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통과는 됐지만...
[진단] 중대재해기업처벌법 통과는 됐지만...
  • 채민석 전문기자
  • 승인 2021.03.16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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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제정 이후에도 사망사고 끊이지 않아 실효성 의문
재해 예방 컨트롤타워 산업안전보건청 설립 논의도

[베이비타임즈=채민석 전문기자]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이란 중대한 인명 피해를 주는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경우 사업주에 대한 형사처벌을 강화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법안이다. 지난 1월 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시행은 공포일로부터 1년 뒤인 2022년 1월 27일부터다.

이 법에 따르면 안전사고로 노동자가 사망할 경우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이나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법인에는 50억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또 노동자가 다치거나 질병에 걸릴 경우에는 7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단, 5인 미만 사업장 등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산업재해로 인한 사망사고와 함께 과거 가습기 살균제 사건, 세월호 사건과 같이 대형 재난 사고들이 발생했음에도 이에 대해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및 법인 등이 경미한 수준으로 처벌되면서 중대재해를 예방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이에 중대재해법을 제정해 근로자를 포함한 종사자와 일반 시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고, 기업의 조직문화 또는 안전관리 시스템 미비로 인해 일어나는 중대재해 사고를 사전에 방지하려는 목적을 가지고 있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이 법인을 법규 의무 준수 대상자로 하고 사업주의 경우 안전보건 규정을 위반할 경우에 한해서만 처벌을 하는 데 반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법인과 별도로 사업주에게도 법적 책임을 묻는다는 데서 처벌 수위를 높인 법이라 할 수 있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이 2020년 6월 '중대재해에 대한 기업 및 책임자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정안'을 대표발의했으며 12월 24일 동 제정안에 대한 법안 심사를 강행했다.

이 법은 공포 후 1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 다만, 이 법 시행 당시 개인사업자 또는 상시 근로자가 50명 미만인 사업 또는 사업장(건설업의 경우에는 공사금액 50억원 미만의 공사)에 대해서는 공포 후 3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

다만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통과됐지만, 노동자의 사망사고는 제자리걸음이라는 것은 큰 문제로 보여진다.

60대 일용직 노동자의 안전장치 없는 공사현장에서 추락사, 창원 자동차 부품공장에서 40대 하청업체 직원이 설비에 끼여 의식불명, 광주 플리스틱 재생공장 노동자 끼임사고 사망, 여수 산업단지 노동자 끼임사고 사망 등 사례를 나열하기조차 어려울 정도로 많은 사망사고가 법 제정 이후에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지난 2월 22일에는 최근 2년간 산재가 자주 발생한 9개 기업의 대표들을 청문회장으로 불러서 사상 첫 ‘산업재해 청문회’를 개최했다. 오전 10시부터 시작해 9시간반 동안 진행된 청문회는 그 열기가 대단했다.

특히 의원들의 집중포화를 받은 포스코 최정우 회장은 연신 머리를 숙이며 사과했다. 작년 11월 말부터 끊이지 않고 발생한 사망사고와 중대재해기업처벌법 공포 이후인 2월 8일 포스코 사내하청업체 직원이 사망한 사고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회사 및 대표의 안전불감증이 매우 심각한 수준이라는 질책이 이어졌다.

지난해 노동자 사망 사고를 포함한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이 671곳으로 나타났다. 이 중 50인 미만 사업장이 80%를 차지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안전 보건분야를 실질적으로 책임지는 별도 관리자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41.8%가 별도로 없다고 답변했고, 50인 미만 소기업의 경우 64.0%가 별도 안전 전담 관리자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 10곳 중 8곳이 소규모 사업장이라는 점에서 내년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이 의문이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대표이사를 포함한 경영 책임자도 처벌할 수 있도록 했지만 50인 미만 사업장은 공포 이후 3년간 법 적용을 유예했다. 더욱이 5인 미만 사업장은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국회에서는 산업안전보건청 신설을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진행중이다. 지난 1월 25일 정부에서는 산업안전보건청을 신설하는 내용의 정부조직법 개정 추진이 결정되었다. 산업안전보건청을 설치해 중대재해 예방·관리·점검을 하는 등 산업재해 예방과 사업장 내 산업안전보건 여건을 개선해 나간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정의당 이은주 의원과 강은미 의원은 지난 11일 산업안전보건청 설립 입법 토론회를 열었다.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는 토론회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 되었음에도 국가행정이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한 제대로 된 조직을 만들지 못하면 효과는 반감된다”며 “산안청 설립은 안전을 지키기 위한 행정을 좀 더 전문적이고 독립적으로 집중하는 조직의 설립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중대재해기업처벌법은 산업재해가 발생했을 때 경영책임자를 처벌하기 위한 목적의 법이 아니라 산업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경영책임자를 움직이게 하려는 법이다.

노동자와 시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기 위한 입법자의 결단인 만큼 경영자로서는 안전 비용을 아끼지 말고 근로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온 힘을 다하자는 것이다. 그것이 중대재해법의 취지를 진정으로 실현시키는 길이라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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