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새로 굴 까던 손으로 쓴 할머니들 시화작품에 큰 감동
조새로 굴 까던 손으로 쓴 할머니들 시화작품에 큰 감동
  • 이수정 기자
  • 승인 2021.01.26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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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비전한글학교 시화집 “할 말은 태산 같으나” 발간

 

조약도와 고금도 할머니들의 작은 시화집이 큰 감동을 주고 있다.
조약도와 고금도 할머니들의 작은 시화집이 큰 감동을 주고 있다.

[베이비타임즈=이수정 기자] 설을 지난 앞둔 즈음 조약도와 고금도 할머니들의 작은 시화집이 큰 감동을 주고 있다.

고금비전한글학교 이의자 씨를 비롯한 30여 명 학생이 쓰고 그린 시화작품 36편과 황화자 씨가 쓴 자서전과 일기 등이 한데 묶인 “할 말은 태산 같으나”가 지난 1월 25일 발간되었다.

이번에 시화집을 펴낸 박남수 씨(고금비전한글학교 교장)는 “2020년은 우리 엄마들과 봄 가을 소풍은 물론이고 편하게 식사 한 번 할 수 없었던 이상한 해였다. 시화전 형식의 종강식을 준비했는데 그것조차 할 수 없어 대신 급하게 엮은 책이라 부족한 것이 많다”고 시화집 발간의 이유를 밝혔다.

170여 쪽으로 구성된 한글학교 학생들의 시화집 작품에는 자식 사랑과 선생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곳곳에 담겨있다. 조약도 가래마을 김봉례 학생은 “(한글 선생임 만나서 행복다) 이 엄마는 할를나라로 가도 행복한다”고 작품에 썼다.

황화자 학생은 자신의 시와 자서전이 책으로 발간된 기쁨을 서문에 적었다. 시인이 되고 싶다는 황 씨는 “책이 나오면 제일 먼저 택배로 하늘 나라 남편에게 보내주련다”고 썼다.

“책이 달토록 보왙다” “공부를 해보왓다”는 이의자 학생은 “이렇 존 세상에 저승길에 가게 대이 슬픔리다”며 “바람갓치 가는 세상 마글 수 음나요”라며 기쁨과 아쉬움을 표현했다.

고금비전한글학교는 이홍길 교사(전 고금초등학교 교장)가 지난 2011년에 다문화여성들에게 한국어를 지도하면서 시작돼 올해로 개교 10주년을 맞는다. 2019년에 고금도 항동과 조약도 가래마을 등 분교를 두며 학생 수가 70여 명에 이르며 현재 4명의 교사가 지도하고 있다. 지난 2019년 12월 학습발표회를 가지면서 지역 내 좋은 평가를 받은 바 있다.

박남수 씨는 “올해 문해 교육 연수를 마친 2명의 교사가 합류하기로 했다”며 “금년에는 그림그리기, 율동배우기 등으로 즐거운 학교가 될 것”이라며 지역 사회의 관심을 부탁했다.

2011년 다문화여성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떠난 자리에 마지막으로 남았던 3명의 할머니 학생으로 시작한 고금비전한글학교가 개교 10년만에 지역 사회 전체의 큰 비전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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