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덟 어른'의 꿈 함께 들어보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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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채민석 전문기자
  • 승인 2021.04.27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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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종료아동 40% 기초생활수급자 전락...월평균 수입 123만원
인권위 복지부·국토부·노동부에 적극적 자립지원 정책개선 권고
(사진=픽사베이 제공)

[베이비타임즈=채민석 전문기자] 가정형편, 부모의 이혼과 방임 등 여러 사정으로 보육 시설에서 생활하던 아이들은 아동복지법상 만 18세가 되면 자립할 수 있는 능력과 상관없이 시설에서 나가야 한다. 이러한 청소년들을 통칭해 ‘보호종료아동’이라 일컫는다.

지난 2019년 기준으로 2587명, 매년 2500명에서 2700명가량의 청소년들이 이렇게 준비 없이 사회로 내몰리게 된다.

이들은 정착지원금 500만원과 3년 동안 매월 30만원의 자립수당을 받고 홀로서기를 시작하지만 이들에게 사회의 문턱은 너무나도 높은 게 현실이다.

이렇게 보호종료가 된 아이들은 19세 성인이 되기까지 전월세 계약이나 휴대폰 개통시 법정대리인 도움이 필요해 안정적인 자립이 어렵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또한 보호종료아동 10명 중 4명은 기초생활수급자 생활을 경험했고, 월평균 수입은 평균 123만원, 대학진학률도 절반밖에 되지 않는다.

게다가 사회에 대한 경험이 많지 않다 보니 사기를 당해 범죄 피해자가 되는 일도 빈번하며, 여자 아이들의 경우 보호가 종료된 후 성매매 업소로 가기도 한다. 2017년 한 해에만 보호종료아동 4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이 있었다.

불과 5개월 전인 지난해 12월 광주광역시 한 보육원에서도 보호종료를 앞둔 18세 소년이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이 소년은 2세 때 보육원에 맡겨져 17년을 지내다 보호종료를 얼마 남겨두지 않고 극단적인 선택을 한 것으로 보아 전문가들은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감과 막막함에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에 이들의 보호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며 자립에 필요한 실질적 지원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법·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1일 보호종료아동이 자립 과정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자립지원 정책 개선을 보건복지부 장관, 국토교통부 장관, 고용노동부 장관에 권고했다.

우선 보건복지부는 자립지원 전담기관을 전국 17개 시도에 확대 설치할 수 있도록 권고했다. 현재 보호종료아동 자립을 지원하는 전담기관은 전국 17개 시·도 중 8개 시·도에만 설치돼 있고, 2020년 기준 38명에 불과했다. 서울시의 경우 3명의 전담인력이 3045명을 담당했으며, 부산시는 9명이 4113명을 맡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인권위는 국토교통부와 LH에 청년매입임대주택 등 공적 주거지원사업을 확대해 보호종료아동의 주거문제를 해결할 것을 권고했다. 아울러 고용노동부 장관에게는 보호종료아동의 경제적 자립을 위한 중-장기적 직업훈련 프로그램과 인턴십 기회를 마련할 수 있도록 권고했다.

특히 정부의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경제적 지원으로는 현재 초기비용 500만원, 3년 동안 월 30만원의 수당이 지급되는데, 대학생 한 달 용돈이 평균 69만원, 서울지역 원룸 평균 월세가 51만원임을 감안했을 때 턱없이 부족한 금액임을 알 수 있다.

그러다 보니 보호종료아동들은 사회에 나와 받게 되는 평균 급여가 최저 임금비용보다 적은 123만원이며, 40%의 보호종료아동이 기초생활 수급자로 전락하고 만다. 배우며 사회에 적응해야 할 시기에 평균 대학 진학률이 52%에 불과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 것이다.

인권위는 ”보호종료아동 자립지원을 위한 정책은 보호종료 이전 단계에서의 중점적 지원 또는 금전적 지원 수준에 머무를 것이 아니라 그 이후에도 대상 아동이 자기책임 및 사회적 연대의식 아래 자기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건강한 성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아동복지법 또는 관계법령을 재개정해 지립지원 전담기관 추가 설치 및 운영을 통해 보호종료아동의 자립을 도울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특히 ”자립지원 전담기관의 설치는 지자체의 의무로 규정하고, 광역지자체 기준으로 각 시·도마다 1곳 이상을 두어 각 지역별로 기관이 설치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세부항목 중에선 특히 주거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봤다. 이번 조사결과 보호종료아동이 가장 희망하는 외부지원서비스는 ‘LH 청년임대주택 이용’이 59.4%로 가장 많은 것으로 파악됐다. 입주 초기에 2년간 보증금과 월세를 면제받고 수도세, 전기세 등의 관리비 정도만 부담하면 되기 때문이다.

인권위는 "정부 주도의 주거지원 사업은 수혜율이 낮고, 지원자격을 갖추기 어렵거나 자격이 되더라도 대기기간이 긴 경우가 많아 보호종료아동이 실질적 도움을 받는 데 한계가 있다"며 "수혜대상을 확대하는 등 보다 많은 이들이 주거지원통합서비스의 적용을 받을 수 있도록 정책적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인권위 조사결과 보호종료아동이 스스로 지원대상자임을 인식하고 있지 못한 경우도 38.2%(251명 중 96명)에 달했다. 식생활·개인용품 및 위생관리·주거 등 분야별로 이용이 가능한 서비스를 ‘모른다’는 응답도 전체 약 4분의 1로 나타났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강선우 의원(더불어민주당, 강서갑)은 이번 자립지원 전담기관 확대안과 관련해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국가의 책임은 제도적으로 보호가 끝나는 시점이 아니라 해당 아동의 완전한 자립이 이뤄지는 시점까지 계속되어야 한다”고 지적하며 “이번 법안의 추진과 동시에 보호종료아동에 대한 자립수당 지원 기간 역시 3년에서 5년으로 연장하는 방안과 현재 부족한 자립지원 전담요원의 충원 역시 함께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단법인 아름다운재단에서 보호종료아동 자립지원을 위해 진행하고 있는 '열여덟 어른 캠페인' 에서 활동하고 있는 캠페이너들. (사진=아름다운재단 제공)
공익법인 아름다운재단에서 보호종료아동 자립지원을 위해 '열여덟어른 캠페인' 활동을 하고 있는 캠페이너들. (사진=아름다운재단 제공)

공익법인 ‘아름다운재단’은 2001년부터 지금까지 보호종료아동의 자립을 위해 교육비를 지급하고, 다양한 캠페인을 통해 받은 기부금은 보호종료아동의 다양한 자립 지원사업에 사용하고 있다.

아름다운재단에서 진행 중인 ‘열여덟어른 캠페인’은 열여덟 어른의 동등한 출발을 꿈꾸는 6인의 보호종료아동이 직접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 모였다.

미디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신선 캠페이너’, 보육원 강연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는 ‘허진이 캠페이너’, 패션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박한수 캠페이너’ 등은 세상의 편견을 이기고 당당하게 사회에서 자립한 모습들을 보여주며 앞으로도 계속 사회로 첫발을 내디딜 보호종료아동들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보호종료아동을 거쳐 지금은 아름다운재단에서 ‘열여덟어른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 신선씨는 “우리가 보육원에 들어온 건 우리의 잘못이 아니에요. 굳이 따진다면 부모의 잘못일 뿐이죠. 그런데 우리가 숨고 부끄러워하는 경우가 많아요. 잘못도 아니고 부끄러운 일도 아니에요. 이걸 깨달아야 세상 밖으로 나올 수 있어요. 당당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저를 비롯한 많은 사람이 응원하고 있다는 것도 알아줬으면 좋겠네요”라고 담담하게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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