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교사 장대환 칼럼] 교사가 경험하는 모든 것이 곧 교육입니다
[보건교사 장대환 칼럼] 교사가 경험하는 모든 것이 곧 교육입니다
  • 채민석 전문기자
  • 승인 2021.05.03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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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대환 용산고등학교 보건교사
장대환 용산고등학교 보건교사

보건교사의 정체성

보건교사는 대학에서 간호학을 전공하고, 추가로 교직과정을 이수함으로써 의료인과 교육자의 자질을 모두 함양하도록 양성된다. 그 후 보건복지부에서 주관하는 간호사 국가시험과 각 시·도 교육청 혹은 사립학교에서 주관하는 교원 임용시험을 통해 전문성을 검증받고 나서야 비로소 보건교사가 될 수 있다.

이 과정을 모두 거친 보건교사는 학교에서 다양한 교육활동을 진행하게 된다. 정규 수업 시간을 활용하여 국가 수준의 체계적 보건교육을 실시하는 것은 물론, 수시로 보건실에 오는 학생들에게도 끝없는 건강상담과 보건지도가 이루어진다.

약물 오남용을 막기 위해 투약 시 복약지도를 하고, 상처가 덧나지 않도록 하교 후 집에서 어떻게 관리를 해야 하는지 설명해 주는 모든 과정이 곧 교육이다. 보건실을 찾지 않는 건강한 아이들에게는 그 건강을 더욱 잘 유지할 수 있도록 교육자료를 제작해 가정통신문으로 배포한다.

교사가 경험하는 모든 것이 곧 교육

앞서 기술한 보건교사의 교육활동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 바로 ‘경험’이다. 간호학과 교육학 지식을 모두 활용하여 인간의 성장을 돕는 보건교사는, 책을 통해 배우는 것만큼 세상을 통해 배우는 것이 중요하다. 보건교사가 경험한 모든 것이 곧 우리 아이들을 위한 교육으로 발현되기 때문이다.

대학 시절, 서울역 노숙인들을 대상으로 의료봉사를 하고 인도 첸나이 지역의 학교 재건축 봉사를 했던 경험이 있다. 이는 우리 아이들에게 자신의 지식과 재능을 나누며 사는 삶의 가치를 가르칠 때 좋은 교육자료가 되었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 초청을 받아 중동 단기 연수를 다녀오고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의료통역과 도핑 검사 요원으로 활동했던 경험 역시, 학생들이 글로벌 역량 향상에 관심을 두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전공과 관련 없어 보이는 경험이 실제 보건수업에서 유용하게 활용된 경우도 있다. 대외경제협력기금(EDCF)에서 공적개발원조에 관해 공부했던 경험은 보건의료 자원 배분 내용을 수업할 때 도움이 되었고, 서울고등법원에서 사법실무 교육과정을 수료했던 경험은 의료윤리의 딜레마 내용을 수업할 때 아이들의 흥미 유발을 이끌어내기 좋았다.

 

2019년 교육청 주관 청소년 해외문화 교류 프로그램의 인솔교사로 선정돼 각 지역에서 선발된 중·고등학생들과 필리핀을 방문했다.
2019년 교육청 주관 청소년 해외문화 교류 프로그램의 인솔교사로 선정돼 각 지역에서 선발된 중·고등학생들과 필리핀을 방문했다.

더 나은 교육을 위한 끝없는 도전

2019년 3월 1일, 교직에 첫걸음을 내딛으면서 앞으로 어떤 보건교사로 살아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다. 해야 하는 업무에만 집중하며 안정적인 일상에 만족하는 교사보다, 조금 바쁘고 힘들더라도 새로운 도전과 경험을 통해 끊임없이 성장하는 교사가 되고 싶었다.

그러던 와중에 교육청에서 ‘청소년 해외문화 교류 프로그램’을 인솔할 교사를 모집한다는 공문을 접하게 됐다. 각 지역에서 선발된 중·고등학생들이 여름방학 동안 필리핀을 방문하여 문화교류 활동을 진행하는데, 이 과정이 안전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도하고 교육적 조언을 제공하는 역할이었다.

교직 경력도 짧고 담임 경력도 없는 비교과 교사라 선발이 어려울 것이라는 주위의 걱정에도 불구하고, 인솔교사 4명 중 1명으로 최종 선정되어 성공적으로 활동을 할 수 있었다.

2학기에는 ‘중학생 해외 어학체험 연수’ 인솔 교사로 선발되어, 겨울방학 동안 관내 중학생 40명을 인솔하여 뉴질랜드를 다녀오기도 했다. 귀국하는 시점에 코로나 바이러스가 한창 유행하기 시작했는데, 철저한 방역수칙 준수와 개인위생 관리를 교육한 덕분에 모두 무사히 연수를 마치고 돌아올 수 있었다.

이러한 경험들은 보건교사도 교과 교사들처럼 학생 지도 역량이 충분할 뿐만 아니라. 겸비한 전문 의료지식으로 학생들의 안전까지 강화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됐다.

2020년 3월 1일, 지금 근무하는 용산고등학교로 부임하고 나서도 새로운 경험을 위한 도전은 계속됐다.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와중에도, 오히려 이러한 사회적 상황이 학생들에게 보건교육이 효과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결정적 시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의료의 기초’라는 방과 후 수업을 개설했고, 입시 준비로 아무도 신청을 하지 않을 것이라는 다른 선생님들의 우려와 달리 순식간에 정원이 마감됐다.

새로운 경험을 추구하되, 본질을 잊지 말자

교사의 새로운 경험이 교육에 효과적으로 활용되기 위해서는 항상 본질이 무엇인지 기억해야 한다. 학생들의 올바른 성장을 위해 헌신하는 마음, 배움을 멈추지 않으려는 성실한 자세. 학교에서의 역할을 소홀히 하지 않는 책임감. 이러한 본질을 가슴에 간직하고 아이들을 만나다 보면, 언젠가 교직 경험을 회상했을 때 뿌듯한 미소를 짓게 되지 않을까 기대한다.

 

<장대환 보건교사 프로필>  
- 경희대학교 간호학과 수석 졸업
- 서울대학교 간호대학 석사 과정(모아·정신간호학 전공)
- 現 서울특별시교육청 용산고등학교 교사(보건)
- 現 서울특별시보건교사회 이사
- 前 의료 NGO ‘FREEMED’ 의료본부 교육부 부장
- 前 제 31회 UN Peace Bar Festival 토론 패널
- 前 서울대학교병원 특수간호과 외과계중환자실 간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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