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카약 타고 지구 청소’ 사진작가 김정대
[인터뷰] ‘카약 타고 지구 청소’ 사진작가 김정대
  • 최주연 기자
  • 승인 2021.01.18 1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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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도에 버려진 해양쓰레기, 작가의 오브제가 되다.
“주워온 페트병 하나가 수만 마리 생물을 살린다”
카약을 타고 무인도로 향하는 김정대 사진작가 [사진제공=김정대 작가]
카약을 타고 무인도로 향하는 김정대 사진작가 [사진제공=김정대 작가]

[베이비타임즈=최주연 기자] 해양쓰레기를 사냥하는 카야커이자 20년차 사진가인 김정대 작가를 만났다.

카약을 타고 무인도 캠핑을 즐기는 김 작가는 실컷 즐긴 자연에 대한 퇴징료로 파도에 떠밀려온 페트병들을 주워 나온다. 자연스럽고 당연한 행동이었기에 의미를 부여할 필요도 없었지만 몇 년째 이어진 그의 행동은 어느새 카야커들 사이에 선한 바이러스처럼 퍼져나갔고, 지난해에는 이에 영감을 받은 지자체가 바다 정화를 모토로 ‘해양 플라스틱 사냥대회’를 개최하기까지 했다.

카약을 타고 해양쓰레기를 수거해온 김정대 작가와 카야커들. 지난해 열린 '해양 플라스틱 사냥대회'는 그의 행동에 영감을 받은 '금수박' 카야커가 충청남도에 제안을 해 성사됐다. [사진제공=김정대 작가]

김 작가의 오브제는 버려진 스티로폼에 사는 고들빼기부터 요구르트병에 집을 지은 따개비까지 다양하다. 2017년부터 작업해온 '21세기 이스터섬에서 고도를 기다리며' 시리즈도 무인도에 버려진 스티로폼들을 쌓아 올린 조형물이다.

그의 작품들은 쓰레기와 자연이 어떻게 공생하는가를 보여주며 그 식물이 퍼뜨린 씨앗으로 다시 삶을 이어가는 우리를 ‘기생’으로 표현한다. 그리고 감히 자연보호라는 말을 쓰지 말라고 한다. 정작 보호받는 것은 인간이기 때문이다.

베이비타임즈는 우리 아이들에게 환경을 대하는 새로운 시각을 갖게 해줄 김정대 작가의 작업을 연재할 예정이다. 이번 인터뷰는 그 연재의 프롤로그라고 해야겠다. 거창하지 않지만 커다란 울림을 주는 그의 작업 노트를 건조한 글자들로 잘 녹여낼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서지만, 그의 진실한 사진이 부족함을 채워줄 것이라 확신한다.

김정대 작가의 ‘공생과 기생’ 시리즈 중에서, 스티로폼 위에 뿌리를 내린 고들빼기의 모습이 처연하다. [사진제공=김정대 작가]

예전부터 환경을 생각했나?

자연스러웠다. 개울에 고기가 많이 사는 시골에서 자랐다. 나처럼 자란 이들은 환경이 얼마나 훼손됐는지 알고 있다. 표면적인 심각성을 깨달은 건 2000년대 들어 사진을 찍기 위해 오지를 다니면서다. 물론 그때까지도 행동의 개념은 아니었다. 생각을 행동을 옮기는 것은 힘든 일이다. 대신 환경운동단체들에 기부를 먼저 하기 시작했다.

본격적으로 행동에 나선 것은 2011년 즈음이다. 한 달에 한두 번 카약을 타고 무인도에 들어가 쓰레기를 갖고 나왔고, 카약동호회에 후기로 올리면서 많은 이들의 참여로 이어졌다. 

사명감이 있는지?

즐거워서 하는 것이다. 공익을 위한 것에 의무나 사명을 가지면 안 된다. 당연히 하는 것이고 의미를 부여할 필요도 없다. 내가 지구인이라는 생각으로 하면 된다.

왜 지구인이어야 하나?

나라의 개념이 아니라 지구의 개념으로 생각하면 단순해지기 때문이다. 중국에서 밀려온 쓰레기가 문제라고 하는데 우리나라 쓰레기는 해류 타고 일본으로 밀려간다. 남 탓할 일이 아니다. 자기 앞마당은 다 치우지 않나? 지구가 내 집이라고 생각해야한다.

지난해 2월 궁평항에서 김정대 작가. 그는 이날 자신의 모습을 “나는 넝마주이 사진가. 재료 구하러 다니는 중이다. 한파로 콧물 범벅이 됐지만 아주 괜찮은 오브제를 구해 기쁘다. 사진은 역시 발로 찍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사진=김정대 작가 블로그]
지난해 2월 궁평항에서 김정대 작가. 그는 이날 자신의 모습을 “나는 넝마주이 사진가. 재료 구하러 다니는 중이다. 한파로 콧물 범벅이 됐지만 아주 괜찮은 오브제를 구해 기쁘다. 사진은 역시 발로 찍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사진=김정대 작가 블로그]

삶의 모토가 궁금해진다.

나도 먹고 사는 게 먼저다. 그 다음이 예술이고. 환경은 당연한 것이다. 단지 오염된 자연을 보면서 공감을 하느냐의 문제인데 난 그 공감 능력이 발달한 것뿐이다.

환경운동을 계속 해나갈 것인가?

그렇다. 최종목표는 법안상정이다. 낚시, 등산, 카약, 캠핑, 스킨스쿠버까지 아웃도어에서 하는 모든 취미활동에 라이센스를 발행해야한다는 입장이다. 해외에서는 낚시를 하려면 허가증이 있어야하는 나라들이 많다. 예를 들면 1년에 8시간씩 쓰레기 줍기 같은 공공근로를 해야 자격증을 주는 것이다. 그걸 안하면 답이 없다.

또 한 가지 목표는 학교에 환경과목을 만드는 것이다. 유럽은 환경과목이 정식으로 있다. 아이들이 살 세상인데 그걸 안 가르쳐서야 되겠나.

작품 이야기를 해야겠다. ‘공생과 기생’의 특별한 오브제가 돋보인다.

‘공생과 기생’은 스티로폼과 양탄자 그리고 알루미늄 쓰레기에서 자란 식물들을 찍은 작품이다. 식물들은 특히 물에 떠 있는 스티로폼에서 많이 자란다. 인류는 석기와 청동기, 철기 시대를 거쳐 지금은 플라스틱 시대를 살고 있는데 미세플라스틱 덩어리로 만들어진 것이 바로 스티로폼이다. 산업문명이 만든 상징적 결과물이라고 해야겠다.

김정대 작가의 ‘공생과 기생’ 시리즈 중 '
'요쿠르트 병에 살던 따개비' 
 

 

김정대 사진작가의 ‘21세기 이스터섬에서 고도를 기다리며’는 무인도에 흘러들어온 스티로폼 쓰레기들을 쌓아올린 조형물이다. [사진제공=김정대 작가]

누가 누구에게 공생하고 기생하는 것인가?

사람이 만들어 버린 쓰레기가 식물들에게 삶의 터전이 된다. 그들은 서로 도와주며 공생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식물들이 씨앗을 퍼뜨려서 우리가 살아가니 인간은 그들에게 기생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흔히 자연보호라는 말을 쓰는데 말도 안 되는 소리다. 인간이 어떻게 자연을 보호하나. 우리가 자연의 보호를 받고 있는데. 지구를 지킨다는 것도 웃기고 건방진 소리다. 우린 기생할 뿐이다. 하지만 이제 기생에서 벗어나 공생하자는 의미로 환경을 생각하자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쓰레기부터 치워야하고.

‘21세기 이스터섬에서 고도를 기다리며’도 스티로폼 작품인가?

무인도에 흘러들어온 엄청난 양의 스티로폼들로 조형물을 세운 것으로 이스터 섬의 모아이 석상에서 영감을 받았다. 인간의 세력을 과시하기 위해 자연을 파괴하며 거대한 석상들을 세운 이스터 섬은 결국 황폐해져 멸망해버렸다.

그 모습은 지금의 지구와 다를 바가 없다. 환경파괴가 심각하지만 사람들은 알면서도 움직이지 않는다. 아직은 살만하니까. 대신 종교나 전기차, 대체에너지 같은 다른 무언가가 해결해줄 거라고 생각한다. 그런 생각에 대한 부조리를 다룬 작품이다.

작업 과정이 굉장히 어려웠지만 2017년부터 시작해서 전시회도 한 번 했고, 최종 목표는 20점을 모으는 것으로 올해 완성될 것 같다.

집에서는 어떤 아빠인가?

6학년 아들과 고1 딸이 있다. 아이들이 나를 존경한다고 하더라. 그보다 더 기쁜 말이 있을까 싶다. 사실 10년 전 아내를 암으로 먼저 떠나보냈다. 아이들은 어린 시절부터 고모와 할머니 댁에서 생활해야만 했고 나도 자의반 타의반 생겨난 시간을 작품 활동에 쏟아 부었다. 덕분에 스스로 성장할 수 있었고 또 환경문제에 더 공감하게 된 것 같다.

아내의 죽음이 삶을 변화시킨 건가?

삶과 죽음의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고통스러웠다. 그 일이 인생의 전환점이 됐고 원래 웨딩사진도 찍고 있었는데 그 후로는 그만뒀다. 도저히 찍을 수가 없었다. 기부를 시작한 것도 그 즈음이다.

무인도에서 숙영을 위해 불을 밝힌 김정대 작가와 카야커들. 그들은 실컷 즐긴 자연에 대한 이용료로 파도에 떠밀려온 페트병들을 주워 나온다. [사진제공=김정대 작가]
무인도에서 숙영을 위해 불을 밝힌 김정대 작가와 카야커들. 그들은 실컷 즐긴 자연에 대한 이용료로 파도에 떠밀려온 페트병들을 주워 나온다. [사진제공=김정대 작가]

아이들이 무인도 따라간다고 안하나?

싫어한다. 요즘 아이들은 유튜브 좋아한다(웃음). 나중에 더 크면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작품 외에 최근 관심사는 무엇인가?

오랜 시간 생각해왔던 자연요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려고 한다. 캠핑가면 일단 뭔가 먹어야하는데 대부분 인스턴트 포장음식을 가져가게 되고 자연히 일회용 플라스틱 쓰레기가 나올 수밖에 없다. 그거라도 줄여보고자 하는 시도다. 금식보다는 현지에 있는 풀 같은 거로 하나씩 자연 재료를 알아가면서 말이다. 자연요리 연구가 임지호 셰프처럼 새로운 맛을 찾으려고 한다.

사진작가가 만드는 자연요리라니 무척 기대된다. 베이비타임즈 독자들 특히 환경운동에 동참하고 싶은 아빠들은 어떻게 하면 되나?

그린피스나 시민단체에 가입하는 방법도 있지만 환경운동이 거창한 게 아니다. 꼭 카약타고 무인도에 들어가야 하는 것도 아니다. 자전거 타러 나갔다가 버려진 페트병 하나 들고 오면 되는 거다. 내가 가져온 페트병 하나가 수만 마리의 생물을 살린다.

인생을 한 줄로 표현한다면?

‘i=!’

나를 표현하는 문장이고 기호다. 명함이나 도장에도 이 기호를 쓴다. ‘나는 느낀다’는 뜻, 공감하고 느끼면서 살자는 의미다.

김정대 작가가 스스로를 표현하는 기호 [사진=김정대 작가 블로그]

올해 계획을 알려 달라.

지난해 열린 ‘충청남도 해양 플라스틱 사냥대회’ 같은 행사를 경기도에서 하려고 한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팔당댐을 청소하는 거다. 수초 안에 쓰레기들이 박혀 있는데 일반 보트로는 불가능하고 카약만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환경에 관해 독자들에게 꼭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환경이 오염되는 이유는 딱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인간이 이기적인 것과 모든 물건이 너무 싸다는 것.

일회용 컵이 비싸다면 이렇게 막 버릴 수 있을까. 정부가 고민을 해서 환경세를 부과했으면 한다. 예전에는 사과를 신문지에 싸서 팔았다. 지금은 보기 좋으라고 스티로폼에 싼다. 이렇듯 굳이 안 써도 되는 플라스틱 포장 제품에 환경세를 매기는 거다. 물론 정부가 세금을 걷어 제대로 써야한다는 전제다.

그렇게 되면 물건 값이 올라갈 테고 사람들은 불평을 하겠지만 난 그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이 지구를 위해 돈을 내본 적이 있나”라고.

 

김정대 작가는 인터뷰를 마무리하면서 독자들에게 이 말을 전했다.

당신은 어디 사람입니까?”

지구는 육지가 아니다.
우주에서 섬일 뿐이다.
나는 지구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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