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아지 아빠’ 장정수 “육아는 ‘돕는 것’ 아닌 ‘함께 하는 것’”
[인터뷰] ‘아지 아빠’ 장정수 “육아는 ‘돕는 것’ 아닌 ‘함께 하는 것’”
  • 안무늬
  • 승인 2014.07.11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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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모성은 본능, 아빠의 부성은 학습이라는 말이 있다. 엄마는 본능적으로 아이를 돌보고 무조건 헌신하지만, 아빠는 늘 서툴고 부자연스럽고, 배우지 않으면 부성애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하지만 이 편견을 깨는 아빠가 있다. 아내가 임신한 날부터 1500여 일 동안 육아 일기를 써 온 ‘아지 아빠’ 장정수 씨다.

최근 자신의 블로그에 쓴 육아일기를 엮어 ‘아지 아빠의 좌충우돌 초보 불량 육아일기’라는 책을 내기도 한 장정수 씨는 어느새 아빠 육아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또한 2009~2012 싸이블로그 톱100인에 선정됐으며, 베이비페어 서포터즈 경력뿐만 아니라 EBS ‘60분 부모’, KBS ‘굿모닝 대한민국’ 등 방송 출연 경력도 다양하다. 이밖에도 잡지 베스트베이비, 앙팡, 앙쥬와 중앙일보 등의 인터뷰를 통해서도 공인된 딸 바보다. 

현재 손뜨개 아기옷 등을 판매하고, 손뜨개 수업을 진행하는 온라인 쇼핑몰 ‘바늘이야기’의 운영팀장으로 근무 중인 
장정수 씨를 만나 그의 알콩달콩 ‘아빠 육아’에 대해 들어봤다.

◇ 아지 아빠 장정수, 그가 궁금하다

 


“딸바보 아빠 ‘아지 아빠’입니다.” ‘장정수’라는 본명보다 닉네임인 ‘아지 아빠’, 현재는 ‘채은 아빠’가 더욱 잘 어울린다며 자신을 소개한 그는 “몇 년 동안 블로그를 통해서 임신일기와 육아일기를 써 왔다”며 “육아일기가 결코 어렵지 않다는 것을, 그리고 지금 당장 시작하면 좋다는 것을 알리고 싶은 마음에 이번 인터뷰에 응하게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가 다양한 TV 프로그램 출연, 베이비페어 서포터즈, 보건복지부 ‘100인의 아빠단’ 활동 등 직장인 남성의 경력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의 스펙을 쌓을 수 있던 이유는 ‘블로그’ 덕분이었다. 장 씨는 “우리 딸 채은이의 존재를 알게 된 순간부터 그 하나하나를 모두 기록하고 싶은 마음에 블로그에 아빠 육아일기를 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장 씨는 “임신일기 때에는 초음파사진부터 임신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를 썼고, 태어난 이후부터는 하루하루 채은이가 커가는 소소한 이야기를 사진, 동영상과 함께 블로그에 기록했다”며 “그렇게 시작한 블로그에는 어느새 1,500일 동안의 육아일기가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고 말했다.

◇ 아지 아빠에게 ‘아빠 육아’의 의미는?

 


한국 사회에서 오랫동안 육아는 엄마들의 전유물로 여겨져 왔다. 최근 아빠 육아 프로그램의 열풍으로 ‘프렌대디(친구 같은 아빠)’를 자처하는 아빠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지만, 여전히 아빠에게 육아는 어렵고 낯간지러운 일이다. 하지만 이 같은 일들을 척척 잘해내고 있는 장정수 씨, 그에게 ‘육아’는 어떤 의미일까?

육아를 ‘돕는 것’이 아닌 ‘함께 하는 것’이라고 정의한 그는 “실제 육아를 함께 해보니 엄마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 많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며 육아 전선에 뛰어든 이유를 설명했다.

장정수 씨는 이어 “아빠만이 해줄 수 있는 육아의 장점들이 분명 있기에 ‘아빠 육아’라는 말이 생겼을 것”이라며 “거창한 육아법이 아닌 아내와 함께 아이를 돌보며, 아빠만의 놀이로 아이와 함께 하는 것이 아빠육아의 시작”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장정수 씨에게 본인을 자랑스럽게 ‘육아대디’라고 할 수 있는지를 묻자 그는 의외로 ‘아니다’라고 대답했다. 그 이유에 대해 묻자 “사실 나는 단순히 육아일기를 쓰면서 아이에게 관심을 가졌던 것이지 육아의 달인은 아니다”라며 자기 자신을 ‘육아대디’로 자랑스럽게 소개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장정수 씨는 “하지만 아이에 대한 관심과 사랑으로 아이와 항상 함께 하려 하고, 아내와 함께 육아에도 참여하고 관심을 갖기 때문에 꼭 ‘육아대디’가 ‘달인’이 아니어도 된다면 그렇게 불려도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 채은이를 키우면서 가장 기뻤던 순간과 슬펐던 순간은?

 


육아를 하다 보면 ‘내 자식이라서가 아니라…’ 하게 되는 순간도 있고, ‘아무리 내 자식이지만…’ 하게 되는 순간도 있다. 장정수 씨에게도 채은이를 키우는 동안의 에피소드가 참 많을 것이다. 그에게 육아 과정 중 가장 기뻤던 순간과 슬펐던 순간을 물었다.

우선 장정수 씨는 “채은이는 일부러 '아빠' 란 말을 아빠에게는 해주지 않았다”며 채은이에게 서운했던 마음부터 털어놨다. 그는 이어 “엄마와 할머니에게는 ‘아빠 언제와?’, ‘아빠는?’이라며 아빠란 단어를 많이 말하면서도, 내가 와서 ‘아빠라고 불러줘’ 하면 장난을 치고 싶은지 일부러 그 말을 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딸 채은이에 대한 아쉬움을 털어놓던 장정수 씨는 “그러던 중 채은이가 배가 많이 아파서 컨디션이 좋지 않던 날이 있었는데, 애 엄마까지 셋이 함께 있다가 내가 잠시 어디를 가려고 하자 내게 ‘아빠’ 하고 달려온 뒤, ‘아빠 옆에 있을 거야’라고 말했다”며 처음으로 ‘아빠’라는 말을 들었던 그 순간이 가장 행복했던 순간이라고 대답했다.

또한 슬펐던 순간은 역시 모든 부모가 그러하듯 자녀가 아팠던 순간이었다. 장정수 씨는 “채은이가 아직 말을 못할 때 샤워하다가 팔꿈치 탈구가 된 적이 있어서 응급실에 다녀온 적이 있다. 그 작은 아이가 눈물을 뚝뚝 흘리는 걸 보니 내 가슴이 미어졌다”고 말했다.

◇ 아빠 육아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아빠들을 위해

 


육아를 시작하기도 전에 지레 겁부터 먹고 아내에게만 육아를 맡기는 남편이 있다. 다들 육아의 참맛을 모르기 때문이다.

이렇듯 육아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아빠들에게 장정수 씨는 “육아라는 것을 그리 거창하게 생각할 것은 아니다. 어떤 교육을 해야 하거나 그런 것이 아닌 단순히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을 늘리고 아이에게 관심을 갖다 보면 자연스레 육아를 하게 된다”며 자신은 그 시작을 육아일기 쓰는 것으로 시작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학교 다닐 때 이후로 써본 적이 없어 단어조차 어색한 ‘일기’, 게다가 ‘육아일기’라니 더욱 어렵게만 느껴지겠지만 장정수 씨는 “육아일기를 쓰는 일은 어렵지 않다. 그냥 하루하루 아이의 소소한 일들을 적다 보면 그것이 육아일기다”라며 더욱 많은 아이 바보 아버지와 육아 일기를 함께 쓰고 싶다고 전했다.

◇ 채은 아빠의 세 가지 육아 약속

 


장정수 씨는 딸 채은이가 ‘아지(소띠 해에 태어나 ‘송아지’에서 따옴)’일 때부터 아빠로서 다짐을 했다. 아이를 키우면서 꼭 키우겠다고 다짐한 세 가지 약속 중 첫 번째는 ‘표현’이었다.

장정수 씨는 “‘아지’가 태어나면 하루에 세 번 이상 꼭 ‘사랑한다’고 말하기로 했다. 물론 아내에게도 이 말을 똑같이 해주기로 했다”며 아이가 아빠의 사랑을 느낄 수 있도록 표현해주고 싶다고 했다.

두 번째 약속은 ‘놀이’였다. 장정수 씨는 “퇴근 후에, 그리고 주말엔 꼭 아이와 함께 놀아주고 싶다. 그래야 아이 엄마도 그 시간만큼은 조금 여유로워질 것이고, 아이에게도 더 재미있을 것”이라며 프렌대디가 되고 싶은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장정수 씨의 마지막 약속은 ‘함께’였다. 장정수 씨는 “블럭쌓기부터 장난감 놀이까지, 그리고 음식도 함께 만들고, 그 만든 것들을 엄마에게 자랑도 하면서 아이와 좋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공부보다는 놀이를 더 많이 가르치는 아빠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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