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법률] 아동학대 보호 법률과 대응방안
[사람과 법률] 아동학대 보호 법률과 대응방안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1.03.0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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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법인 사람 박성민 변호사
법무법인 사람 박성민 변호사

지난해 10월, 16개월 된 아기 정인이가 입양가정에서 양부모의 학대 끝에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고, 그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양부모에 대한 3차 공판이 오는 3월 3일로 예정되어 있다.

어린 생명의 안타까운 죽음에 분노하고 양부모를 엄벌에 처할 것을 촉구하는 의미로 공판기일마다 법원 앞에 많은 사람이 모여 시위가 이루어지고 있고, 법원 정문에는 수백 개의 근조 화환이 설치됐다. 이 ‘정인이 사건’을 통해 온 국민의 공분을 사고 있는 범죄, 바로 아동학대다.

아동복지법 제3조 제7호에 따르면 ‘아동학대’란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이나 가혹행위를 하는 것과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을 말한다.

안타깝게도 아동학대 사건은 정인이 사건 이전에도 있었고, 이후에도 계속해서 신고되고 있다. 9살 아이가 계모에 의해 여행용 가방에 갇혀 사망한 사건, 쇠사슬에 묶여 있다 맨발로 탈출한 아이가 시민에 의해 구조된 사건, 어린이집 교사들이 장애아동을 포함한 원생들을 상습적으로 학대한 사건, 보호자가 없는 집에서 라면으로 끼니를 해결하려다 화재가 발생하여 초등학생 형제가 중상을 입고 동생이 숨을 거둔 사건, 아동학대 신고를 받고 조사해보니 냉동실에서 영아 시체까지 발견된 사건 등등….

이전 사건의 충격이 조금 사그라들 즈음이면 새로운 사건이 또 발생하고 또 발생하기를 계속 되풀이하고 있다. 2019년 한 해 동안 학대로 사망한 아동의 수가 무려 42명에 이른다는 점은 가히 충격적이다.

더이상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우선, 주변의 아동에 대한 관심과 애정 어린 시선을 가지고, 의심되는 상황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신고할 필요가 있다.

누구든지 아동학대를 알게 되거나 그 의심이 있는 경우 신고할 수 있는데, 아동권리보장원에서는 ①아동의 울음소리, 비명, 신음 소리가 계속되는 경우, ②아동의 상처에 대한 보호자의 설명이 모순되는 경우, ③계절에 맞지 않거나 깨끗하지 않은 옷을 계속 입고 다니는 경우, ④뚜렷한 이유 없이 지각이나 결석이 잦은 경우, ⑤나이에 맞지 않는 성적 행동을 보이는 경우 아동학대가 있을 가능성을 의심해볼 것을 권고하고 있다.

만약 아동학대 사실을 알게 되거나 아동학대 사실이 있는 것으로 의심된다면 국번 없이 112, 또는 아이지킴콜 112 앱을 이용하거나 관할 경찰서 또는 행정기관에 방문 또는 전화로 신고하면 된다.

신고할 때에는 ①신고자의 이름·연락처, ②아동의 이름·성별·나이·주소, ③학대행위자로 의심되는 사람의 이름·성별·나이·주소, ④아동이 위험에 처해있거나 학대를 받고 있다고 믿는 이유 등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제공하면 좋으나, 만약 아동이나 학대행위자의 모든 정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더라도 당연히 신고가 가능하다.

아동학대를 신고할 때에는 섣불리 보호자에게 신고내용을 알려 아동학대의 증거가 은폐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그리고 직접 피해 아동을 대면했을 때에는 가능한 증거를 확보하고 아이가 불안에 빠지지 않도록 일상적으로 대할 필요가 있으며, 아이에게 학대에 대해 반복적으로 캐묻거나 유도 질문을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신고자의 신분은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0조, 제62조에 의해 보장되고 있으니 신원 노출에 대해서는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아동학대는 누구나 신고할 수 있지만, 직무상 아동학대를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직업군은 아동학대 신고의무자로 지정되어 있다.

신고의무자는 크게 세 가지 직군으로 나뉘는데, 첫 번째는 의료인 직군으로 의사·치과의사·한의사·조산사·간호사·임상병리사·물리치료사·치과기공사·응급구조사·구급대원 등이 이에 포함된다.

두 번째는 교사 직군으로, 어린이집 등의 보육교직원·유치원 교직원·강사·학교 교사 및 학원 종사자 등이 이에 해당한다.

세 번째는 시설종사자 및 공무원 직군으로, 가정위탁지원센터, 각종 복지시설, 상담소, 피해자 지원센터, 입양 기관의 종사자 및 복지전담공무원 등이 이에 해당한다.

이들 신고의무자는 아동학대 상황을 ‘의심 및 발견’하는 즉시 신고할 의무가 있고, 만약 정당한 사유 없이 아동학대를 신고하지 않을 경우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63조에 따라 5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주변의 아동학대 사례를 지나치지 않고 신고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이 또 있는데, 바로 학대신고 수리기관의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대응이다.

이번 정인이 사건을 비롯해 많은 아동학대 사건에서 조사기관의 소극적인 대응이 아쉬움으로 남았다. 여러 차례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됐음에도 조사기관에서 초기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해 아동의 학대 피해가 더욱 커졌다는 지적이다.

이에 정인이 사건 이후 보건복지부와 경찰청은 2번 이상 아동학대로 신고될 경우에 재학대의 위험이 급박 현저하다고 판단해 아동학대처벌법상의 응급조치가 적극 실시되도록 관련 지침의 응급조치 실시기준을 추가하고, 특히 2번 이상 신고된 아동에게 멍이나 상흔이 발견되는 경우 72시간 동안 응급 분리하도록 지침에 명시하는 등 현장 지침을 수정했다.

그리고 나아가, 필요에 따라서는 72시간 이상 아동의 분리보호를 지속할 수 있도록 하는 ‘즉각 분리제도’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아동복지법 역시 개정됐다(2021년 3월 30일 시행 예정). 이러한 지침 및 법령의 개정을 통하여 앞으로는 학대피해 아동을 더욱 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보호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몇 년의 통계를 조사해보면 아동학대 신고는 2015년 1만9214건에서 2016년 2만9674건, 2017년 3만4169건, 2018년 3만6417건, 2019년 4만1389건으로 5년 새 크게 늘어나고 있다.

기존에 부모의 훈육권에 따른 것 또는 가정 내부의 일로만 치부하던 아동학대 사안에 대해서 아동의 보호를 최우선가치로 여기는 방향으로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난 2월 15일 경찰청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올해 설 연휴인 2월 11일∼14일 동안 아동학대 신고가 하루 평균 47건으로, 전년(24건) 대비 95.8% 늘었다고 한다. 이는 ‘학대 사건’ 자체가 늘어났다고 하기보다, 이번 정인이 사건의 충격으로 인해 아동학대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경각심이 높아졌기 때문이라는 것이 경찰의 분석이다.

이러한 경향에 발맞춰 개정된 아동학대 대응 매뉴얼에서는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 학대여부를 조사함에 있어서 필수 대면 조사를 하도록 하는 범위를 기존과 같이 ‘피해아동, 학대 행위자, 보호자, 학대를 신고한 의료인, 보육·교육기관 종사자, 형제·자매·동거아동’에만 한정하지 않고 ‘피해아동의 이웃 등 주변인’까지로 확대했다.

조사자가 피해 아동의 이웃 등을 직접 만나 평소 아동학대 의심 정황이 있었는지 살펴볼 수 있도록 한 것인데, 이는 어떤 아동의 평범한 이웃에 불과한 우리 모두에게 아동학대 방지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싶다.

우리 모두가 아동학대 방지를 위한 파수꾼으로서, 주변에 있는 아동에 대해 더욱 애정어린 시선과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박성민 변호사 프로필>
- 성균관대학교 법학과
-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법학전문석사
-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법학전문박사 수료
- 제1회 변호사시험 합격
- 現 법무법인 사람 변호사
- 現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산재 전문변호사
- 現 대한변호사협회 인증 손해배상 전문변호사
- 現 대한변호사협회 대의원
- 現 국방부 지뢰피해자 및 유족 여부 심사 실무위원회 위원
- 現 양천구 노동복지센터 법률자문 및 노동상담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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