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주주총회 ‘핫 이슈’에 국민연금은 어느 편?
2021 주주총회 ‘핫 이슈’에 국민연금은 어느 편?
  • 황예찬 기자
  • 승인 2021.03.24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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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지주, 금호석유화학, 대한항공 등 주목
(사진=국민연금공단 제공)
(사진=국민연금공단 제공)

[베이비타임즈=황예찬 기자] 매년 3월은 주주총회 시즌이다. 기업들은 주주총회를 열어 재무제표를 승인받고, 이사회 안건을 처리한다. 새로운 이사를 선임하기도 하고, 정관을 변경하기도 한다. 묵은 해를 정리하고 새로운 한 해의 방향을 본격적으로 설정한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에게는 연말 실적발표만큼이나 중요한 행사이기도 하다. 

주주총회 시즌이 다가왔을 때 많은 투자자는 국민연금공단의 행보를 주목한다. 국민연금공단은 기금운용본부를 통해 기업들에 투자하는 유가증권시장의 ‘큰손’이기 때문이다. 국내 유가증권 시장에 상장한 기업 중 시가총액 상위에 있는 기업들은 대부분 국민연금이 지분을 갖고 있다. 매년 이맘때마다 국민연금이 각 기업의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하는 이유다. 

올해도 공단은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수책위)’를 통해 의결권 행사 방향을 심의했다. 투자자들은 주요 기업들의 주주총회 개최를 앞두고, 국민연금공단의 의결권 방향을 통해 올해 주주총회 ‘핫 이슈’를 주목하고 있다.

(사진=KB금융그룹 제공)
(사진=KB금융그룹 제공)

국민연금공단은 주요 금융지주사들의 주주총회 안건에 대해 의결권 행사 방향을 결정했다. 주목할 점은 국민연금이 금융지주 중 특별히 우리금융지주에만 이사 선임 관련 반대 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수책위는 신한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의 이사 선임과 감사위원 선임에 대해서는 모두 찬성했다. 진옥동 신한은행장 등 라임펀드 사태 관계자들에 대해서도 찬성 결정을 내렸다. 수책위는 라임펀드 환매 연기 사태와 관련해 “기업가치 훼손과 주주권익 침해 행위에 대한 감시 의무 소홀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금융위원회 등 국가기관의 1차 판단이 진행 중인 것을 고려해 ‘찬성’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수책위는 우리금융지주의 이사 선임 안건에 대해서는 사내이사 한 건 외에는 모두 반대 결정을 내렸다. 이사보수 한도 승인도 반대하기로 했다.

수책위는 해외금리연계 집합투자증권(DLF) 불완전판매 책임을 물어 우리금융의 사외이사 선임 건에 모두 반대 결정을 내렸다. 기업 가치를 훼손하고 주주 권익을 침해하는 행위에 대해 감시 의무를 소홀히 했다는 것이다. 같은 이유로 감사위원 선임도 전부 반대했다. 이사 보수 한도 승인의 건도 ‘경영성과 미연계’를 사유로 반대했다.

우리금융지주 이사회로서는 다소 억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수책위가 똑같이 불완전판매 이슈가 있는 타 금융지주사들에는 다른 결정을 내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책위는 우리금융 이사회가 지난해 주주총회 때 손태승 회장의 DLF 징계 절차가 진행 중이었음에도 연임을 의결했던 점을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손 회장의 징계 수위가 확정된 후에도 손 회장 체제를 유지하는 등 회사를 감시해야 할 이사회가 당시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수책위가 이러한 책임을 물어 당시 의사결정을 내렸던 이사회를 반대했다고 보고 있다.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 회장(왼쪽)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오른쪽) (사진=금호석유화학, 한진칼 제공)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대표이사 회장(왼쪽)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오른쪽) (사진=금호석유화학, 한진칼 제공)

국민연금공단은 내부 갈등을 겪고 있는 금호석유화학에 대해서도 의견을 내놨다.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는 지난 1월 박찬구 회장과의 특수관계를 해제하고 주주제안서를 제출한 후 꾸준히 이사회와 대치해 자신의 의견을 내세우고 있는 상태다.

수책위는 이사회 안과 박 상무의 주주제안이 경합하는 안건 대부분에 대해 이사회의 손을 들어줬다. 이익배당과 이익잉여금처분 계산서 승인에 대해 이사회 안에 찬성하고, 정관 일부 변경과 사외이사 선임 건에 대해서도 이사회 안을 수용했다.

다만 사내이사 선임과 관련해서는 이사회 안과 박 상무의 주주제안에 모두 찬성하기로 했다. 서로 경합하는 사항이 아니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로써 국민연금공단은 대부분의 사안에서 회사 측의 손을 들어주면서도, 박철완 상무를 사내이사로 선임하는 데는 찬성할 예정이다.

이 밖에도 국민연금공단은 대한항공 주주총회 안건에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사내이사 재선임을 반대하기로 했다. 국민연금공단은 대한항공 지분 8.9%를 보유한 2대 주주다.

수책위는 조원태 회장에 대해 대한항공이 아시아나와 인수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실사를 진행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계약상 불리한 내용도 있다고 판단해 주주권익 침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오는 26일이 지나면 주요 기업들의 주주총회는 모두 끝난다. 한 해의 방향을 결정하는 행사인 만큼, 이러한 '핫 이슈'들은 주가 향방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국민연금공단뿐 아니라 ISS를 비롯한 많은 의결권 자문사들의 의견에 관심을 두고 있다. 주주총회 시즌이 끝난 뒤 어느 기업이 투자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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