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교사 설동주 칼럼] 학생들과 함께 활동하는 보건교사
[보건교사 설동주 칼럼] 학생들과 함께 활동하는 보건교사
  • 채민석 전문기자
  • 승인 2021.05.30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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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동주 연제고등학교 보건교사
설동주 연제고등학교 보건교사

간호대학을 졸업하고 병원과 기업체, 학원에서 10년 정도 근무한 후 임용시험에 응시해 2008년부터 교직에 몸담게 됐다.

내 꿈의 직장인 학교에서 제2의 인생의 장으로 신나고 감사하게 일하고, 방학 동안은 각종 연수를 다니며 교사로서 알아야 할 소양을 쌓고 최신 교육 트렌드에 관심을 기울였다.

첫 발령지인 중학교는 부적응학생들이 많아 학생 지도에 모든 선생님이 애를 먹었다. 그래서 더욱 부적응학생들의 비행과 탈선을 막기 위한 활동들을 고민했다.

보건교사의 업무 중 하나로 주어진 학교 흡연예방 교육사업을 할 때는 흡연하는 학생에게 수시로 일산화탄소 측정을 하여 경고나 징계를 주는 방법보다는 이들이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 주는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학생들이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을 고민하다가 선생님의 지도하에 학교 근처 당구장에서 당구 예절과 당구 치는 방법을 제대로 가르쳐 주고 당구 시합을 시켜보기도 했고, 실내 클라이밍센터에 가서 클라이밍 체험을 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새로운 체험을 하며 즐거워했고, 오히려 비흡연 학생의 부러움을 사기도 했다. 질풍노도의 시기에 있는 학생들은 에너지를 발산할 수 있는 활동을 찾지 못하다 보니, 호기심에 담배를 피우게 되고 잘못된 유흥거리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있다는 문제점을 해결하는 방법이 됐다.

보건실은 두통이나 복통, 작은 부상 등 신체적인 증상을 호소하는 학생들도 오지만, 딱히 아픈 곳이 없어도 자주 찾는 학생, 마음이 아프거나 가정의 어려움이 있는 학생들도 많이 찾아왔다.

수업을 빠지고 싶어 꾀를 쓰는 듯한 학생의 이야기도 귀 기울여 들어주고, 보건실에서 잠시 쉬어가게 하는 것만으로도 학생들이 3년의 학교생활을 잘 견딜 수 있게 했다.

기억에 남는 한 학생은 퀵배달 아르바이트를 했었다. 그 학생은 학교에 오면 먼저 보건실에 와서 사고 친 얘기, 욕 들은 얘기, 형들에게 돈 빌려주고 못 받은 얘기 등 한바탕 이야기를 풀고는 교실로 가곤 했다. 그 학생이 다치지 않고 무사하게 졸업해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이후 부장교사를 맡게 된 현재 학교에서의 보건교사 업무는 더욱더 원활히 진행됐다. 부장교사를 하면서 전반적인 학교 시스템을 파악할 수 있었고, 부서 선생님의 도움과 다른 선생님과의 업무 협조가 더 매끄러웠다.

특히 우리 학교에 맞는 특성화된 동아리 활동을 중점적으로 지도했다. 중학교 근무 시절에는 다른 선생님이 주도하는 활동에 학생들을 참여를 시키는 것에 그쳤다. 하지만 고등학교에서는 학교에 내려오는 공문들을 잘 살펴 학생들이 스스로 계획하고 활동할 수 있는 동아리를 안내하고 지도했다.

학생 흡연예방정책제안 동아리, 건전한 학교 성문화 조성을 위한 연구동아리, 소외계층 평생교육 프로그램 지원을 위한 학생동아리, 양성평등 실천을 위한 학생동아리. 학생 헌혈 홍보 동아리 등 동아리 활동을 통해 꿈과 끼를 발산하며 올바른 인성을 함양할 기회를 주고 활기찬 학교가 되도록 노력했다.

뿐만 아니라 학생들의 진학과 진로 선택에 도움을 주고자 ‘간호의 기초’, ‘보건간호’ 플러스 교육과정을 개설하여 수업을 진행했다.

간호사나 보건의료 분야로 진학하고자 하는 학생들을 지도하고자 나의 전공책을 다시 공부했다. 또 고등학생들에게 어떤 내용을 제시하면 이들에게 흥미를 주고 막연한 대학 전공과목에 대해 눈을 뜨게 해줄까 고민하며 수업내용을 구성했다.

수업을 준비하며 임용시험 이후 오랜만에 다시 보는 책들이 반가웠고, 열심히 준비한 수업을 진행하여 간호학과에 합격한 학생이 나왔을 때는 정말 뿌듯했다.

대학에 진학한 졸업생이 후배들의 수업에 와서 실제 학교생활을 소개하기도 하고, 준비과정에 관한 질문에 답도 해주고, 보건 선생님과의 수업이 정말 도움이 됐다고 말해줘 기분이 더욱 좋았던 경험도 있다.

지난해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하면서 학교는 큰 혼란을 겪었으며, 학생들을 위한 많은 준비를 해야 했다. 보건교사는 시시각각 바뀌는 상황과 매뉴얼에 맞춰 코로나 예방에 관련된 감염예방교육을 시작으로 방역물품 구비, 방역체계 구축을 통한 학교 환자 발생을 막는 등 업무를 해나가야 했다.

학교 공동체의 이해와 협력을 통해 2020년은 무사히 보냈고, 2021년 올해도 여전히 코로나19 예방에 힘쓰고 있다.

학생들과 이렇게 학교생활을 하다 보니, 올해는 40회 스승의 날 유공교원 정부포상에 추천되어 영광스럽게도 대통령상을 받게 됐다.

후보로 추천되어 공적조서를 작성하며 보건교사로서 나의 생활을 돌아볼 때는 아쉽고 부족한 부분이 많아 정말 많이 망설여졌다. 비교과 교사 또는 선택교과 교사로 늘 업무에 비해 성과급에서 최하위 등급을 받던 보건교사가 수상이 가능할까 의구심을 가지기도 했다.

그러나 학교 교직원분들의 지지와 응원으로 대통령상을 받게 됐고, 가문의 영광이자 학교의 영광이라는 칭찬을 받았다. 교직에 들어온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보건교사로서 할 수 있는 게 많고, 보건교사여서 다행이고 행복하다는 생각을 가지게 된 뜻깊은 순간이었다.

 

<설동주 보건교사 프로필>
- 고신대학교 간호학과 졸업
- 경북대학교 보건대학원 석사과정(보건학 전공) 
- 前 세일병원 수술실 간호사
- 前 삼양라면 산업간호사
- 前 르노삼성자동차 산업간호사
- 現 부산시교육청 연제고등학교 교사(보건), 예체문화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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