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견된 입양아동 비극…부모학대로 죽어가는 아이들
예견된 입양아동 비극…부모학대로 죽어가는 아이들
  • 김은교 기자
  • 승인 2021.01.28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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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수·은비·정인…지속적인 가정폭력으로 숨져
때마다 체계보완 말하지만, 현실은 비극 반복

[베이비타임즈=김은교 기자] 2014년 현수 사건 때도, 2016년 은비 사건 때도 그랬다. 학대의 악순환은 결국 2020년 정인이에게까지 반복돼 이어졌다.

실제로 이달 2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 정인이 사건이 방송된 후, 국회 내에는 고작 이틀만인 4일부터 8일까지 아동학대방지법안만 20여개가 발의됐다. 그야말로 최단 시간 유례없이 쏟아져 나온 법이 속전속결로 처리된 것이다.

물론 아동학대 대응체계과 관련해 미처 깨닫지 못한 보완의 과정일 수 있다. 그런데 이 같은 각성의 목소리는 매 시점마다 반복됐다. 이번에도 그 이전에도 항상 같았다. 그리고 또 언제 그랬냐는 듯, 아동학대 사건은 지금도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다.

 

서울남부지방법원 앞. 양부모의 학대로 사망한 정인이를 추모하는 마음들이 모여있다. (사진=송지나 기자)
서울남부지방법원 앞. 양부모의 학대로 사망한 정인이를 추모하는 마음들이 모여있다. (사진=송지나 기자)

 

◇ 현수·은비·정인…학대로 죽어간 아이들

지난 2013년 10월 미국으로 입양된 현수. 이 아이는 그로부터 석 달만인 2014년 2월에 사망했다. 양부의 폭행 때문이었다.

현수 사망 이후, 당시 정부는 입양특례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발표했다. ▲되도록이면 친모가 아동을 양육할 수 있도록 입양기관은 ‘원가정 보호’ 노력에 힘쓸 것 ▲국내입양 우선 추진 ▲예비 양친 및 양자 조사의 진실성 확보 ▲입양의뢰 아동 권익보호 ▲입양 후 1년 간 사후관리 등 의무사항 위반 시 엄격한 처분이 해당 개정안의 주된 내용이었다.

은비는 지난 2012년 17세 미혼모의 딸로 태어났다. 첫 번째 입양 전제 위탁가정에서 학대를 받았던 은비는 두 번째 입양 전제 위탁 중인 2016년 10월, 예비 입양부의 학대로 뇌사판정을 받고 사망했다.

은비 사건 이후에는 입양절차 전 과정을 민간 입양기관이 전담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됐다. 입양절차 진행 시 복지부·지자체 등의 공적 체계 개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었다.

그러나 당시에는 이 같은 내용의 입양특례법이 통과될 경우, 입양을 포기하는 가정이 늘어나 국내 입양이 현격히 줄어들 것을 걱정하는 반대 의견 또한 공존했다.

그리고 가장 최근인 2020년 10월. 지속·반복된 양부모의 학대 끝에 또 한 명의 아동이 목숨을 잃었다. 이른바 ‘정인이 사건’이라 불리게 된 생후 16개월 양천구 입양아동 학대 사망 사건이 바로 그것이다.

이달 11일 국회 앞에서 진행된 '정인이 사건' 관련 보건복지부 및 경찰청장 대상 공개 기자 질의회견 현장. 시민단체 대표들이 공개 질의서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김은교 기자)
이달 11일 국회 앞에서 진행된 '정인이 사건' 관련 보건복지부 및 경찰청장 대상 공개 기자 질의회견 현장. 시민단체 대표들이 공개 질의서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김은교 기자)

 

◇ 시민단체 “정부, 왜 정인이를 구하지 못했나”

이와 관련해 최근 한부모 및 아동인권 단체 등이 ‘왜’ 정인이를 구하지 못했는지에 대한 정부 차원의 책임있는 답변을 요구하고 나섰다. 문제가 발생해야지만 부리나케 마련하는 졸속 대책이 아닌, 아동 중심의 실효적인 시스템 구축이 우선돼야 한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해당 단체들은 지난 18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도 진행했다. 입양 절차와 관련해 공적 아동보호체계 시스템이 구축돼야 한다는 것이 주제였다. 특히 입양동의 전 친생부모의 상담을 입양기관에 맡겨서는 안된다는 목소리가 거셌다.

시민단체들은 입양에 앞서 추구해야 하는 ‘원가정 보호의 원칙’을 지킬 수 없는 곳이 바로 입양기관이라고 지적했다.

현행 입양특례법에 따르면, 입양기관은 친생부모에게 아동을 직접 양육할 경우 지원받을 수 있는 내용 등의 상담을 제공해야 한다. 그러나 더 많은 아동의 입양이 목적인 기관 특성상, 입양을 권유할 가능성이 높아 ‘원가정 보호의 원칙’ 실현이 어렵다 것이다.


◇ 반복되는 아동학대…예견된 비극

이번 정인이 사건은 이미 예견된 비극이었다는 평가도 있다. ▲예비 양친의 진실성도 확보하지 못했고 ▲입양아동의 권익과 보호 의무가 철저히 배척됐으며 ▲입양 사후관리 체계 또한 허점 투성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2014년 개정된 법안도, 2018년 논의했던 입양체계 공공화도 2020년의 현실을 변화시키지는 못했다.

한편 최근 보건복지부와 경찰청이 아동학대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들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그러나 문제 발생 시마다 보완되고 있는 아동학대 공공보호체계가 또다시 일회성 이슈로만 끝나지 않고 현실 적용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지속적 관심 또한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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