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애의 엄마표 영어교육] 영어공부, 10년 동안 하셨나요?
[최정애의 엄마표 영어교육] 영어공부, 10년 동안 하셨나요?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1.02.11 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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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어영재연구소 대표 최정애
영어영재연구소 대표 최정애

강연을 하다 보면 강의를 듣는 분들에게 종종 던지는 질문이 있습니다.

“영어공부, 10년 동안 하셨습니까?”

그럼, 대부분 고개를 끄덕끄덕하거나 손을 번쩍 들기도 하는데요.

“10년 또는 그 이상 영어공부를 하셨는데, 영어에 자신 있으신 분?”하고 이어서 질문을 드리면 단 한 번도 자신 있게 손을 드는 분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손을 들기는커녕 저와 눈을 마주칠까 눈을 피하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우리가 정말 10년 동안 영어공부를 했을까?’ 점검하는 차원에서 오래전 들은 에피소드를 먼저 얘기해보겠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공부를 아주 잘한 그야말로 엄친아의 대표적인 예 같은 한 청년의 이야기입니다.

그는 국제중·고등학교를 거쳐 S대 재학 그리고 대학 졸업을 하기도 전에 대기업 S사에 취업을 했습니다. 입사 후 어느 날, 첫 해외 출장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첫 해외 출장이니 얼마나 설렜겠어요. ‘일도 하고, 틈틈이 여행도 해야지!’라는 생각으로 현지 정보를 수집하고 주변에 자랑도 하며 들뜬 마음으로 출장길에 올랐습니다.

고대하던 JFK공항에 도착 후 숙소로 가던 길, 그만 교통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현지 경찰과 구급차가 속속 사고 현장에 도착하고 상황을 수습하던 경찰이 다가와 청년에게 묻습니다.

“How are you?”

독자 여러분, 한번 대답해보시겠어요? 제가 강연 중 가끔 이 에피소드를 들려드리면 이 부분에서 합창하듯 큰 목소리로 대답을 하시는데요. 어쩜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이야기 속 청년이 했던 대답과 똑같아서 매번 놀라곤 합니다.

“I'm fine thank you, and you?”

현지 경찰의 눈이 휘둥그레집니다.

“Oh my…. Really?”

그리고 한 번 더 물어봅니다.

“How are you?”

“I'm fine thank you.”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은 우리의 엄친아 청년은 이번엔 ‘and you’를 빼고 답을 합니다.

그러자 현지 경찰은 비교적 큰 사고임에도 다행히 사상자가 적었던 이 사고에서 이 사람은 정말 천운이 도왔나 보다 생각하고 사고 수습을 마저 하고는 현장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이 청년은 첫 해외출장을 사고로 시작해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절뚝거리며 숙소로 돌아갔다는 웃지 못할 이야기입니다.

여러분, 우리는 10년 동안이나 영어를 배웠는데, 심지어 엘리트 코스를 밟은 이 청년마저도 왜 현지인 또는 외국인과 영어로 대화하기가 이리도 어려울까요?

우리는 영어를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기 위한 도구가 아닌 수학 공식처럼 외우고 배웠기 때문이라는 데 대부분 동의하실 겁니다. 필수 영단어를 외우고 숙어를 외우고, 문법과 문장을 외우고, 또 외우고…. 그러다 시험 기간이 지나면 잊어버리던 모습을 떠올리면서 말이죠.

반복적인 암기학습으로 뛰어난 어휘 실력을 갖추게 돼도 언제 어떤 표현을 써야 할지 몰라 대화 흐름을 놓치는 것보다, 기본적인 단어를 제대로 알고 대화 흐름을 놓치지 않고 제때 잘 쓰는 것이 우리에겐 더 필요해 보입니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일단 우리가 10년 동안 영어공부를 한 것이 아닌, 10년 동안 시험출제자에게 잘 보이기 위해 영어라는 맛만 본 것임을 인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지금부터 하루에 10분이라도 영어를 매일 꾸준히 읽고 들어야겠다’는 다짐과 더불어 실천이 필요합니다.

이제 와서 이 나이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법으로 언어습득이라니? 막막하기도 하고, 어떻게 실천해야 할지 방법이 궁금하기도 하실 텐데요.

부모가 되어 좋은 점은, 아이로 인해 동심을 다시 산다는 것이죠!

비단 놀이뿐만이 아닌 독서부터 언어습득까지 잘못된 습관과 방법을 인지하고 자신만의 방법을 다시 찾는 데까지 저에겐 아이의 역할이 가장 컸습니다.

특히 저는 엄마가 된 후 영어 실력이 훌쩍 늘었는데요. 아이와 함께하며 아이의 언어습득 과정을 지켜본 시간은 언어학을 공부하던 시간과 노력에 비교도 되지 않을 만큼 그 모든 이론을 뛰어넘는, 놀랍고 경이로운 경험을 한 순간들이었습니다.

2021년이 시작되고 어김없이 영어공부와 다이어트 시장의 열기가 뜨거웠던 한 달이 지났습니다. 새해 결심이 흐지부지되려는 시점, 설날(구정)이 됐습니다. 다시금 영어공부와 다이어트를 해야겠다 다짐하고 실천하기에 더없이 좋은 시기입니다.

더이상 토익, 토플 등 어려운 책으로 힘겨워하며 영어 ‘시험공부’를 준비하지 말고,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을 위한 언어로서의 영어습득을 위해 이 세 가지를 명심하세요.

첫째, 단 10분이라도 매일 영어 소리를 들으세요.

둘째, 자신의 영어 나이를 인정하고 수준에 맞는, 취향에 맞는 영어 소리를 찾아 듣고 읽으세요.

셋째,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은 축복입니다. 아이에게 영어공부하라는 잔소리 대신 아이와 함께 쉬운 영어 그림책을 읽으세요. 아이와 정서적인 유대감은 물론 부모 역시 영어와 친숙해지고 실력이 쑥쑥 올라가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습니다.

다이어트에 성공한 사람들은 한결같이 말합니다. ‘소식하고 자신에게 맞는 운동을 했다’고 말이죠. 영어습득 역시 자신의 수준에 맞는 소리를 매일 10분이라도 꾸준히 듣는 게 실력 향상의 지름길입니다.

부디 올해 2021년에는 신년이 돌아올 때마다 계획에서 빠지지 않는 영어공부에 성공하셔서 제가 강연에서 ‘영어에 자신 있으신 분?’하고 질문할 때 손을 번쩍번쩍 드는 분들이 많이 늘어나길, 당신이 꼭 그중 한 사람이 되시길 기대해 봅니다.

 

<최정애 대표 프로필>
- 영어영재연구소 대표
- 자녀 영어교육법 등 부모교육 전문 강사
- 서울 강서구립 강서영어도서관 자료선정위원
- 푸름이닷컴·윤선생영어 칼럼 연재 및 초청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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