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국가대표 트레이너 정송영 박사에게 듣는 ‘진짜 운동’
[인터뷰] 국가대표 트레이너 정송영 박사에게 듣는 ‘진짜 운동’
  • 최주연 기자
  • 승인 2021.03.04 1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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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답은 없다. 원리와 근거만 있다면 그게 바로 트레이닝”
보여주는 몸만들기보다 내 몸을 ‘이해’하는 것이 먼저
성적 쫓는 엘리트 체육은 그만, 행복한 평생 운동 되어야
베이비타임즈와 인터뷰 후 도산공원에서 포즈를 취한 정송영 박사 [사진=베이비타임즈 최주연 기자] 

[베이비타임즈=최주연 기자] 박태환 선수의 전담 트레이너로 유명한 정송영 운동생리학 박사를 만났다.

세계적 권위의 NSCA(미국체력관리학회) 한국지부 교육이사인 정 박사는 유명 보디빌딩 대회를 석권한 인기 보디빌더이자 SNS를 통해 올바른 다이어트와 운동 방법을 공유하고 있는 핫 인플루언서다.

2017년부터 국가대표 수영선수 박태환의 전담 트레이닝을 맡아 시합 주기에 맞춘 식단과 운동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으며, 2018년에는 장애인 골볼(goal ball) 국가대표팀 트레이너로 참여해 아시안게임 동메달을 획득하는 쾌거를 이루기도 했다.

박태환 선수의 전담 트레이너로 제100회 전국체전에 참가한 정송영 박사
박태환 선수의 전담 트레이너로 제100회 전국체전에 참가한 정송영 박사(왼쪽에서 두 번째)

최근에는 ‘굿머슬TV’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단국대 박사 출신이자 국제스포츠영양학회 라이센스 보유자답게 논문 분석 등 학문적 근거에 기반을 둔 건강 콘텐츠를 선보이며 인기를 더하고 있다.

정 박사에게 우리 아이들과 엄마들에게 필요한 운동, 건강 이야기를 들어봤다.

 

코로나로 국민건강 수준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면역력을 높이기 위해 어떤 운동이 필요할까요?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앉아있으면 면역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몸에 활동을 주려면 운동이 반드시 필요한데요. 중요한 것은 재미있는 운동을 해야 한다는 겁니다. 꼭 웨이트 트레이닝이 아니더라도 배드민턴이나 테니스처럼 본인이 좋아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생각되는 운동을 하세요.

우리나라는 보이는 부분에 초점을 맞추는 편인데 외국의 경우 자기가 즐길 수 있고 편한 운동에 집중합니다. 그래서 테니스나 골프 같은 운동을 하다가 그것을 좀 더 잘하기 위해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는 겁니다.

콕 집어서 이 운동이다 그런 건 아니네요?

그렇죠. 여러 운동을 시도해보세요. 사람에 따라 맞는 운동이 따로 있습니다. 몸을 움직이고 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면 어떤 운동이든 상관없습니다.

ICN 그랑프리에서 Life Time Natural Bodybuilder로서의 면모를 보여준 정송영 박사 [사진=정송영 제공]
2020년 ICN 중부대회 내추럴 보디빌더로서의 면모를 보여주며 멋진 근육을 뽐낸 정송영 박사 [사진=정송영 제공] 

체육을 전공하셨으니까 아이들에게 운동 조기교육을 시키려는 부모마음도 잘 이해하실 것 같아요. 조언을 부탁드립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운동을 시켜야 합니다.

가까운 일본과 비교해보면, 우리는 소수의 엘리트 체육이지만 일본은 생활체육 시스템입니다. 지자체별로 생활체육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어서 체육 인구 숫자 자체가 달라요. 내 주변에 있는 친구와 선배들이 운동을 하니 나도 자연스럽게 참여하게 되고, 또 여러 가지 다양한 선택지가 있기에 이거저거 해본 후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찾아 선수가 되는 겁니다.

반면 우리나라는 “너 이 종목 해!”잖아요. 게다가 성적이 우선이라 즐거워야 할 운동에 오히려 스트레스를 받아요. 그러니 공부 같은 건 더 하기 싫고, 결국 평생 운동을 멀리하게 됩니다.

생활체육은 사람이 먼저예요. 싫으면 안 해도 되는 거죠. 일본과 미국에 운동선수 출신 변호사나 의사가 많은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운동을 즐거움으로 접하고, 공부하느라 받은 스트레스를 운동으로 풀고, 또 그렇게 운동을 더 잘하게 되는 선순환이죠.

마음의 준비가 안 된 사람에게 운동은 스트레스가 될 수 있어요. 부모님들이 그 점을 유념하시면 좋겠어요.

정송영 박사는 "마음의 준비가 안 된 사람에게 운동은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아이들 체육 교육을 시키는 부모님들이 그 점을 유념하시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최근 몇 년간 그야말로 ‘몸만들기’ 열풍이잖아요. 부상을 방지하면서 멋진 몸을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몸 만든다고 무리해서 다치는 경우가 많죠. 예를 들어 멋진 히프를 만들기 위해 히프 운동만 강조하게 되면 척추전만으로 허리에 부상이 옵니다. 코어를 먼저 잡아주고 근육을 전체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몸을 만드는 것이 우선인데 앞뒤가 바뀐 것이죠.

몸을 만들 때는 내 몸에 대한 이해를 먼저 해야 합니다. 사람들은 체형과 나이, 직업적 특성에 따라 각각 몸이 다르니까 똑같은 방법으로 운동을 할 수가 없어요. 그래서 좋은 트레이너를 만나야 하고 또 트레이너들도 그만큼 더 공부해야 하죠.

사실 운동은 정답이 없습니다. 원리와 근거만 있다면 그게 바로 트레이닝입니다. 무조건 해외 트레이닝 법을 따르는 것보다는 다양한 시도로 우리에게 맞게 한국만의 트레이닝 문화를 발전시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엄마들이 출산 후 망가진 몸을 복원하려 노력하지만 쉽지 않은데요. 가장 신경 쓸 부분이 있을까요?

임신을 하면 골반에 대한 안정성이 많이 떨어집니다. 출산일이 다가올수록 허리 부하와 골반 전만도 심해지죠. 그렇기에 출산을 했다고 당장 몸매 만드는 운동을 하고 살을 빼는 것은 추천하지 않아요.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심부코어 능력과 몸의 안정성을 높인 후에 부수적인 트레이닝을 하셔야 합니다.

그렇다면 산모들을 위한 심부코어 운동을 소개해주세요.

대표적으로 플랭크가 있고요. 이보다 더 쉬운 버드독(Bird Dog)이나 데드벅(Dead Bug) 등을 시작으로 코어 안정성을 만들어 주면 더 빠르게 산후조리를 할 수 있습니다.

원래 몸 상태로 돌아가려면 늦게 운동을 시작하면 안 됩니다. 몸이 틀어져 있는 상황에서 6개월이 지나면 구조적인 적응이 일어나기 때문인데요. 할머니들 허리가 굽어지듯이 몸이 굳어서 돌아오기 힘들어집니다.

출산 2주 후부터는 충분히 운동이 가능하니 간단하게라도 시작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요즘은 출산 전후 운동 센터들이 많이 있어요. 운동을 통해서 벌어진 골반도 잡아주고, 근육 기능이 떨어져 생기는 요실금 문제도 회복해 몸을 이롭게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NSCA 교육생들과 함께 한 정송영 박사. 정 박사는 NSCA KOREA 교육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NSCA 교육생들과 함께 한 정송영 박사(맨 왼쪽). 정 박사는 NSCA KOREA 교육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인터뷰이에게 드리는 공통질문입니다. 박사님의 인생을 한 줄 또는 한 단어로 설명한다면 어떻게 표현하고 싶으세요?

‘계획된 도전’

전 무모하게 도전하지 않습니다. 아무렇게나 달려들면 이룰 수 있는 확률이 낮아지니까요. 대신 철저하게 계획하고 단계적으로 노력하면 어떤 것이든 이룰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지난해 보디빌딩 대회에 출전한 것도 제 트레이닝에 대한 검증을 위해서였어요. 사람들이 제게 관심을 가지게 되면 저는 저만의 트레이닝을 전파할 계획이었죠. 이를 위해 유튜브를 개설했고 첫 영상을 만든 지 한 달 만에 천 명이 넘는 구독자가 모였어요. 이제 다음 도전으로 제가 만든 기능적 플라이오메트릭 전문가(FPS) 과정을 국제자격 과정으로 만들어 세계로 전파할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앞으로 바람을 들려주세요.

많은 분들이 어려움 없이 편안하게 운동에 도전하셨으면 해요. 다양한 종목을 접하고 내게 맞는 운동을 찾는다면 생활체육문화가 발전하게 되고 트레이너들도 더욱 전문성을 갖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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