돋우기 위해 보약을 복용하듯 움직임이 망가져 있을 때 코어 근육 강화를 위해 코어 운동을 하는 것이다. 한약 복용시 먼저 몸의 나쁜 것을 제거해주는 치료약에서 시작해서 몸 상태가 어느 정도 개선되었을 때에 보(補)하는 약재의 비중을 늘려 보약 계열의 약을 복용하듯, 몸이 아플 때 해당 부위 자체를 치료받다가 재활 단계에 접어들어서는 코어를 단련시키는 것이다. 이것은 통증의 원인이 어디에 있건 간에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기본 이론이다. 물론 보약도 환자의 상태에 맞추어 정밀하게 처방해야 하듯 코어 운동도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정확한 처방이 존재한다. 그래도 대부분의 환자에게 통용될 수 있는 보편적인 운동 방법이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통증의 정도가 너무 심하거나 코어 운동을 했을 때 통증이 악화되는 경우에는, 코어 운동을 지속했다가는 낭패를 볼 수 있다. 디스크 등 기존에 가지고 있던 질환이 악화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한 것이다. 내 몸 상태에 맞는 ‘적절한’ 코어 근육 운동을 해야 하며, 이 때문에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해진다.

이러한 코어 운동은 비단 근골격계 통증의 재활에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근육에 힘이 잘 들어가지 않는 마비 환자의 재활에 있어서도 코어 운동은 재활훈련의 첫 단추와도 같은 역할을 한다. 중추신경계 마비의 대표적인 질환인 뇌졸중(일명 중풍中風)에 대해 생각해보자. 뇌졸중이 처음 발병했을 때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증상은 한 쪽의 팔과 다리가 잘 움직이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 때 재활치료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바로 코어 근육에 대한 강화 운동이다. 익히 들어서 알고 있는 브릿지가 그 기본이다. 이 운동을 잘 해두어야 나중에 서고 걷는 연습을 할 때에 더 쉽고 안전하게 움직일 수가 있다.

뿌리가 굵고 튼튼한 나무는 강한 비바람도 이겨낼 수 있음을 떠올리면서, 코어 근육 운동을 해보자. 천정을 바라보고 누워서 무릎을 세우고 엉덩이를 들어보자. 이번엔 손과 무릎을 바닥에 대고 엎드려서 오른팔과 왼 다리, 왼팔과 오른 다리를 번갈아가며 들어보자. 정기(正氣)가 강해져 움직임에 활기가 생길 것이다.

〈경희대한방병원 김형석 교수 프로필〉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학·석·박사

-경희대학교 한방병원 재활의학과 임상조교수

-한방재활의학과 전문의

-한방재활의학과학회 이사

-한방비만학회 이사

-추나의학 교수협의회 간사

-척추신경추나의학회 정회원

-대한스포츠한의학회 정회원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