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끊임없는 아동학대 사망사고 해결책은
[진단] 끊임없는 아동학대 사망사고 해결책은
  • 채민석 전문기자
  • 승인 2021.03.21 0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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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대부분이 가정내...주변의 관심과 신고 필요
유치원·어린이집 아동학대관련 교사 처우 개선 필요

[베이비타임즈=채민석 전문기자] 지난 17일 출생신고도 하지 않은 8살 딸을 살해하고 1주일간 시신을 집에 방치한 40대 엄마(44)가 구속됐다.

인천 미추홀구 자택에서 딸의 코와 입을 수건으로 막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사결과 동거남과 함께 지내던 피의자는 딸의 출생신고와 경제적 문제로 대립하다 동거남에게 복수하려고 범행을 저질렀다고 밝혔다.

출생 신고를 하지도 않았고, 어린이집이나 학교에도 보내지 않았지만 교육 당국과 기초자체단체는 이 사실을 파악하지 못했다.

앞서 지난달 10일 경북 구미의 한 빌라에서 3살 된 여자아이가 숨진 채 발견되자 수사에 나선 경찰은 엄마인 김 모(22)씨를 살인 및 아동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했다.

빈집에서 6개월 동안 방치돼 숨진 3세 여아의 DNA검사 결과 숨진 아이의 친모는 김 모씨가 아니라 김 모씨의 어머니인 석 모(48)씨로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경북 구미경찰서는 숨진 여아의 친모로 밝혀진 석 모씨가 자신의 출산은 물론 신생아 바꿔치기 혐의를 부인함에 따라 프로파일러를 투입해 사건의 실체를 파악 중이나 좀처럼 사건의 진상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 외에도 지난 1월 경기 고양시의 한 빌라 단지에서 갓 태어난 영아를 창 밖으로 던져 숨지게 한 20대 여성이 구속된 사건도 있다.

피의자인 20대 여성의 범행 동기 중 하나가 연하 남자친구와의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여서였던 것으로 확인 돼 충격을 주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연하의 남자친구(24)와 교제 중이던 피의자(29)는지난 2020년 7월 임신 사실을 알게 됐지만 혼인을 하지 않는 채 출산을 하는 게 두려워 임신 사실을 숨겨왔다. 부모에게는 물론이고 남자친구가 알게 될 경우 관계를 끊을 것이라는 판단에 남자친구에게도 임신 사실을 말하지 않았다.

산부인과 치료도 받지 않고 계속 임신 사실으 숨겨왔던 피의자는 지난 1월 16일 오전 6시께 화장실에서 출산을 하게 됐지만 출산 사실을 숨기기 위해 화장실 창문 밖으로 영아를 던졌다.

이 외에도 최근 10살 조카를 물고문해 살해한 이모가 있는가 하면, 지난 2월 천안에서 발생한 7살 딸아이 살해사건이 발생했다. 또 한겨울 지적장애를 앓는 의붓아들을 찬물이 담긴 욕조에 방치해 저체온증으로 사망에 이르게 한 계모, 9살 의붓아들이 거짓말을 했다는 이유로 7시간이 넘게 여행용 가방에 가둬 숨지게 한 계모 등 다양한 아동 학대 살해 사건이 최근 수도 없이 일어나고 있다.

지난 2020년 10월 발생한 16개월 ‘정인이’의 입양부모가 학대해 숨지게 한 ‘정인이 사건’으로 아동학대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크게 일어 사회적 이슈가 되었다. 1월 입양된 이후 5달 사이 유치원 교사 등의 3번의 학대 의심 신고가 있었는데도, 부모의 말만 믿고 제대로 된 분리나 수사가 이뤄지지 않아 부실수사 논란에 휩싸였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왜 시스템이 작동되지 못했나” 라며 깊이 분노했던 사건이다.

지난달 25일에는 아동학대 살해죄를 신설한 아동학대범죄 처벌 특례법 개정안이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다. 주요 내용으로는 아동학대범죄를 범한 사람이 아동을 살해한 때에는 사형이나 무기징역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아동학대 행위자가 아동을 살해하면 일반 살인죄보다 중죄로 보고 엄벌을 내린다는 취지다.

최근 아동학대 사건이 끊임없이 발생해 사회적 이슈로 크게 비쳐지며 국회의원들도 아동학대관련 다양한 법안들을 쏟아내고 있다.

남인순의원, 허종식의원 등 근래 아동학대관련 법 개정을 발의한 의원들만 약 40명이다.

대구 북구갑 양금희 국회의원은 ‘가족관계의 등록 등에 관한 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출생신고가 되지 않아 생사조차 알 수 없는 ‘출생 미등록 아동’의 행방에 대한 관심과 아동학대 사각지대의 책임을 부모에게 물어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강원 속초 이양수 국회의원은 ‘건강가정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이 개정안은 건강가정사업에 가정 내 아동학대 예방 지원을 포함하고, 건강가정사업을 수행하는 건강가정사의 전문성을 향상시켜 아동학대 예방 및 건강한 가정환경 조성을 도모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정부와 국회는 매번 비슷한 아동학대 사망사건이 터질 때마다 개별 사건에 대한 단편적인 대응과 법률안 개정 발의를 경쟁하듯 진행해왔다. 그러나 비슷한 사례가 되풀이 되면서 국민들에게는 충격과 안타까움만 더하고 있다.

이처럼 아동학대 사건이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 이유는 사회 감시망이 촘촘하지 못해서라는 게 관계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아동학대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특정 아동집단을 대상으로 단순히 시스템상으로 가정방문을 하기보다는, 보통의 가정에서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먼저 시작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예를 들어 아동에 대한 영유아 검진 등이 어느 시기가 지나 잘 이뤄지지 않으면 직접적으로 강도 높은 가정 방문을 하는 식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또는 전기료, 가스요금, 수도요금 등이 3개월 이상 연체된 복지 사각지대를 발굴해서 확인하는 근본적인 시스템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최근 많이 발생하는 어린이집, 유치원 교사의 아동학대에 대해서는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개선방안으로 교사 1명당 담당하는 아동 비율을 낮추고 교사들에 대한 처우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교사들은 대체로 교사의 직무 스트레스와 아동의 문제행동에 대한 통제력 부족으로 인해 학대가 발생한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아동학대는 사망까지 이르는 경우가 아니더라도 아이들에게 씻을 수 없는 신체적, 정신적 상처를 남긴다.

아동학대를 막을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주변의 관심과 신고일 것이다.

구체적으로는 ‘사고로 보기에 미심쩍은 멍이나 상처가 있는지’, ‘아동이 보호자에게 언어적·정서적 위험을 당하는 모습을 보이는지’, ‘적절한 영양섭취가 안되거나 계절에 맞지 않는 옷 등을 입고 있는지’, ‘자주 결석을 하거나 예방접종 등을 실시하지 않는지’, ‘보호자에 대한 거부감과 두려움을 보이는 증상이 있는지’ 등 아동학대가 의심되는 경우 경찰에 신고해 학대로부터 아동을 보호해야 할 의무가 우리에게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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