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화 원장의 멘탈육아] 우리 아이 운명은 타고나는 것일까
[김영화 원장의 멘탈육아] 우리 아이 운명은 타고나는 것일까
  • 송지나 기자
  • 승인 2020.11.20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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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화 강동소아정신과의원 원장
김영화 강동소아정신과의원 원장

사람의 본성은 선한 것일까 아니면 악한 것일까? 맹자가 주장한 성선설은 인간본성이 선하다는 것이다. 순자의 성악설은 인간의 본성은 악하다고 보았다.

아기들의 발달과정을 이런 관점에서 살펴본 연구가 있다. 아이들은 저마다 어떤 기질을 타고난다. 다만 선, 악의 관점에서가 아니라 부모가 키우기 쉬운 순한 아이인지 키우기 어려운 까다로운 기질인지로 구분된다. 주는 대로 잘 받아먹고 밤이 되면 잠도 잘 자는 아기가 있는 반면 입이 짧고 밤에는 투정이 심해 부모도 잠을 설치게 만드는 까다로운 아기들도 있다.

아기들은 부모의 양육태도와 상관없이 주변 상황이나 사람에게 어떻게 반응하는지 하는 기질적인 특징에 따라 크게 3가지로 구분되며, 이런 아기들의 기질은 대부분 타고난 것으로 환경에 상관없이 생후 수년간 지속된다.

아기들의 3가지 기질(temperament)

그렇다면 아기들은 어떤 기질을 가지고 태어날까? 부모들은 내 아이의 기질을 알아야 한다. 아기들의 기질에 따라 부모가 적절한 양육을 하면 아기들은 커 가면서 더 원만한 성격으로 자라게 된다.

첫째는 키우기 쉬운 순한 아이(easy child)다.

잠자고, 먹는 것이 순조로우며 규칙적인 리듬을 가지고 있다. 약 40%의 아이들이 순한 아기들이다. 새로운 환경에도 쉽게 적응할 뿐 아니라 낯선 사람에게도 스스로 접근한다. 조심성이 강해 사고를 치지도 않는다.

하지만 키우기 쉬운 아기라고 해서 아기 입장에서 스트레스가 없는 것은 아니다. 순한 기질의 아기들은 부모의 지시에 잘 따르기도 하지만 자기주장을 잘 하지 못해 자칫 자신의 감정표현이 서툰 아이로 자랄 수 있다.

부모는 아이의 감정을 세심하게 살피는 지혜가 필요하다. 말을 잘 듣는다고 아이 감정을 무시한 채로 부모 뜻만 강요하면 부정적인 감정만 잔뜩 쌓여서 소심하고 자존감이 낮은 성격으로 자랄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로 키우기 까다로운 아이(difficult child)이다.

이 아기들은 먹고 자는 것이 불규칙할 뿐 아니라 환경변화에 민감하고 항상 칭얼댄다. 전체 아이의 10% 정도가 까다로운 아기들이다.

아기가 까다로운 기질을 타고났다고 자라서도 모난 성격이 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부모의 양육태도가 중요한데 부모가 아이의 요구를 무시하거나 아이를 대할 때 지나치게 짜증을 내거나 변덕을 부리면 아기의 불안감은 높아진다.

까다롭고 예민한 아이들은 특히 부모의 변함없고 따뜻한 보살핌이 지속적으로 필요한 아이들이다. 이 아이들은 자신이 잘하는 놀이에 열중해서 에너지를 발산하고 긴장을 푸는 것이 도움이 된다.

부모는 아이가 까다롭게 굴거나 말을 듣지 않는다고 쉽게 혼내거나 화를 내는 것보다는 아이가 스스로 감정을 조절할 수 있게 여유를 가지고 지켜보아야 한다.

셋째는 느리게 반응하고 발동이 천천히 걸리는 아이(slow to warm up child)다.

여자아이들에게 흔하고 아이들의 15% 정도가 여기에 속한다. 조심성이 많아 환경변화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필요한 아이들이다.

이 아이들도 비교적 순조롭게 자라게 되지만 만약 부모가 급한 성격으로 어떤 과제를 빨리빨리 하라고 강요하면 소심하게 움츠러들어 더 소극적인 성격으로 자라게 될 우려가 있다.

하기 쉬운 과제부터 조금씩 시도해서 성취감과 자신감을 얻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러려면 아이가 위축감을 느끼지 않는 자유로운 환경에서 스스로 할 수 있는 놀이를 스스로 찾게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이외 나머지 35% 정도의 아이들은 어느 기질에도 속하지 않거나 여러 기질이 섞여있기도 하다. 부모는 내 아이의 기질에 관심을 가지고 거기에 따른 양육법을 익히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인간의 본성은 선하거나 악한 것이라기보다 타고난 기질과 부모의 양육태도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

아기들의 거울뉴런

아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거울 뉴런이라는 놀라운 능력을 가지고 있다. 거울 세포란 상대방의 행동을 비추고 반응하는 뇌 속의 세포들이다. 아이들은 거울세포를 통해 모든 것을 배우게 된다. 이 놀라운 거울놀이를 위해 아이들에게는 다른 사람이 필요하다. 무조건 사람만 있으면 되는 것이 아니라 함께 놀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한 것이다.

아이에게 가장 좋은 거울놀이 친구는 당연히 부모이다. 많은 사람들은 아이들이 자라고 성장하는 것을 유전자의 영향이라고 믿고 있다. 하지만 이 유전자가 제대로 작동하려면 적합한 관계를 맺고 이 거울 시스템을 작동시킬 수 있는 거울놀이 상대가 반드시 필요하다.

설사 좋은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다 하더라도 거울놀이 상대가 없다면 그 능력은 도태되어 사라질 것이다. 만약 나쁜 유전자를 가지고 태어난다 해도 거울 시스템으로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아이들에게 왜 친구와 놀이가 필요한지 그리고 아이들에게 꿈을 키워주고 긍정적인 인생관을 갖게 하는 선생님과 부모의 관심과 사랑이 왜 필요한지 거울반응이 잘 설명해 주고 있다.

선한 본성 또는 악한 본성으로 태어났다고 해도 선한 본성을 더 깊게 확산시키고 자신의 욕망을 통제하지 못하는 악한 본성은 억제하고 막아 선한 행위로 바꾸는 것은 모두 어린 시절의 경험으로 가능한 것이다.

아기들이 자라서 행복한 삶을 누리려면 타고난 본능과 생리적 욕망을 스스로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아이들의 운명은 결코 타고난 것이 아니다. 아기가 어떤 기질로 태어났던 부모의 적절한 보살핌으로 잘 웃는 아이, 다른 사람에게 친절한 아이로 자랄 수 있다.

 

<김영화 원장 프로필>
- 現 강동소아정신과의원 원장
- 現 서울시 강동구 의사회 부회장
- 現 대한 정신건강의학과 의사회 부회장
- 現 강동구 자살예방협의회 부회장
- 現 서울시 교육청 위센터 자문의
- 現 국가인권위원회 아동인권 자문위원
- 前 여성가족부 정책자문위원 
- 前 한국 양성평등교육진흥원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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