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가 뭔데..." ESG 경영에 박차 가하는 금융지주들
"ESG가 뭔데..." ESG 경영에 박차 가하는 금융지주들
  • 황예찬 기자
  • 승인 2021.01.26 1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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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이 ESG 경영실천을 위한 '하나 Grenn Step 5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하나은행이 ESG 경영실천을 위한 '하나 Grenn Step 5 캠페인'을 실시하고 있다.

[베이비타임즈=황예찬 기자] 최근 기업들 사이에서 가장 화두가 되는 키워드는 단연 ‘ESG’이다. 재계 신년사에서 ‘ESG 경영’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은 곳을 찾아보기가 힘들 정도다.

ESG라는 단어는 지난 2006년 유엔에서 출범한 ‘유엔책임투자원칙(PRI)’ 협약에서 처음 등장했다. 금융기관의 투자 의사 결정 시 투자 대상 기업의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이슈를 고려하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 처음 협약이 출범했을 때 PRI에 서명한 기관은 63개에 불과했지만 지난 2020년에는 3000개를 넘어섰다.

이처럼 기업들이 갈수록 ESG에 주목하는 이유는 ESG 지표가 기업이 지속가능성을 증명하고, 기업의 잠재력을 객관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필수적인 도구가 됐기 때문이다. 김용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국민연금기금 소진 시기를 늦출 수 있는 열쇠 중 하나가 바로 ESG다”고 말하며 "2022년까지 ESG 관련 투자 규모를 50%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금융위원회 역시 지난 14일 ‘기업공시제도 개선방안’을 발표하며 ESG 정보를 담은 지속경영가능보고서 제출을 의무화한 바 있다. 세계적인 흐름도 무시할 수 없다. 세계적인 자산운용사 블랙록은 지난해 자사가 운용하는 주식·채권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석탄화력 발전 생산 및 이를 활용해 총매출 25% 이상을 올리는 기업들을 제외했다. 또한 이사회에 여성이 2명 미만인 기업을 배제하겠다는 지침도 세웠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기후변화 대응을 핵심 정책으로 내세운 것도 이러한 흐름을 지속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상황에 따라 국내 금융그룹도 ESG 경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5대 금융지주 회장들은 신년사와 그룹경영전략회의 등에서 목소리를 모아 ESG를 강조했다. ESG 경영을 이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로 인식한다는 것이다. 각 금융그룹은 지주사와 계열사를 가리지 않고 새해부터 ESG 경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신한금융그룹은 조용병 회장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신년사에서 언급한 만큼, 혁신 성장을 이룰 수 있는 스타트업 지원에 먼저 방점을 찍었다. 신한금융은 그룹에서 운영하는 스타트업 육성 플랫폼 ‘신한 스퀘어브릿지’를 통한 사업을 연초부터 연달아 시작했다. 오프라인 확장을 꿈꾸는 스타트업에 매장 공간을 지원하고, 스타트업의 투자 유치 및 컨설팅을 지원하는 인큐베이션 프로그램도 모집하고 있다.

KB금융그룹도 그룹 경영전략 방향 중 하나로 ‘ESG 리더십’을 언급한 후 스타트업 생태계로 눈을 돌렸다. KB금융은 창업 6년 이내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KB 스타터스’를 모집해 전용 공간을 지원하고 그룹과의 협업 및 투자유치 등 다양한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하나금융그룹은 하나은행을 통해 ESG 사업을 위한 자금을 확보하는 데 먼저 나섰다. 하나은행은 지난 20일 5억 유로 규모의 소셜 커버드본드를 발행했다. 소셜본드는 대표적인 ESG 채권 중 하나로, 조달 자금을 중소기업 지원, 일자리 창출, 취약 계층 지원 등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서만 사용해야 한다.

우리금융그룹 역시 혁신 성장 기업 발굴에 나섰다. 정부의 그린 뉴딜 및 혁신성장 정책에 부응하는 벤처, 스타트업 등의 중소기업을 선정해 각 10억원 이내의 자금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NH농협금융그룹은 새해 들어서는 아직 ESG 관련 움직임을 크게 보이지 않고 있지만, 신년사와 전략회의를 통해 ESG 경영을 강조한 바 있다. 손병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4일 신년사에서 “전사적으로 ESG 경영 체계를 구축하여 친환경 기업에 대한 투자 확대, 탄소 배출 감축 등 환경을 고려한 투자와 사업 추진에 더욱 힘쓸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금융권이 ESG 경영에 시동을 걸었지만, 여전히 갈 길은 멀다. 탈석탄·친환경 금융은 최근 핀테크 기업들과 치열하게 경쟁하는 분야인 ‘디지털 금융’ 경쟁력 강화와 맞닿아 있다. 단순히 기업의 이미지를 제고시키는 게 목적이었던 기부, 봉사활동 등의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넘어 ‘사회적 가치’를 경영 활동에 어떻게 녹여낼 수 있을지도 과제다.

‘환경(E)’과 ‘사회적 가치(S)’뿐 아니라 ‘지배구조(G)’의 투명화도 ESG 경영의 숙제다. 지난해 금융감독원은 신한금융그룹에 이사회 내 재일교포 사외이사 비중이 너무 높다고 지적했다. 현재 회장들이 모두 3연임 이상에 성공한 KB금융그룹과 하나금융그룹도 이사회의 객관성 문제가 계속 지적된다.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의 말처럼 금융권에 있어 올해는 ‘ESG 원년’으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는 해일지, 아니면 여전히 숙제로 남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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