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칼럼] 독서 교육과 책 읽기의 즐거움
[교육칼럼] 독서 교육과 책 읽기의 즐거움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1.05.17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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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승범 홍대부속초등학교 교사
방승범 홍대부속초등학교 교사

얼마 전, 날씨가 좋아서 공원을 산책했다. 걸으면서 주변에 있는 나무들을 보니 기지개를 켜듯 푸른 잎들이 가득했고 튤립, 제비꽃 등이 꽃을 피웠다. 불과 한 달 전만 하더라도 아침, 저녁에는 추워서 두툼한 옷을 입고 나왔던 것 같은데 말이다.

이렇게 날이 풀리니 한강에서는 돗자리 위에서 책을 읽는 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춥지도, 덥지도 않은 봄은 가을과 더불어 독서하기에 좋은 계절이다.

21세기 유명한 판타지 소설 중 ‘해리 포터’ 시리즈가 있다. 필자가 해리 포터를 처음으로 접한 것은 3편 ‘아즈카반의 죄수’를 통해서였다. 당시에 이미 해리 포터 시리즈는 유명했지만, 마법과 같은 비현실적인 내용이 익숙하지 않아서 읽는 것에 대해 약간의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생일 선물로 받은 해리 포터 3편 ‘아즈카반의 죄수’를 읽고 난 후 마법사의 세계에 대해 호기심이 생겼고 1편 ‘마법사의 돌’과 2편 ‘비밀의 방’도 찾아 읽었다. 이후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책을 구매하고 1주일 안에 다 읽었던 기억이 있다.

책을 읽으며 스스로 해리 포터가 되어서 볼드모트와 싸우는 상상을 한 적도 많다. 지금도 교통이 막힐 때, ‘해리 포터처럼 나무 빗자루가 있어서 하늘로 이동하면 어떨까?’ 아니면 ‘순간이동을 하면 어떨까?’라는 즐거운 상상을 하곤 한다.

해리 포터 시리즈는 영화로 만들어지기도 했다. 해리 포터를 좋아하기에 영화도 챙겨서 봤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난 후 실망감이 있었다. 영화 특유의 시각적 효과는 멋있었지만 책의 내용을 영화에서 구현하기에는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초등학교 시절, 담임 선생님께서 반 학생들에게 아주 두꺼운 책(정확히 어떤 책이었는지 기억나지는 않지만 거의 1,000페이지 정도 되는 책이었던 것 같다)을 꺼내놓고 이 책을 읽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물어보신 적이 있다.

다른 친구들은 며칠이 걸린다고 대답했지만, 당시 만화책 보는 것에 빠져있던 필자는 과감하게 4시간이면 다 읽을 수 있다고 대답했던 것이 기억이 난다. 처음에는 다른 친구들보다 책을 빨리 읽는다는 자부심이 있었다. 그러나 집에 가서 ‘과연 그 책을 제대로 이해하고 읽은 것일까? 그냥 글자만 읽는 것이 아니었을까?’ 생각했더니 점점 부끄러워졌다.

학생들은 독서를 좋아한다. 쉬는 시간과 점심시간에 독서를 하는 학생들을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학부모님들도 독서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학기 초 학부모 상담을 할 때, ‘어떤 책을 읽는 것이 좋을까요?’ ‘어떤 방식으로 책을 읽어야 할까요?’ 등 아이들 독서에 대해서 많이 물어보신다.

어떤 방식으로 독서해야 할지 답한다면, 천천히 읽는 것이 중요하다. 학교 교육에서는 제한된 시간이 있기에 빠르게 읽기를 지도하고 있다. 텍스트를 빠르게 읽을 경우, 학습의 양을 증대시킬 수 있어 효율적이기 때문이다.

책에는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곳곳에 숨겨져 있는데, 책을 빠르게 읽으면 이를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천천히 책을 읽으면서 책의 내용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정보를 전달하는 책을 읽을 경우, 천천히 읽으면서 그 책이 제공하는 정보가 맞는 정보인지 확인하며 비판적으로 독서하는 것이 좋다. 이를 통해 해당 정보에 대한 이해도 증가할 뿐만 아니라 비판적 사고력과 같은 고차원적 사고력도 기를 수 있기 때문이다.

문학 종류의 책을 천천히 읽으면 문학적 감수성을 기를 수 있다. 문학의 매력은 피상적으로 밖으로 잘 나타나지 않는다. 여러 번 음미하면서 읽으면 작가가 표현하고자 하는 문학의 매력에 빠지게 되고, 문학적 상상력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또 책을 깊이 있게 읽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수십 번 읽어 자칭 그리스 로마 신화 전문가라고 말하는 동창생이 있었다. 그 친구에게 ‘나르시시즘’에 관해 물어봤다. 친구의 대답은 ‘본인이 잘생겨서 생긴 용어’라고만 대답을 했다. 나르시시즘에 대한 다른 의미에 대해 묻자, 다른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했다.

나르시시즘의 단어적 개념은 자기 자신과 사랑에 빠지는 자기애(愛)이다. 하지만 깊게 철학적으로 생각하면 단순히 자기애(愛)로 말하기는 어렵다. 복합적인 의미를 지니고 있다.

지식을 명확히 전달하는 책을 읽는 경우도 있지만, 이야기 속 내면의 의미를 파악해야 하는 책을 읽어야 하는 때도 있다.

분명 책을 많이 읽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책을 피상적, 양적으로 많이 읽는 것은 글자라는 기호를 분별할 수 있는 능력을 신장시킬 뿐, 책을 통해서 습득할 수 있는 지식을 얻기는 어렵다. 한 권의 책을 읽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 책을 깊이 있게 읽음으로써 질적인 독서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

깊이 읽는 독서를 할 때 주의해야 할 것은 자신의 수준에 맞는 독서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자신의 수준을 넘어서는 어려운 책을 읽는 친구들이 있다. 독서를 통해 어려운 개념을 익힌다는 점에서 보면 맞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득(得)보다는 실(失)이 더 많을 수 있다.

집에서 부모님과 논어를 읽는다는 5학년 학생이 있었다. 논어는 공자의 말씀을 적어 놓은 동양 철학책으로 내용도 어렵고 글의 어투도 다른 책들과 달라 수준이 높은 책 중 하나이다. 그 학생은 논어를 단순히 문장을 읽는 정도로 이해하고 있었다.

왜 논어를 읽고 있는지 물어보니, 부모님이 독서를 매일 3시간씩 시킨다고 했다. 매일 3시간씩 책을 읽는 것은 매우 기특하다. 하지만 수준에 맞지 않는 독서는 학생에 있어서 독서에 대한 흥미를 빼앗을 수 있다는 점에서 유의해야 한다.

또 독서할 때 다양한 종류의 책을 읽어야 한다. 자신이 선호하는 분야의 책만 읽을 경우, 편향된 독서에 한정된 즐거움만 느낄 수밖에 없다. 책에서 느낄 수 있는 다양한 지식의 즐거움을 발견하기 어렵고 사고도 융합적으로 발달하기 어려울 수 있다.

쉬운 내용의 책만 읽으면 즐거움을 느낄 수는 있지만 독서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고차적 사고력을 증진시키기 어려울 수 있다. 문학, 과학 기술, 인문 과학, 철학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을 골고루 읽어야 할 필요가 있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인간만이 가지고 있는 고차원적인 즐거움이다. 어린 학생들은 독서하는 것을 좋아한다. 어른들은 독서의 중요성에 대해서는 이해하고 있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독서를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독서에 대한 즐거움을 형성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초등학교 시절부터의 올바른 독서의 생활화가 필요하다.

<방승범 교사 프로필>
- 홍대부속초등학교 교사
- 서울교대 학사 및 동 대학원 졸업
- 디지털 교과서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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