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수의 유머학개론] 가정도 사업입니다
[이정수의 유머학개론] 가정도 사업입니다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0.11.30 1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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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수 개그맨 겸 주부작가
이정수 개그맨 겸 주부작가

저는 가정도 일종의 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늘 합리적인 거래 방법이 무엇일지 고민합니다. 금전적으로나 감정적인 부분 모두 말이죠.

일단 거래라 함은 가치가 비슷한 것을 서로 바꾸는 것이잖아요. 이렇게 단순 계산이 될 일은 아니지만, 이해를 돕기 위해서 아이에게 장난감을 사주는 것을 가지고 이야기하겠습니다.

장난감을 사준다는 것은 그 가격과 아이의 행복한 모습을 교환하고 거기에 나의 작은 자유시간을 덤으로 받아오는 것이란 말이죠. 그러니 비슷한 거래조건, 서로가 손해 보지 않는 거래안을 제시하면 되죠. 예를 들어 장난감 가격이 올라가면 아이는 리액션을 더 크게 해줘야 한 달까?(웃음) 어른들은 이런 것을 아주 잘하죠. 아내에게 그냥 백과 명품백을 사줬을 때를 보면 확실히 알 수 있습니다. 하하!

이번 글에선 가정에서의 좋은 거래방법을 이야기해볼까 합니다. 우선 거래가 가장 어려운 아이와의 거래를 이야기해볼까요? 아이랑 합리적 거래가 이뤄지면 좋을 텐데, 그것이 잘 안됩니다.

저는 아이를 키우면서 세상 가장 듣기 싫은 소리를 알게 됐습니다. 바로 징징대는 소리죠. 이게 감정이 묘합니다. 슬퍼서 울면 달래주겠고, 화가 났으면 풀어주겠는데, 이건 이도저도 아닌 괴롭힘 같은 소리입니다. 아이가 자신의 의사를 관철시키기 위해 듣기 싫은 주파수로 계속 공격하는 거죠. 결과적으로 공격 받은 상대가 그 뜻을 들어준다고 해도 서로 기분이 좋지가 않습니다. 합리적이지 못한 불행한 거래방식이죠.

아무튼 저는 이 징징거리는 방식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딸에게도 못하게 합니다. 행동을 물리적으로 못하게 한다는 것이 아니라 할 필요가 없게 만듭니다. 징징거리는 것을 어떻게 막을 수 있냐하면요, 징징거리기 전에 미리 승낙하면 됩니다. 어차피 징징거려서 들어 줄 일은 빨리 판단을 잘해서 그 전에 들어주는 거죠.

사실 우리 딸은 거의 모든 일을 할 수 있어요. 진짜~ 안 되는 경우만 제외하면요. 그래서 평소 거의 나오지 않는 ‘안 돼!’가 나오면 징징거릴 것도 없이 납득하는 편입니다.

이런 경우도 있죠. A는 안 되지만 B는 될 수도 있는 경우요. 그럼 안 된다는 것을 말하는 대신 바로 다른 제안을 해줍니다. 그러면 B안을 잘 받아들이게 됩니다.

예를 들어 약국에 갔는데 거기에 비치되어 있는 장난감을 사달라고 한단 말이죠. 그런데 그런류의 장난감을 사면 너무 아깝잖아요. 그때 “저 장난감은 쓸모가 없어서 안 되는데…. 영양 음료 사줄게! 어때?”라고 제안하는 겁니다. 결국 꼬맹이들은 뭔가를 손에 쥐었다는 생각에 쉽게 승낙합니다.

이런 방식을 오래 고수하다보니 오히려 리예가 스스로 생각해서 다른 대안을 제시합니다. 자기도 저를 간보는 거죠. ‘이거는 어차피 안 된다고 할 것 같은데, 이 정도는 되지 않을까?’ 이것이 전 세계인들이 주목하는 한국인의 초능력 ‘눈치’라는 것이죠. 이 대안을 제시하는 방법으로 아이의 눈치를 성장시킬 수도 있었습니다.(웃음)

그리고 저는 아이 친구의 부모와도 거래를 합니다. 금전거래는 안하고요, 육아 품앗이 또는 정보 교류라고 할 수 있겠네요. 육아는 함께 하는 사람이 많으면 많을수록 편하잖아요. 그래서 저는 아이 주변에 함께 놀 수 있는 친구들의 정보를 모아둡니다.

아이가 어느 정도 나이가 되면 부모보다는 친구랑 노는 것을 더 재미있어 하는데, 아이들끼리는 이동이 어려우니 보호자가 함께 해야 합니다. 그런데 보호자끼리 친하면 모르지만 애매한 사이나 저처럼 아빠 육아의 경우 엄마 대 아빠가 되는 경우가 많아서 그 시간도 스트레스가 될 수 있거든요. 차라리 아이들하고만 있는 것이 편해요. 그래서 미리 부모들과 거래를 하는 거죠.

“솔직히 제가 애들 잘 보거든요. 그리고 애들도 친구들끼리 있으면 잘 지내니까 보호자 없이 애만 보내셔도 저는 너무~ 좋아요. 그 시간에 다른 일 편하게 하고 오세요.”

이렇게 아이 친구 부모님들과 미리 이야기를 잘 해두는 겁니다. 나를 믿고 아이만 단독으로 보내라는 거죠. 물론 거기엔 나의 신분과 보호 능력이 상대 부모에게 충분히 인정받아야겠죠.

아무튼 이렇게 제가 합동육아를 하면 주변 부모님들에게 좋은 점수도 얻을 수 있고, 아이들은 친구끼리 잘 놀아서 저도 편합니다.

저는 여기에 더 좋은 숨겨진 이점이 있습니다. 저처럼 아이의 학습정보에 약한 사람이 정보를 얻기가 쉬워집니다. 아시잖아요? 엄마들 고급정보는 쉽게 얻을 수 없다는 거요. 그런데 이렇게 돕다보면 정보도 쉽게 교환해 주더라고요. 이 또한 꽤 괜찮은 거래죠?

우리 아내도 한 거래하는 스타일입니다. 사실 지금은 임신을 해서 예전처럼 모임이나 회식을 3차까지 가고 주말에 쭈욱 누워있는 일은 없는데요. 예전엔 자주 있었죠. 그러면 본의 아니게 주말에 제가 리예 독박육아가 됩니다. 그래도 저는 이런 상황에 딱히 투덜대지 않았어요. 아내를 지켜봤더니 우리 아내는 일에 대한 긴장을 푸는 방법이 아직 저것 밖에 없는 것 같더라고요.

아무튼 이렇게 독박육아를 하면 저도 사실 피곤합니다. 그런데 리예와 많이 칠해질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며 자신을 위로하곤 했죠.

그런데 마치 그런 것을 다 알고 있다는 듯이 며칠 있으면 우리 아내가 집에서 남부럽지 않은 식사를 만들어 줍니다. 정말 예쁘고 맛있는 식사를 정성스럽게도 만들어 줍니다. 저는 요리 똥손이라서 도저히 흉내도 못 내죠.

어느 정도로 차려 주냐 하면, 예전에 인천의 한 맘카페에 이런 제목의 글이 올라왔을 정도입니다. ‘남편에게 보여주지 마세요!’ 그리곤 우리 아내가 제게 차려 준 식탁이 쭈욱 나오는 거죠. 순간 저는 인천맘 사이에서 이런 밥상을 받는 부러운 남편이 되었습니다.

이게 우리 아내의 거래 방식입니다. 이렇게 감히 내가 해줄 수 없는 것을 남부럽지 않게 해주고 저의 독박과 소위 ‘퉁치는’ 거죠. 사실 저는 아이랑 노는 것이 그리 힘들지 않기 때문에 오히려 제가 이득인 느낌이 들 때도 있습니다.

게다가 우리 부부는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알아서 채워주는 상부상조도 하고 있어요. 우리 아내는 ‘기알못’입니다. 기계를 알지 못한다는 거죠.

요즘 핸드폰은 다 무선충전 기능이 있잖아요. 그런데 우리 아내는 그 무선 충전도 아직 잘 못합니다. 그냥 충전 판 위에 올려만 두면 무조건 충전이 되는 줄 알아요. 밤새 충전기 위에 있던 핸드폰이 충전이 하나도 되지 않는 적도 많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냥 아내가 핸드폰을 충전기 위에 놓으면 으레 한 번씩 가서 충전등이 켜져 있는지, 바로 놓였는지 확인하고 바로 잡아줍니다. 어차피 얘기해도 모르는 사람이기 때문에 그냥 해주는 겁니다.

반대로 저는 ‘패알못’입니다. 패션을 알지 못한다는 거죠. 우리 아내가 때가 되면 제게 필요한 옷을 위부터 아래까지 싹 다 챙겨줍니다. 어릴 때부터 어머니께서 사다주시는 옷을 받아만 입다보니, 이렇게 아내가 사다주는 옷을 그냥 입는 것이 너무 좋습니다. 게다가 1류 스타일리스트이기 때문에 패션감과 어울림은 두말하면 입이 아프죠. 그냥 감사히 잘 입으면 됩니다. 이렇게 우리는 좋은 거래를 하고 있습니다.

결국 인간관계는 다 일종의 거래입니다. 내가 밑진다 싶으면 분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최소한 본전은 하고 싶은 것이 사람 마음이잖아요. 하지만 거래라는 것이 외상도 있고, 나중에 이자 쳐서 갚는 것도 있으니 다양한 방법을 잘 활용하면서 바로 앞의 이익만 계산해서 큰 거래를 망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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