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화 원장의 멘탈육아] ‘국민화병’인 우울증을 예방하려면
[김영화 원장의 멘탈육아] ‘국민화병’인 우울증을 예방하려면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0.12.22 1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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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화 강동소아정신과의원 원장
김영화 강동소아정신과의원 원장

‘가슴이 답답하고 숨 쉬기가 어려워요’ ‘명치 아래 뭐가 들어있는 것 같아요’ ‘머리가 여기저기 돌아가면서 쑤시고 아파요‘ 진료실에서 이런 호소를 하시는 분들이 있다. 이들은 대게 처음엔 다른 과에서 많은 검사를 받고 온 사람들이다. 이분들에겐 스트레스장애란 진단보다는 화병이란 진단이 훨씬 더 와 닿는다. 그리고 무엇을 가슴에 쌓아두었는지 풀어내는 대화만으로도 속이 후련해지기도 한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떤 일이 생기면 항상 최악의 상황을 먼저 생각한다’는 태도를 보이는데, 이런 태도는 근거 없이 현실을 부정적으로 해석한다는 뜻이다. 과거의 잘못을 자꾸 떠올리거나 자신을 가치 없다고 여기거나 미래에는 희망이 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이런 사고 습관은 우리나라가 16년 째 OECD 전체 자살률 1위를 유지하고 있는 이유를 설명해준다. 부정적인 사고습관은 약물의존이나 알코올의존, 우울과 불안, 자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럼 우울증이 생기는 원인은 무엇일까? 우울증은 모든 것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생각습관과 현재 처한 생활에서의 스트레스가 가장 큰 원인이 된다. 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어린 시절의 이별경험이나 트라우마도 주요 원인이 된다.

아이들도 어른들처럼 스트레스에 시달릴까? 천사 같은 웃음을 짓고 천진난만하게 뛰어노는 아이들을 보면 아이들은 걱정 근심 없이 마냥 행복한 세상에서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많은 연구들에서 아기들도 스트레스에 시달린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아기 때 받은 스트레스는 성인이 된 이후에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아기들이 스트레스로 고통을 당하지 않게 주변 어른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아기들을 정상적으로 잘 자라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이런 의문을 가지고 실시한 실험 중에는 신생아 병동의 미숙아들을 하루 세 번 15분씩 몸을 문지르고 팔다리를 움직여주는 것이 있었다. 몸을 쓰다듬고 팔다리 굽히기 같은 보살핌을 받은 아기들은 이런 보살핌을 받지 않은 미숙아들에 비해 성장속도가 빨랐고 더 활발하고 또렷해졌다.

이런 사실은 MRI와 같은 최첨단 의료장비보다 손으로 만져주는 간단한 처치가 훨씬 더 건강한 성장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신체접촉은 아기들에게 가장 중요한 경험이다. 신체접촉을 하지 않는 스트레스야말로 아기들의 건강한 성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스트레스이다.

할러(Harlow)는 ‘아이들은 우유만으로 살 수 없다’는 사실을 새끼원숭이 실험으로 보여주었다. 할로는 원숭이에게 두 가지 형태의 어미 대용물을 주었다. 하나는 젖병을 달아둔 철제 모형이었고, 다른 모형에는 젖병 없이 타월 천으로 몸을 감싸두었다. 그리고 새끼원숭이들이 어느 쪽을 더 좋아하는지, 누구를 선택하는지 살펴보았다.

그 결과 새끼원숭이들은 젖을 주는 어미가 아니라 타월 천으로 만든 어미를 선택했다. 그리고 아이들이 엄마를 사랑하는 것은 엄마가 달라붙을 수 있는 부드러운 존재이기 때문에, 즉 자신을 사랑해주는 존재이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위협적인 상황이 닥쳐오면 재빨리 털 어미 원숭이에게 매달려 위로를 구했다. 이것으로 할러는 원숭이뿐만 아니라 인간에게 있어서도 음식공급보다는 엄마와의 신체접촉과 그 경험을 통한 안정감이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었다.

사랑의 본성은 애착이며 이는 엄마와의 따뜻한 신체적 접촉으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새끼원숭이를 어미 품에서 강제로 떼어내 격리시키면 이는 커다란 스트레스가 되어 새끼는 큰 슬픔에 잠기고 이후 오랜 기간 고통을 받게 된다.

할로의 실험은 어찌 보면 당연한 사실인 것 같지만 우리 아이들에게도 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사랑과 비슷한 어떤 것-애착-이 결핍되면 아기들이 겪을 수 있는 것 중 가장 고통스럽고 아픈 스트레스가 되어 나머지 인생에도 영향을 끼치게 된다.

불행을 극복하고 이겨내는 힘인 행복의 뿌리는 어린 시절의 경험에서 만들어지는 것이다. 우리아이를 행복한 아이로 키우기 위해 부모는 어떻게 해야 할까.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려면 그 아이의 행복에 관한 비밀은 부모가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린 시절의 가장 행복했던 경험이 살아가면서 겪는 여러 가지 어려움과 실패의 경험을 극복하는 힘이 되기 때문이다.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때 술이나 마약, 자살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이겨내는 힘은 어린 시절 사랑받은 경험에서 생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기가 울면 빨리 반응을 보이고, 큰소리로 책을 읽어주거나 함께 밥을 먹고 같이 뒹굴며 웃을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가지는 것이 우리 아이를 행복하게 만드는 비법이다. 그리고 부모들은 아이가 사랑을 느낄 수 있게 자주 꼭 안아주어야 한다.

 

<김영화 원장 프로필>
- 現 강동소아정신과의원 원장
- 現 서울시 강동구 의사회 부회장
- 現 대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회 부회장
- 現 강동구 자살예방협의회 부회장
- 現 서울시 교육청 위센터 자문의
- 現 국가인권위원회 아동인권 자문위원
- 前 여성가족부 정책자문위원 
- 前 한국 양성평등교육진흥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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